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싫어

일기 감추는 날 - 웅진 푸른교실 5 ㅣ 웅진 푸른교실 5
황선미 지음, 소윤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3년 7월

3학년인 이동민,

동사무소로 출근하는 엄마는 매일 동민이를 학교에 데려다 준다. 그리고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몇 군데 학원을 갔다가 온다. 학교선생님은 뚱뚱하고 나이가 많은 분이다. 매일 일기검사를 한다. 어느 날 힘이 세고 싸움 잘하는 경수가 남으라는 말을 해서 겁이 많은 동민이는 걱정을 한다. 그러다가 그런 경수에 대한 일을 일기장에 썼는데 오히려 선생님께 남을 고자질 하는 학생은 나쁜 거라며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 그러면서 일기쓰기가 싫어진다. 어떤 아이들은 일기장이 두개라고 한다. 동민이는 솔직하게 쓰기도 뭐하고 거짓말을 쓰기도 뭐해서 어느 날은 일기장을 안낸다. 일기를 안내면 칠판 빨간 네모 속에 이름이 적히고 그 날은 늦도록 청소를 하고 문까지 잠그고 가야 한다.

늘 바빠서 아버지 얼굴 보기가 어려웠던 동민이는 어느 날 부턴가 아빠가 출근을 안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 때문에 또 엄마랑 자주 다투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엄마가 자주 우는 것도 본다. 그래서 그걸 일기장에 썼는데 매일 일기를 확인하는 엄마가 그걸 보고 지우고 다시 쓰라고 한다. 그래서 동민이는 아예 일기장을 내지 않는 일이 많아졌다. 엄마에게 슬픈 일이 많아 못 내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일기장에 쓴다. 나중에 선생님이 그걸 보시고 그런 편지는 오랜만이라며 동민이를 이해한다. 또 동민이는 반 열쇠를 가지고 집에 가게 된 날 아침에 일찍 학교에 나와 교실 문을 열어놓는다. 그걸 보신 선생님은 책임감이 있는 동민이를 달리보시며 칭찬도 한다.

일기를 통해 아이를 들여다보는 엄마와 선생님. 하지만 남의 일기장을 본다고만 생각하는 아이들. 그래서 비밀 일기를 쓰는 아이들.분명 일기 속에는 아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들어있다. 좋은 의도이든 아니든 아이들의 마음이 숨어있다. 그런 아이들의 일상을 어른들은 일기를 통해 마음을 읽어간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일기를 보는 것은 안 될 테지만 아직 어린이기 때문에 그런 글을 통해 지도도 받고 보호도 받고 이해도 하는 것이리라.

일기라는 것은 있었던 일 그대로를 기록하는 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을 토로하는 글이기 때문에 마음에 쌓인 앙금을 걸러내듯 그렇게 쓸 때가 있다. 그렇게 쓰다 보면 속이 시원해 질 때가 있는데 그렇게 쓰여진 글은 그 때 뿐일 때도 많다. 이를테면 일기는 스트레스 해소용이랄까. 너무 솔직해서 일기 속에는 과장이 있기도 하고 상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일기를 보시는 분들은 잘 새겨서 봐야 한다.   

처음에는 고민도 많고 약하고 힘도 없어보이던 동민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책임감을 갖고 친구들간의 간격도 좁혀가는 모습에서 잘 자라고 있구나 하는 점을 발견했다. 아이들은 따뜻한 이해와 배려가 최선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이사이 그림들이 참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