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입과 하마입이 만났을 때 사계절 저학년문고 29
장수경 지음, 이상권 그림 / 사계절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악아입과 하마입이 만났을 때’를 읽고


소른이는 다섯 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다. 그래서 지금은 아빠랑 살고 할머니가 집안일을 도와주신다. 소른이는 손수건을 빠는 버릇이 있다. 또 친구들과는 말을 하지 않고 늘 멍하니 혼자 있을 때가 많다. 게다가 다리도 떨고 손가락도 빨 때가 있다. 2학년 인데 그러니까 아이들이 다 이상한 애라면서 놀린다. 더구나 일부러 놀리기도 하고 시비를 걸어서 화를 돋구기도 한다. 소른이는 남을 무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별명도 악어입이다.


선생님께 몇 번이나 경고를 받는다. 집으로 가라는 둥, 마스크를 쓰라는 둥. 하지만 소른이가 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먼저 물지는 않는다. 그런데 보면 소른이는 말을 안해서 자기가 잘못한 걸로 선생님께 오해를 받고 벌을 받는다. 세영이를 물었던 날도 그랬다. 그냥 문 게 아니라 세영이가 먼저 소른이의 손수건을 던지고 밟고 걷어찼다. 그런데 선생님은 아이들 말만 듣고는 소른에게만 집으로 가라고 했다. 그 상황을 지켜본 성호. 선생님께 학교에도 못나오게 하면 소른이가 불쌍하다고 얘기 한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대뜸 성호더러 소른이 짝을 하라고 한다. 성호는 싫었다.


언제 소른이에게 물릴지도 모르는데, 짝이 되는 건 싫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많이 긴장을 하였다. 다행히 소른이는 물지 않았다. 생각보다 그렇게 나쁜 아이 같지도 않았다. 공부도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또 친구들과 싸움이 났다. 나연이를 문 것이다. 사실은 그것도 나연이가 먼저 약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빠까지 학교에 불려오셨다. 하지만 죄송하다고만 하고 회사일로 바빠 그냥 가셨다. 그걸 본 성호는 채소가 부족해서 무는 거라 여기고 아침마다 집에서 당근이나 오이를 가져다가 먹으라고 준다. 짝도 다 하기 나름이라면서 자신감을 갖는다.


집안 이야기를 하기 싫어하는 소른이. 그래서 소른이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다. 가끔 소른이가 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엄마가 없다는 둥 아빠랑 산다는 둥 수군거린다. 그러다가 소른이가 성호에게 엄마 얘기를 한다. 다섯 살 때 헤어진 이야기를. 엄마친정이 이민을 가서 지금은 외국에 사는데 곧 엄마를 만날 거라고 한다. 잘 지내는 가 싶더니 성호가 손을 다쳐 글씨를 잘 못쓰던 날, 소른이가 글씨를 대신 써주겠다고 하다가 실랑이가 벌어져 그만 소른이가 성호의 팔을 꽉 물고 말았다. 그래서 둘은 교실을 뛰어다니며 서로 으르렁 거렸다.


성호는 자기가 힘이 세서 까딱하다가는 빗자루로 소른이를 때릴 것 같아 아예 던져 버리고 하마가 되기로 결심을 한다. 입 큰 하마. 소른이가 악어 입을 벌리고 다가왔을 때 성호는 하마 입을 벌리고 물었다. 그 순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뽀뽀하는 자세가 된 것이다. 관중 속에서 터져 나온 환호성! 뽀뽀 했대요! 그 사건 이후로 소른이는 더 이상 물지 않는다. 그리고 둘은 다정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 ‘뽀뽀해 줄까?’한 마디면  할 수 없이 오케이 하는 것이다. 그 장면이 너무 리얼하고 재미있다. 소른이가 무엇을 빠는 습관도 고쳐진 듯하다. 이제 곧 엄마도 만나고 친구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성호 같은 따뜻하고 다정한 친구가 있으니까 말이다.


소른이는 엄마의 부재로 인한 정서불안?을 안고 있었다. 툭하면 울고 물고 빨고 어린 시절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해 오는 결핍의 어떤 증세인 것 같다. 그런 소른이는 학교생활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이를 불쌍하게 본 성호는 치유할 방법을 찾는다. 좀 엉뚱한 방법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정보를 얻어 채소를 먹이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성호의 그 관심은 어둡고 침침하던 소른이의 말문을 조금씩 열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 작은 배려의 마음이 소른이를 바꿔놓은 것이다. 흔하디 흔한 것이 요즘의 이혼이다. 그런 사회에서 부모님이 이혼을 하였다고 편견을 갖고 아이들을 대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다.


아이는 그대로 아이일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서든 밝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상처 받고 떨고 있는 아이를, 주위의 무관심 속에 버려진 아이를 친구가 손 내밀어 잡아주었을 때, 그 손은 정말 따뜻한 구원의 손길이 된 것이다. 악어입과 하마입은 어떤 상징 같은 것이다. 세상에 상처 입은 영혼들은 마음이 너무 아파서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달려들어 물려고 할 때가 있다. 그것을 누군가 다독여주고 위로해줄 때 그 물려고 하던 마음은 잠잠해지고 순한 양이 될 것이다. 아니면 더 크게 포용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하마가 되는 걸 거다. 소른이에게 성호는 그런 하마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답답하게 읽었지만 속 시원히 밝아진 소른이를 보니 유쾌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