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파리 한 조각 1
린다 수 박 지음, 이상희 옮김, 김세현 그림 / 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금파리 한 조각’을 읽고


이 책은 도공에 관한 책이다. 고아 소년 목이와 절름발이 두루미 아저씨는 다리 밑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거지처럼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다. 줄포라는 곳에서 생활을 하는 데 그곳에는 그릇을 만드는 도공들이 많이 산다. 그래서 몇 년에 한 번씩 나라에서 그릇을 만들 사람을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그릇을 빚으려고 도공들은 열심히 노력한다. 목이는 어느 날 민 영감네 갔다가 그릇하나를 깨뜨린다. 그래서 열흘간 그곳에서 일을 해주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예 그곳에서 민영감의 일을 도와주게 되었다.


민영감은 그릇을 아주 잘 만들기도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그릇을 빚는 속도가 느리고 어느 하나라도 마음에 차지 않으면 깨뜨리고 다시 만든다. 그래서 빚은 그릇도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만큼 완벽한 것만 만들기를 원했다. 목이는 가만히 일을 하며 민영감의 도자기 만드는 방법을 어깨너머로 배운다. 너무나 진지한 민영감은 평소에는 목이가 실수라도 하면 화도 버럭 잘 낸다. 그러나 감정을 잘 드러내는 법은 없다. 대신 민영감 부인은 참 자상하다. 목이에게 점심을 주는데 목이가 그 바가지에 담겨 있는 자기 몫의 밥을 다 먹지 않고 남겼다가 두루미 아저씨에게 갖다 준다. 그런데 누군가 그 반쯤 남겨뒀던 바가지에 밥을 다시 채워뒀던 것이다. 저녁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겨울이 되었을 때는 솜으로 만든 질 좋은 바지 저고리를 부인에게 선물 받았다. 사실 민영감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목이 만할 때 열병으로 잃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부인은 목이에게 더없이 친절하였다. 그리고 자기더러 아줌마라고 부르라고도 한다. 그에 반하여 민영감은 성품이 곧고 말이 없으며 무뚝뚝하다. 어느 덧 목이가 일한지도 일년이 다 되었다. 목이는 스승에게 물었다. 언제쯤 도자기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줄 거냐고. 그랬더니 자기에게 도자기를 배우는 일은 없을 거라 했다. 이유는 자기 아들이 아니기 때문이라 했다. 도공의 길은 아버지에서 아들에게 대물림 된다고 했다. 목이는 따지고 싶었다. 그릇을 만드는 데 누가 만들었느냐가 무엇이 중요하냐고.


나라에서 마침 좋은 그릇을 만든 사람을 찾으러 왔다. 하지만 그 때 민영감은 좋은 솜씨를 가졌지만 새로운 기법은 없었다. 그 때 강영감은 새로운 상감기법을 살려 그릇을 만들었는데  질은 좋지 못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민영감은 상감기법을 써서 열심히 만들어보려 했으나 마음에 드는 그릇이 나오지 않자 다 깨버렸다. 시간이 없는 목이는 그 깨어진 사금파리 한 조각을 들고 못내 아쉬워한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 다음이 궁금하다.


이 책은 참  자세히 묘사도 잘하였다. 도공의 길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릇을 만들고 굽는지 그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말은 많이 하지도 않으면서 묵묵히 그 일을 해내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흙을 빚는 그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감동적이다. 더구나 책 속에 나와 있는 인물들도 다 마음에 든다. 두루미 아저씨의 연륜이 담긴 한마디 한마디며 따뜻한 민영감의 부인은 더없이 좋아보인다.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글이다.

 

무엇보다 장인정신을 읽을 수 있다. 쉽게 저버리지 않는 끈기와 인내심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힘이 청자빛 감도는 도자기를 빚어낼 수 있다는 것, 고운 빛깔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도공의 고통을 빛깔로 잘 드러낸 글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한과 설움, 정신이 녹아 있는 글이란 점에서 훌륭하다. 어렵게 만들고 쉽게 쓸 수 없는 그릇을 빚은 우리 조상들의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릇 하나라도 정성들여 만든 고귀한 장인 정신 그 마음이 우리 민족을 지켜낸 문화유산 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