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목차부터가 흥미로웠다.
1장은 무의식에서 실존짜기, 삶의 의미를 찾아서 - 욕망을 발견하는 철학
- 여기서 프로이트나 아들러 융 등 철학자로 생각 못했던 심리학자들이 많이 나온다.
2장은 경제와 정치의 새로운 길 - 틀을 깨는 철학
- 목차 제목대로 경제 정치와 관련된 철학자들이 나오는데 의외로 매번 보는 맑스나 기타 유명 경제학자나 정치철학자보다 좀 틀 밖의 칼 폴라니, 그람시, 네그리, 벡 등을 소개한다.
3장은 문명의 로드맵을 세우려는 노력 - 통찰을 기르는 철학
- 역사학자 토인비에 심지어 19세기 한국 (이미 서양철학의 틀을 벗어난다)의 최제우까지.. 서문에서도 나왔듯이 진화에는 목표가 없지만 문명에는 목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로드맵을 그리기 위해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들과 그 인간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알아본다.
4장은 좋은 삶과 세상을 여는 열쇠 - 어울림의 철학
뭐랄까 3장이 자연과 세상 속에서 좀 거시적이고 외부적으로 인간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라면 4장은 좀 더 미시적, 아니 내면적으로 인간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듯하다. 그런데 그 내면적인 방향이 결국에는 타인과의 어울림,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의 공존을 향해 손길을 내미는 열쇠가 될 것인게 목차와 여기 나온 학자들 이름에서도 볼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심리학자, 경제정치사회학 등 외에도 자연과학 심지어 19세기의 한국인 학자 두 명까지 광범위하고 시공간과 분야를 넘나드는 학자들이 나오는 목차에서부터 솔깃할 수 밖에 없었다.
고대철학은 자연과학과 분리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자연과학과 철학은 전혀 접점이 없는 것처럼 근대로 갈수록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는 갈수록 과학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다시 철학과의 융합과 통섭을 꾀하려는 듯이 실생활과 동떨어져서 뜬구름만 잡는 듯했던 철학이 삶과의 접점 뿐만 아니라 삶에서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활용되고 특히 현대철학은 현재 그리고 아마도 미래에 우리가 접할 문제들과 밀접하다.
당장 말을 더럽게 안 듣는 후배나 잔소리하는 꼰대 부모님, 진로를 고민하는 아이들, 실연당한 친구, 아침 신문에 나온 기사, 커피를 어디에서 사먹을지에 대한 고민 등 사소한 것부터 거대한 것까지 실은 조금만 더 깊이 또는 아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조금만 더 깊이, 그리고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미 철학을 하기 시작한 것이고 그렇게 생각을 좀 하고 살라고 이런 책을 쓴 것 같다. 고등학교 철학교사로서 항상 잠만 자거나 학원에서 낸 다른 과목 숙제만 하는 학생들을 보며 답답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철학 저서들이 대부분 꽤나 난해하다. 고대그리스어로 된 플라톤이 오히려 더 읽고 이해하기 쉬울 정도다. 그나마 여기 나온 책 중 쉬운 편인 마사 누스바움이나 울리히 벡도 한국에서 누가 번역했느냐에 따라 너무 읽기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대개 요약 정리된 소개로 끝나는 경우도 많은데 안광복 선생님은 역시 그냥 각 철학자들의 주요 논점들을 쉽게 풀어갈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떻게 적용시킬지도 글 안에서 풀어 그 개념들이 더 와닿게 한다. 그리고 각 글의 말미에서 보너스로 질문을 던진다. (1장에서는 욕망 탐색, 2장은 틀을 깨는 상상, 3장은 통찰 열기, 4장은 어울림의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