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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도둑 - 고학년문고 3023 ㅣ 베틀북 리딩클럽 24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홍연미 옮김 / 베틀북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진짜도둑”을 읽고
분장이 명쾌하고 똑똑 떨어지는 것이 읽을 때 감칠맛이 난다. 읽으면서 너무 문장이 좋길래 지은이가 누구일까,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알고 보니 지은이는 윌리엄 스타이그. 언젠가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 ‘당나귀 실베스타와 요술 조약돌’ 그리고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을 지은 작가이기도 했다. 어쩐지~하며 수긍이 갔다. 글이 조리 있고 짜임이 있었다. 읽는 내내 흥미로웠고 눈물도 있고 감동도 있는 재미있는 글이었다.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동물들이다. 그런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다. 주인공 오리 가윈은 왕의 보물을 간수하는 일을 한다. 그 보물 열쇠를 갖고 있는 동물은 왕과 가윈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보물이 조금씩 도둑을 맞고 있었다. 재판을 열었다. 가윈은 도둑으로 누명을 쓰고 갇히게 될 운명에 처했다. 가윈은 원망과 슬픔을 안고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고통 속에 길고긴 나날을 보냈다.
도둑은 따로 있었다. 쥐였다. 그것도 가윈을 아는 쥐였다. 처음에는 자기가 도둑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나중에 가윈이 도둑으로 몰리자 그 때서야 상황파악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두렵고 무서웠던 생쥐는 마무말도 못했다. 그러나 가윈이 불쌍하고 안 되어 누명이라도 벗겨주기 위해 일부러 더욱 많은 보물을 밖으로 훔쳐냈다. 그래서 왕이나 친구 동물들은 가윈이 도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쥐는 보물을 다시 다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그리고 가윈을 찾아 나선다. 용서를 빌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은 만난다. 서로 울었다. 그리고 용서를 하였다. 충분히 서로 괴로워하고 아팠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었던 왕이나 친구들이 자기를 배신한 걸 생각하면 용서할 수 없었지만 진심은 그들과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생쥐는 자기가 도둑이었다는 것을 알리지 않기로 하고 가윈과 함께 왕 앞으로 간다. 한 사건을 그렇게까지 끌고 가는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변론하고 뉘우치고 괴로워하고 아파하는 심리를 잘 묘사한 글이다. 치밀한 구도와 짜임이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궁금증을 가지고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정말 재미있었다.
누명을 쓰고 살아간다면 정말 억울할 것이다. 비참한 생애. 무너진 세상.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그 심정은 답답함 그차제일 것이다.까. 지옥일 것이다. 믿음을, 진실을 도둑맞고 어처구니없이 사는 날들일 것이다. 누명을 쓴 자나, 누명을 쓰게 만든 자나, 믿지 못하고 배신을 한 자나, 어쨌든 진실 앞에서는 모두 고통을 받고 괴로워하였다. 그 과정을 낱낱이 잘 파헤치고 그려낸 이 작가는 대단하다. 사회의 정의와 개인의 진실을 잘 밝혀주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가윈처럼 억울하게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던 사람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런 일은 없어야겠다. 가윈이 생쥐나 친구들, 왕을 다 용서하고 화해를 해서 다행이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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