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혜 창비아동문고 233
김소연 지음, 장호 그림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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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혜’를 읽었다

개화기 일제시대 삼일 운동도 나온다. 명혜 가족을 통한 한 시대극이다. 그 시대의 여자들은 어땠을까. 명혜네는 돈이 많은 집안이다. 아버지가 군수자리에도 나가볼 만큼 뼈대 있는 가문이다. 그런 집안의 여식이 명혜다. 다들 여자들은 가만히 소학교나 나와서 시집이나 잘 가면 그만이라고 하던 때다. 명혜 오빠는 남자라서 일본유학도 갔다. 명혜는 시집이나 가고 싶지 않았다. 서울로 올라가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다.

 

가족들 의논 끝에 여동생과 함께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병원의 통역 일을 맡게 된다. 그러면서 고통스럽고 무시당하는 세월 일제시대를 뼈저리게 느낀다. 마음으로 의사가 되겠다고 여긴다. 때마침 일본 유학을 갔던 오빠는 독립운동에 앞장섰고 결국 총에 맞아 죽게 된다. 일본의 힘을 등에 업고 군수자리에 도전을 하려던 아버지는 그만 오빠의 운동으로 좌절되고 집안은 스러져간다.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명혜. 오빠의 마지막 부탁이자 소망이던 꿈. 엄마와 선생님의 응원으로 의사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 유학길에 오른다. 

 

역사의 이야기만 다룬 것이 아닌 그 시대의 여성의 자리, 역할, 꿈을 통해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의식이 깨어있는 선각자들은 대부분 자기를 희생하며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잠자고 있던 시대를 깨웠을 것이고 개척해 나갔을 것이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다. 인습에 젖어, 여자는~ 여자가~ 하는 식의 구시대적인 발상은 그 시대에 이미 한물 건너가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식문물에 먼저 젖어 있던 명혜네 식구들. 그리고 명혜 엄마도 여자의 어두운 세월을 알기에 딸들만큼은 그리 살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당당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를. 여의사가 척척 사람을 살려내는 일, 그 일을 보고 생각이 더욱 달라진 명혜 엄마. 생각이 바뀌어야 삶이 바뀌는 것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눈을 지닌 사람들이 그 시대의 지식인들이었으리.

명혜, 깔끔하고도 단정한 글, 의미 있는 글이었다.


< 2007, 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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