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진 열쇠 - 웅진푸른교실 8 웅진 푸른교실 8
황선미 지음, 신민재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가진 열쇠’를 읽고


맏딸이라서 집에서는 늘 저녁준비를 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아이. 엄마는 시장에서 생선 파는 일을 하고 아버지는 멀리 일을 다니시고 그래서 항상 집안일을 도와야 하는 아이. 게다가 어려서부터 폐가 안 좋아 보건소에 다니며 약을 먹고 주사까지 맞아야 했던 아이. 그런 아이가 생각이 많아서 잘 부딪치고 넘어져서 고생이다. 키가 크고 마르고 얼굴이 이쁘지 않은 아이. 육상선수를 뽑는데 반 짝꿍 도영이 때문에 얼떨결에 육상부에 들게 되었다. 뛰는 거라면 잘 할 수 있는데 뛰기만 하면 폐가 나빠 숨이 가쁘고 힘들다. 더구나 육상부라는 것이 고된 훈련을 하는 것이라 그것이 싫다. 또 학교가 시작되기 전과  끝나고 남은 시간에 연습하는 것이라  더더욱 싫다. 집에도 일찍 가서 밥을 해놔야 하는데 그것이 걸리기도 하다. 그러다 명자는 도서실을 발견한다. 마음대로 책을 볼 수 있는 장소. 육상훈련을 하고도 남은 시간에 해질녘까지 도서실에 남아서 책을 읽는다. 달리는 것보다 더 좋은 책 읽기.

 

도서실 선생님으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도서실 열쇠를 갖고 있다가 아침과 저녁에 잠그고 여는 일을 맡아달라는 거였다. 저녁에 집에 일찍도 가야하고 육상부 훈련도 해야 하는데 다 할 자신이 없었다. 나중에 선생님도 육상부라는 걸 알고 바빠서 못할 거라고 예상을 한다. 하지만 명자는 꼭 하고 싶었다. 갈등을 한다.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이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집에서는 골골대는 명자에게 육상부 일을 그만두라고 한다. 게다가 집안일도 제대로 안하니까 매일 야단을 친다. 육상부에서는 잘 달리는 명자에게 기대를 하고 훈련을 시킨다. 명자는 끝내 결심을 한다. 도서실에 선생님한테 가서 열쇠를 맡겠다고 말한다. 드디어 열쇠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육상부 코치선생님께 못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매를 맞는다. 울었다. 하지만 후련했다. 열쇠가 손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 역시 플롯이 치밀하다. 명자의 세심한 고민과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잘 짜여져 있다. 명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하기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고민했다. 울면서 잠이 들 정도였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좋아하는 일이 무언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명자. 자기 이름이 좀더 멋지게 보이라고 일부러 시험지에다가 명지라고 쓰는 아이. 머리는 비록 상고머리이지만 자기 의견과 주관이 뚜렷한 아이였다. 동생이 크레파스를 가질러왔다가 시간이 늦어버려 운 사건은 가슴이 찡했다. 형제 많은 집은 늘 그랬다. 나도 그랬다.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만 그 때는 하나하나 얼마나 가슴 졸였던 시간이었던가. 열쇠가 뭔지 몰랐다는 처음 가진 열쇠. 명자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그래서 더욱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줄 안 명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당당하게 선생님께 말을 한 건 잘한 일이었다.

 

나도 옛일을 더듬어보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던 경험이 많았던 것 같다. 그 땐 왜 그랬는지. 하늘같은 선생님께 말을 건다는 게 어렵고 무서웠던 것 같다. 그런데 명자는 달랐다. 씩씩했다. 당차고 차돌 같은 아이였다. 아마도 마음에 바라는 것이 생겨 그랬나보다. 순진하고 수수하면서도 소박한 아이 명자. 이름도 그 흔한 자자가 들어간 명자. 수없이 마음속에서는 묻고 답하는 생각 많은 나무였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생각이 없고 단순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갈등을 하는 가운데 있는 것 같다. 자신과 자신이 놓여있는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어린시절로 돌아가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가슴도 아프고 감동도 있고 또 웃음도 주었다. 눈물을 훔치며 처음 받은 열쇠를 들고 도영이에게 말을 걸던 명자, 우리들의 명자가 아직도 눈에 어린다.

 

                                                                         @ 무지개,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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