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미 문학과지성 시인선 32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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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를 읽고


비로소 혼자 있는 시간에 이 시집을 들고 편안해졌다. 홀로 있는 시간에 더 깊어진다고 하였던가. 아무튼 문태준 시인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깊디 깊은 사색의 나라로 데려다 준다. 내가 처한 현실은 전혀 아닌데, 그와는 딴판인데 그래도 시집을 읽는 동안에는 행복한 꿈을 꾸게 된다. 시라는 것은 그런 것인가 보다. 감정이입. 감정몰입. 노래하듯이 읊조려지는 한편 한편이 너무 좋다. 그렇지만 시가 즐겁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재미’란 시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 병실에 누워 있다 떠나간 그녀를 그리고 있다. 슬픔이 애잔하게 깔려 있다. 그것이 바로 문태준 시인의 시 매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대로를 나타내지 않는 것. 시라는 것이 그래야겠지만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런지 시들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 읽는 맛이 난다. 한번 읽고, 말고 싶은 그런 시가 아니다. 자꾸 자꾸 들여다보고  싶은 시들이다. 좋다. 한동안은 또 이 시집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다.  뭉클하게 다가와 마음에 피어오르는 시....순박해지는 시...돌아돌아 깊이깊이 웅크리고 있는 시와 만날 것이다. 내 안이 밝아지리라.


****어느 날 내가 이곳에서 가을강처럼****


내 몸을 지나가는 빛들을 받아서 혹은 지나간 빛들을 받아서

가을강처럼 슬프게 내가 이곳에 서 있게 될 줄이야

격렬함도 없이 그냥 서늘하기만 해서 자꾸 마음이 결리는 그런 가을강처럼

저물게 저물게 이곳에 허물어지는 빛으로 서 있게 될 줄이야

주름이 도닥도닥 맺힌 듯 졸망스러운 낯빛으로 어정거리게 될 줄이야   ( p.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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