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의 숨어 있는 방 창비아동문고 228
황선미 지음, 김윤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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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의 숨어있는 방’을 읽고


몽환적인 냄새가 나는 글이다. 글의 분위기가 내내 어둡고 칙칙하다. 아이의 입장에서 글을 썼지만 밝지는 않다. 천식을 앓고 있는 나온이 많은 생각과 갈등 속에 놓여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묘사부분이 많다. 이사를 가야할 형편에 놓인 나온네 가족. 같은 아파트에 친구가 산다. 하지만 오래도록 말을 걸어보지는 않았다. 이제 거의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떠나고 나니까 남는 사람 중에 하나가 친구네였다. 그 친구는 할머니랑 산다. 유일하게 학교 친구 중에서는 이야기 상대로 나온다. 나온이네 아빠는 선생님인데 이번에는 좀 멀리 변두리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어 집에는 주말에만 들린다.


나온이네는 당숙모가 물려주신 집이 한 채 있다. 소위 넝쿨 집이다. 예전에 그 집에 살았다는 데 무슨 이유에선지 남의 집에 세를 주다가 다시 빈집이 되어 몇 해째 묵어있다. 그 집을 팔아서 다만 얼마라도 보태서 새 아파트를 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부동산에 내놓았지만 이상한 소문만 무성할 뿐 나가질 않는다. 한편으로 아빠는 산에 간다고 해놓고는 그 넝쿨집을 손질하고 있었다. 그 집에 살 생각이었다. 엄마는 그러나 반대다. 아픈 추억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온이는 그 이유를 모르고 처음 그 넝쿨집에  아빠랑 가던 날, 이상한 아이를 만난다. 그 후로 꿈을 꾸듯이 그 아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비밀일기를 쓰는 나온이는 그 노트를 잃어버린다. 그리고는 넝쿨집에서 찾곤 한다. 읽는 동안 ‘비밀의 화원’이나 ‘톰의 정원에서’를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어떤 장면에서는 그랬다. 아마도 환상적인 분위기에서 그러는 것 같았다. 소녀는 천식을 앓고 있다. 그래서 넝쿨 집에 가기만 하면 그 천식이 더 심해져서 입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나온이를 보는 엄마는 불안하기만 하다. 넝쿨 집에 가기만 하면 나온이가 더 아프고 꿈에는 이상한 일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넝쿨집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급기야 아빠가 엄마 몰래 집을 수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빠가 그 집을 안 팔고 살려고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강한 반대를 하는 엄마. 엄마가 왜 그렇게 그 집을 팔려고 하는지 아는 아빠는 엄마를 설득한다.


나온이는 엄마 아빠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모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랑 닮은 아이가 나타난 것과 할머니에 대한 것들을 알게 된 것이다. 꿈인 듯 현실인 듯 겪는 나온이의 이야기가 엄마의 아픈 지난날의 이야기와 만나면서 모든 궁금했던 문제는 드러난다. 작가의 치밀한 플롯이 여기 이 동화에서도 나타난다. 작가의 이야기 속에는 천식 같은 고통을 겪는 아이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을 한다. 모과나무가 베어지고 나온이가 아프게 될까봐 걱정했던 할머니. 나온이 때문에 향기를 모으려고 라온이와 함께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저 세상으로 떠나긴 했지만 현실에 남아있는 사람의 안녕을 위해 남아서 빌고 있다는 인상도 받는다. 예전의 만복사저포기와 더불어 읽히던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아무튼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결말도 이야기 해줄 수 없다. 그림도 글에 걸맞게 환상적이다. 요즘 아이들이 환타지 글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읽어가는 재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사전에 나오는 나온이와 라온이를 보고 영감을 얻어서 썼다고 하는데 정말 부러울 따름이다.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좋은 글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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