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날개를 단 자전거
김혜리 지음 / 산하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김혜리씨의 장편동화 “은빛 날개를 단 자전거”를 읽었다.

혜령이는 10살이다. 엄마,아빠, 동생 혜성이 그리고 중학교 다니는 공부잘하는 언니가 있다. 아빠는 주말마다 자전거를 태워 주신다. 동화책에서 읽은 일곱난장이들이 숲속에 진짜 살고 있다고 상상을 하며 순수한 꿈을 꾼다. 아빠는 목사님이다. 교회엔 종을 치는 사찰 아저씨가 계시는데 그 아저씨는 헤어진 여동생을 생각하며 눈을 감고 종을 치신다. 그 사찰 아저씨는 혜령이와 혜성이에게 친구처럼 잘 대해주고 속마음도 털어놓는 너그럽고 인정많은 아저씨다. 집에 불이 났을 때 아버지를 뒤따라 불 속에 뛰어들어 대신 화상을 입기도 하신다. 정말 희생정신이 대단한 분이다. 나중에 아저씨는 선교사를 통해 동생 소식을 알게 되었고 직접 미국으로 동생을 만나러 가게 된다.

 

가족들이 모두 숲속에 있는 곳에 살면서 할머니도 와 계셨다. 그 곳에는 한얀색의 빈집이 한 채 있었는데 사람들이 살지 않고 귀신이 있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혜령이는 늘 겁에 질려 있었다. 실제로 산 길을  가다가 하얀 옷에 머리를 푼 사람을 보고 놀라 혜령이는 여러 번 기절을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일에는 사연이 있었다.

 

민호라는 아이가 혜령이네 반에 새로 전학을 왔다. 서울에 살다가 왔다는데 바로 그 빈집 같은 곳에 사는 아이였다. 그 곳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민호 엄마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민호 엄마가 동생을 낳다가 정신이 이상해지셔서 그동안 집안에서만 살았는데 요즘 그 민호 엄마가 자꾸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모습이 자주 사람들 눈에 띄었고 혜령이도 보게 된 것이다. 민호 아빠는 서울에 사신단다. 대신 민호 할아버지는 그 숲속의 주인이고 주유소도 갖고 계신 부자이며 마음도 좋은 분이시다. 혜령이네 식구에게 잘 대해주시는 것은 물론  민호 생일에 자전거를 사 주시면서 혜령이 것도 사서 주시는 분이시다.

 

건축할 돈을 잃어버려 공사가 중단 되었을 때 돈을 말없이 내 주신 분이 민호 할아버지다. 눈이 오던날 밤 민호 엄마는 물에 빠져 돌아가신다. 그 일을 계기로 놀렸던 학교 친구들이 와서 사과 하고 친하게 되었고 혜령이는 늘 기절하던 일들이 없어져 갔다. 민호 이모라는 분은 혜령이의 그림을 보고 소질이 있다면서 그림 공부를 해 볼 것을 권하고 간다. 혜령이는 오랜만에 자기도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낀다.

 

일곱난장이가 사는 숲속에 살면서 민호네 식구들, 숲속을 오가며 지내던일, 민호와 자전거 타던 일, 사찰 아저씨와의 우정, 그런 경험들이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그래서 집이 다 지어지고 집에 오게 되었을 때 그 숲을 보고 안녕을 외친다. 8개월간의 시간들...이제 혜령이는 11살이 되었다. 혜령이는 한층더 마음이 자란 의젓한 어린이가 되었다.

 

사찰 아저씨는 개똥철학자다.  많은 것을 알려준다. “자신에게 이롭다고 느낄 때는 기회를 봐서 파고드는 사람들이 기회주의자다. 거기엔 책임과 의무가 전혀 없다. 이기심과 싸움만 있다. 풀은 꽃밭에 몰래 숨어 들어가 거름을 빼앗고 뿌리를 뻗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햇빛까지 가려가며 꽃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꽃들의 생명인 아름다움까지 빼앗는 것이다.”

 

혜령이는 이제 11살, 모든 것이 아픔이고 기쁨이고 슬픔이었다. 사람들과의 사랑과 우정과 보살핌 속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동안에 일어나는 일들이고 그 속에서 혜령이는 자라는 것이다. 발랄하고 명랑하고 순수하고 맑은 그리고 심성이 고운 착한 어린이다. 마음이 너무 여려 겁도 많고 놀라기도 잘 하는 동화 속의 내용을 그대로 믿는 어린이.. 그래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혜령이를 힘들게도 하고 놀라게도 하지만 그런 계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성숙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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