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도둑이랍니다 책읽는 가족 45
이상교 지음, 마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전 도둑이랍니다’를 읽고 /이상교 동화집/

몇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처음부터 나오는 ‘전 도둑이랍니다’ 이야기는 황당하다. 멋지게 도둑질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간 칠수는 도둑하러 들어간 집에서 청소도 해 주고 빈 화분에 꽃도 심어주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 칠수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도 이상한데 그 둘 사이는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개그하는 사람이 웃으면 안 되는 것처럼 여기 나오는 칠수도 전혀 내색을 않고 그런 행동을 한다. 이상야릇한 동화다. 그렇지만 읽다보면 오히려 유쾌한 웃음이 나고 마음마저 따뜻해져 온다. 왜일까?


‘가늘고 긴 끈’을 보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 얘기가 나온다. 마침 기름 배달을 하러 간 집에 들어가 보니 오천 원짜리가 눈에 띄어 그걸 주머니에 넣었나보다. 하지만 그런 표현은 없고 나갈 때 신발 끈을 마저 못 매고 부랴부랴 나가느라 허둥지둥한 모습을 그렸다. 그렇지만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슴 짠하고 뭔가 남는 게 있다. 왜일까? 그 학생이 마음이 다칠까봐 조심스럽게 전화하던 엄마의 마음 때문이었으리.


‘할머니와 수거위’ ‘화가와 개구리’ ‘햇볕싹’ ‘노란 빛깔의 노래’ ‘쥐덫’ ‘안개나라 저편’ ‘아이와 개’ 등. 그러고 보면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전부 동물이나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들어있다. 배려하고 이해하고 웃음 짓는 착하디 착한 이야기 들이다. 작고 자잘한 일상속의 이야기지만 그냥 지나쳤다면 보지 못했을 그런 이야기들을 작가는 순간 스케치 하듯 잡아내어 그 나름대로의 고운 목소리와 빛깔을 내 주고 옷을 입혔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이란 그런 소소한 곳에서부터 행복이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쁘게 그려주고 색깔을 다듬어 준 작가님의 솜씨가 돋보인다. 아이들이 이런 동화를 많이 읽으면 마음이 정말 고와지고 맑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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