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네스트와 빅투와르 이야기

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비룡소 / 2002년 4월

<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를 읽고

이 책은 수지 모건스턴이란 미국사람이 쓴 소설이다. 문체가 간결하고 톡톡 튀며 생동감 있고 발랄해서 산뜻한 인상을 주는 글이었다. 그리고 글의 짜임새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조리있게 잘 된 글이었다. 또 아이의 변화하는 심리묘사를 자연스럽게 잘 나타냈다. 알고보니 이 작가는 ‘엉뚱이 소피의 못말리는 패션’, ‘공주는 등이 가려워’, ‘조커, 학교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란 어린이 책을 쓴 사람이었다. 어쩐지 했다. 문체가 부드럽고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했더니 여자분이 쓴 글이었다.

할머니랑 외롭게 자라던 11살의 소년이 여자친구를 만나 그녀의 가족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생전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11살의 소년의 이야기지만 하나 하나 변해가는 모습, 발견하고 경험해 가는 그 과정을 너무 잘 묘사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감동적인 작품이다. 무엇보다 그토록 궁금해하던 아빠를 만나게 되고 할머니가 늘 안고 살던 편지의 내용을 해독하게 되어 기쁘다. 이 소설은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그래서 좋다.

내용을 좀 보자면 이렇다. 11살의 소년 어네스트는 할머니와 일 봐주는 할머니랑 어렸을 때부터 조용히 살아왔다. 할아버지는 1차세계대전에서 돌아가시고 혼자된 할머니가 갓난아들을 키우며 홀로 사시다가 며느리를 봤는데 아이를 낳자마자 죽은 아내를 생각하며 아이와 어머니를 두고 아버진 집을 나갔다. 그래서 결국 할머니와 어네스트는 그렇게 외로이 살았다. 어네스트는 학교에선 공부 잘하고 반듯하며 친구와 어울릴 줄 모르고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온다. 그렇게 집과 학교밖에 모르고 살았다. 그러나 잘 생긴 덕에 친구들은 어네스트와 사귀어 보려고 늘 노력한다.  집에서는 할머니와 길게 얘기하는 법이 없지만 그래도 어네스트는 할머니를 의지한다. 할머닌 늘 전쟁 중에 할아버지가 보냈다는 편지를 들여다본다. 그러나 해독할 수가 없다. 암호처럼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네스트는 할머니에게서 아버지가 살아 계시다는 말을 듣는다. 나중에 해독한 편지의 내용은 일상적인 내용이었다. 추우니 옷 좀 보내달라는 ...할머니는 웃는다. 어떡해든 살아보라는 내용이라면서...

학교에 새로 이사온 빅투와르라는 여자 짝 때문에 어네스트는 생전 웃을 줄 몰랐는데 웃기도 하고 또 누가 생전 안아 주지도 않았는데 안겨보는 행복감에 젖기도 한다. 또 학교와 집밖에 모르던 어네스트는 넓은 공원과 그리고 대가족(14명의 자녀와 부부)이 사는 빅투와르네 집을 오가며 다른 세상이 있음을 느낀다. 어네스트네는 사실 전화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었다. 그러나 어네스트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한번도 말썽을 일으키거나 무엇을 부탁하거나 할 줄 몰랐던 어네스트. 그래서 선생님도 하늘에서 떨어진 별이라고 했던가 할 정도로 순수하고 착했다. 그런데 빅투와르와 지내면서 아기를 데려가 집으로 쫓겨나기도 하고, 또 빅투와르네 형들을 만나 역사에 대해 의학에 대해 이것 저것 알아가면서 따뜻한 사랑과 형제애를 맛본다.

또 빅투와르네 부모님도 따뜻하게 대해주신다. 어네스트는 할머니랑 대화도 나누고 할머니랑 공원도 나가고 레스토랑 가서 식사도 하고 가만히 집에만 계시는 할머니를 밖으로 끌어낸다. 할머니도 자못 즐거워 하신다. 그리고 전화도 놓고 텔레비전도 놓는다. 그리고  어느날 대형 마트에 가서 우연히 아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발견하는데 빅투와르네 형 도움으로 주소를 알아내어 편지를 보낸다. 답장이 왔다. 아빠는 매 순간 어네스트에게 편지를 써 왔고 지금은 새 가정을 꾸렸으며 어네스트 밑으로 동생이 다섯이나 있다고 했다. 어네스트는 기뻐한다. 용서를 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아빠의 편지. 아빠가 자기를 늘 지켜보고 있었고 학교에도 찾아왔었다는 말을 듣는다. 어네스트에게 는 그 자체가 기쁨이었다. 아빠는 언어학자로 방송에도 나왔다. 어네스트는 방학에 아빠의 초청으로 빅투와르와 할머니랑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