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스토아주의자가 되었다 - 성격 급한 뉴요커, 고대 철학의 지혜를 만나다
마시모 피글리우치 지음, 석기용 옮김 / 든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서양철학사개론을 대충 훑고 지나가며 배운 적이 있을때 강사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에서는 무지 자세하게 강의하다가 스토아주의에 대해서는 금욕 아파테이아 정도만 짚어가고 小 카토 같은 일화를 들고 독한 놈들이라는 인상을 깊게 박아두고 그냥 넘어간 것 같다. 비슷하게 대충 넘어간 에피쿠로스 학파에 대한 반발로 이런 극단적 금욕주의가 발생한 것일까 하고 넘겨짚었지만.. 실제로 나중에 Epicurus의 편지 등을 모은 The Art of Happiness (Penguin 사)와 루크레티우스의 De rerum natura를 읽어보고서 에피쿠로스가 그냥 쾌락에 대한 철학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듯이 스토아학파도 수박겉핥기식의 인문학강의를 통해 배운 것과 실제로는 다른 것을 알게되었다.

 

이 책은 우선 단테가 지옥을 여행할 때 그의 선배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가이드로 삼았듯이 Epictetus를 가이드로 삼고 가이드에 이어 그 지역을 여행하기 위한 필수품인 지도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여정을 소개한다. 즉, 스토아 학파의 발전(초기,중기, 후기에 이어 현대까지의 발전) 및 스토아주의의 3가지 규율들과 탐구영역들 그리고 4가지 덕목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뒤따른 장에서 그것을 좀더 자세히 그리고 현대의 지식과 사회인식에 맞추어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고 응용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나 자신의 몸도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태이고 내 아이들도 내가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한때는 좌절하고 깊은 우울증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럴때 뇌과학과 CBT 등 행동치료요법도 알게 되었고 엘리스나 프랭클 등의 저서도 접해보았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고대의 스토아주의와 연관이 되어있다니 놀라웠다. 이 책을 읽고나서 찾아보니 실제로 CBT나 alcoholic anonymous 등 스토아주의와 연관된 현대의 많은 인지행동연구들에 관한 논문이나 유튜브 동영상도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불교나 도교 등의 동양사상과도 많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나 자신도 나에 대해서든 내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서든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할 지혜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는 최선을 다하되 어찌할 수 없는 것은 수용할 수 있는 용기를 절실히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쩌면 스토아주의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것은 비단 나만이 아니겠지.

 

 

극단적 금욕주의라는 편견 외에도 Cicero나 Seneca의 책들 제목은 How to grow old나 On the shortness of life: Life is long if you know how to use it 등 뭔가 자기계발서 느낌이 나는 제목들이어서 꺼려졌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지금껏 무시하고 안 읽어온 Cicero, Epictetus, Seneca 등의 글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항상 오르내리는 자기게발서에 반감을 느끼는 것은 자기계발서들이 궁극적으로 '남들의 눈에 보이는 성공'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기계발을 하는 경향이 강해서인데 나에게 필요한 것은 외적 인식이나 성공과 상관없이 자신의 덕, 즉 남들을 위해 자신을 갈고닦는 그러한 자기계발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고전의 스승들로부터 나도 일상 속에서 가이드를 얻었으면 한다. 스토아주의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실제로 실천가능하고 유용한 학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이 책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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