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김 훈의 <자전거 여행>

요즘 수필집을 읽었다. 예전에 사다놓은 책인데 조금 읽다가 다 못 읽어서 이번에 마음을 먹고 읽었다. 하는 일도 따분하고 생각이 안 나서 무언가 돌출구가 필요한데 그럴 때 이 수필집은 읽을 만 하였다. 막상 읽어보니 참 시적인 구절이나 문장이 많았다. 시인이 아닐까 할 정도로 표현력이 뛰어났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그저 단순한 감상만을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특성, 역사적인 배경, 전설 등을 배경으로 그 지역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특히 그 토박이들을 통해서 들을 법한 이야기나 현장답사를 미리 한 듯한 지식이 배경이 되어 소개를 하였다. 분명 여행을 하기 전에 미리 연구하고 책을 보고 한 것을 토대로 기록을 한 문학 같았다. 작정을 하고 나선 자전거 여행, 책을 쓰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고 여행을 통한 길잡이처럼 산문을 써내려 가고 있었다. 수필이지만 가볍게 읽을 수만은 없는 그런 수필집이다. 그러나 또 너무 무겁지 않은 까닭은 묘사가 뛰어나고 표현력이 돋보이기 때문에 감칠 맛 나는 그 문장을 안 볼 수 가 없다. 그래서 읽으면서 그의 문장에 밑줄을 긋고 따라 써보기도 하였다. 수필하나 쓰는 것도 이렇게 공을 들여야 한다는 걸 알았다. 글 쓰는 프로가 된다는 건 철저한 계획을 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자기가 무엇을 할 것을 미리 알고 준비하고 계획하고 추진해 나가는 그 것. 단순히 글을 쓴다고 다 글쟁이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노력하고 인내하고 시간을 투자하여 얻는 그 대가가 바로 글 쓰는 소재가 되고 자료가 되어 좋은 글을 만드는 것 같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현재와 과거 미래가 함께 숨쉬는 공간이다. 현재를 통해 과거를 떠올리고 재현을 하며 지금의 모습을 한탄하기도 한다. 그리고 미래를 꿈꾼다. 자연은 그대로가 아름답다. 눈물나도록 아름답다 그 자연 속에 녹아 하나가 되고 나를 발견하고 내일의 나를 꿈꾼다. 과거를 통해 잃은 것들을 생각해내고 반추한다.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자주 할 만한 이유가 된다.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산을 돌아보고 산천을 돌아보며 잃어버린 것들을 되돌아본다는 것, 그런 것들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추억 속으로의 여행이자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여행인 것이다. 여행을 통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오랜만에 수필집을 읽으며 내면으로의 여행도 즐겼다. 스스로 침잠해지며 내 안을 갈무리하는 느낌이 들었다. 책은 그래서 좋은 것 같다. 남의 글을 통해 내 안을 들여다보고 정갈하게 다듬는 것, 강 같은 물줄기가 흐르고 바람이 불기도 하며 따스한 햇살도 쬐는 느낌이 드는 것은 글의 긴 여운 때문이리라. 은근히 파고드는 글의 향기가 그것이다.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마음 속에 흐르는 어떤 정서, 꽉 찬 느낌 때문에 흐뭇해진다. 충만한 기쁨이랄까, 독서의 매력은 그런 데 있다. 한 세계가 내게로 와서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 무지개,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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