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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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똥’을 읽고

 

이 책은 짧으면서도 알찬 내용으로 되어있다. 더군다나 그림이 내용을 한층 부각시켜주는 것 같다. 이 내용을 어린 아이들에게 구연동화로 들려주면 더욱 실감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유치부 독서지도용으로도 적당한 책이다. 함께 책장을 넘겨가며 소리 내어 읽어주면 좋아한다. 엄마랑 아이랑 번갈아 읽어도 좋다. 대사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떠오른다.

“똥!똥! 에그 더러워!”


이 대사가 왜 그런지 잊혀지지 않는다. 더러운 똥을 얘기하는 부분이다. 그런 똥이었다. 다들 더럽다고 피하던 똥. 그 똥이 어떻게 변해 가는가. 예쁜 민들레꽃을 피우기까지 그 똥은 자기 몸을 전부 내주어야 했다. 빗속에 온몸을 던져 부서지고 흩어지고 어두운 땅 속으로 스며들어야 했다. 그래야 비로소 누군가의 무엇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꽃을 피우기 위한 민들레의 거름이 되는 것이었다. 똥, 자기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하지만 느낄 수 있으리. 아름다운 꽃이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도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위해 그런 희생을 하며 산다.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 이웃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남을 위해 헌신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가끔 뉴스에서 타인을 위해 소중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아직도 세상은 따뜻한 것이다. 그런 마음에 자양분이 되는 책, 그 책이 바로 ‘강아지 똥’이다.

 

그러고보면 귀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그냥 태어나는 것도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다 각자 태어나는 이유가 있다. 쓸모가 있다는 말이다. 하찮은 것 조차도 그렇게 귀하게 쓰이는 걸 보면 알 수 가 있다. 하물며 사람이란 더욱 소중하고 귀한 존재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라고 생각이 들 때 이 강아지 똥을 생각할 일이다.

 

분명 무엇인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나만의 빛깔을 나타낼 수 있는 그 무엇 말이다. 살아가는 의미가 희미해질 때, 가는 길이 분명치 않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을 들여다보면 와닿는 게 있을 것 같다. 어딘가에는 내가 찾아주길 기다려주는 그 무엇이. 그것이 꿈이든, 직업이든, 희망이든, 용기이든... 꼭 있을 것이다. 나도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마음에 넘치는 생동감,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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