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씨와 유령 선생 생각하는 숲 7
타카도노 호오코 지음, 이이노 카즈요시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진지한씨와 유령선생' 을 읽고


진지한 것 같으면서도 참 재밌고 유쾌한 책이다. 그렇게 두껍지 않으면서 읽기에도 좋은 적당한 두께의 책이다. 상상력이 뛰어나고 기발한 아이디어 그리고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코믹한 내용의 책이다. 마음이 굳어있는 사람들은 한번 읽어봐도 좋다. 무섭지 않은 유령도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평소 진지한 씨는 모든 것이 완벽할 정도로 흐트러짐 없이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집이나 회사에서나 마찬가지다. 웃을 줄을 모르고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유모 없는 남자였다. 틀에 박힌 것만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거나 하지 않는다. 회사 간부조차도 그 앞에서는 말 실수를 할 정도로 경직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친구가 없다. 이런 사람은 아마도 찾아보면 우리 주변에 많을 것 같다. 일에 치여 사느라 바빠서 웃음조차 잃고 사는 사람들,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 예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아마 이 책에서는 진지한 사람이라고 부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른바  풍자성을 띤 글이다.


그런 진지한 씨에게도 변화의 기회는 찾아온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면 변하기도 한다. 특히 사람은 사랑을 하면 엄청나게 스피드하게 변화가 찾아오는 것 같다. 예전에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사랑을 하면서 변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에게는 양면성이 있는데 평소에는 잘 나타나지 않던 습성이나 습관 모습들이 어떤 계기가 되면 더 눈에 띄게 나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여기 진지한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유령이었다. 그럼에도 혼자 사는 진지한 씨에게 말할 상대가 생겼다는 것은 대단한 기쁨이었던 것이다.


자기와 똑같은 얼굴을 한 유령. 보통 사람 같으면 유령이 나타났다면 기겁을 하고 며칠은 앓았을 법도 한데 진지한 씨는 워낙에 성품이 성품인 지라 그렇게 놀라지도 기겁을 하지도 않은 것 같다. 밤에만 나타나는 유령은 오래전부터 그 집에 살고 있었다. 진지한 씨는 그 유령을 위해 미리 잠을 자기도 하더니 편지도 주고 받고 책도 읽으라고 권하고 영화도 추천해 준다. 급기야 점점 친해지더니 체스도 같이 두고 이야기도 나눈다. 밤에는 잠자고 일찍 일어나곤 하던 진지한 씨가 어느덧 게으름을 피우게 되었다. 밤새 유령과 이야기 하고 체스하고 밤을 지새우기 일쑤니 아침 출근 시간이 편할 리가 없었다.


어느 날 아침 헐레벌떡 회사에 지각을 한 진지한 씨. 머리모양도 흐트러지고 옷도 깔끔하지 않고 하품을 하며 출근을 하자,( 이 장면은 너무 웃겼다. ) 사람들은 모두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오히려 그런 진지한 씨에게 친근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말붙이기도 겁나 보였던 사람이 그렇게 털털한 모습에 빈틈을 보이자 다들 인간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보통사람들은 다들 그렇지 않은가. 저녁 늦게까지 누구를 만난다든가 재밌는 책을 밤새워 읽었다든가 하면 다음날은 누구라도 지각에 흐트러진 모습으로 아침도 못 먹고 헐레벌떡 나타날 것이다. 요즘처럼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며 응원을 밤새도록 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 게 다 사는 재미일 것이다. 그런데 진지한씨는 그동안 그런 적이 없는 신사였기 때문에 다들 놀란 것이다.


진지한 씨는 점점 그 강도가 세진다. 유령은 오히려 그런 진지한 씨를 대신해 직장까지 다니는 날이 많아졌다. 그래서 진지한 씨인지 유령인지 모를 정도로 둘이 한 몸이 되었다가 두 몸이 되었다가를 반복한다. 이미 예전의 진지한 씨가 아니다. 집안의 진지한 공기를 풀어주려고 밤바다 유령이 나타나 일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진지한 씨는 더 이상 진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진지한 씨와 유령은 친구처럼 지낸다. 한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다. 그런 진지한 씨를, 유령을 사람들은 좋아하게 된 것이다.


때로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하며 마음을 가다듬을 때가 있다.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마음을 가다듬게 한다. 너무 세상을 딱딱하게만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 빈틈이 없이 사는 건 아닌지. 세상은 부드럽고 유쾌하게 살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너무 진지하다 못해 경직된  삶은 윤이 나지고 행복하지도 않을 것 같다. 진지하지만 한쪽으론 여유를 알고 멋을 아는 유머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인간적인 냄새도 풍겨가며 더불어 살고 싶다. 그러면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진지한 씨처럼!  ( 참, 이 책은 전혀 아이들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책을 좋아할 것이다. 무척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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