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인원
나이절 섀드볼트.로저 햄프슨 지음, 김명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디지털 유인원은 두려움 반 기대 반이 섞인 듯한 디지털 도구가 지배하는 듯한 시대의 혼란스러움 속에서 좀더 침착하고 냉정하게 그러나 언제나 낙관적인 태도를 잃지 않은 채 태초의 인간으로부터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도구를 쓰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초기 인류는 넙적뼈든 깨부순 돌도끼든간에 도구를 사용해왔고 이는 인류가 출현한 결과가 아니라 원인 중 하나였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런 도구와 인간관의 관계는 피드백 고리를 통해 서로에게 계속 영향을 주며 진화해왔다.

기계가 우리의 자리를 빼앗아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무작정 빠지기 전에 작가들은 다윈주의 생물학의 중심 원리는 모든 종은 환경에 적응된 동시에 항상 환경 변화에 의해 위협받는다는 것을 지적하며 인간은 여태껏 다른 종과 환경의 위협에 계속 적응하고 극복하는 역사를 반복해 온 점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유인원일 때부터 기계와 공존하며 함께 진화한 인간의 뇌 및 이로부터 발전한 사회적 관계능력을 설명한다.

디지털 유인원과 테크놀로지의 강력한 결합을 보여주기 위해 메커니즘의 힘을 인간의 의식과 결합해낸 사회적 기계에 대하여 설명하는데 위키피디아 등 새로운 형태의 집단적 문제 해결을 통한 놀라운 힘을 보여주고 이는 작가들이 책 뒤쪽에서 설명한 오픈데이터에 대한 주장과 연관된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자연적 지능에 대해 이야기하며 의식, 감정, 지식 등에 대해 논하는데 이 부분이 솔직히 생각보다 너무 방대한 분야의 연구를 얕고 피상적으로 설명해서 나는 좀 불만족스러웠다. 결론적으로 아직 인간의 인식 및 감응능력에 대한 지식도 불완전해서 인간을 완전히 따라할 단계는 아니다. 물론 갈수록 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며 인공지능은 진보할 것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하는 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디지털 환경에서 급증하고 있는 로봇과의 개인적 관계 그리고 이에 따르는 사회적 윤리적 고려점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영화 Her나 Marjorie Prime에서도 나오듯이 갈수록 이런 로봇과의 개인적 관계가 현실의 사회현상이 될 것이고 전통적 인간과의 관계와 많은 공통점을 보일 것이며 이런 교류에 대한 새로운 행동규범의 필요성과 이런 것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려할 문제들을 제기한다.

기술환경의 핵심적 특징 중 초복잡성을 제어하지 못하면 2008년 금융 위기같은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서 우려되는데 이에 대한 엄격하고 정교한 규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디지털 정보와 초고속 처리의 융합의 출현(emerge)하기 전에는 온전히 분석/예측할 수 없는 위험들이 존재해서 이 창발(emergence)를 위기(emergency)로 간주할 것이라고 하며 거대한 기술발전의 가속과 초복잡성 및 추상성에 대해 논한다. 하도 복잡해서 전문 기술자조차 전체적인 지식을 다 갖출 수 없으므로 민주적 설명의 책임과 민주적 관리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훗날 인류를 위협할 '거대 짐승'은 기계가 아니라 기계를 이용해 시민을 착취하고 감시하며 억압하려고 하는 거대 기업들과 정부일 것이라고 작가들은 경고하며 그 외에도 교통, 방위,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가 우연한 또는 뜻밖의 시스템 붕괴에 처할 수 있는 위험, 그리고 의도적인 외부 공격의 위험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거대짐승에 대항하기 위해 저자들이 추진하고 있는 오픈 데이터의 공공재로서의 문제점 및 필요성 그리고 실제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설명하는데 내 생각에 실은 이 책이 은근히 이 점을 가장 강조하기 위해 전체적인 내용을 배경으로 깔아놓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가 새롭고 불확실한 초복잡 디지털 환경으로 성급하게 들어가며 창발할 수 있는 위기를 막기 위해 디지털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책임있고 다원화되며 공정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선택권을 우리가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핵심 주장인 듯 하다. 그러기 위해 더 민주적인 기술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결정에 참여하게 하고 더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세계를 기술하며 소통할 필요가 있고 자신의 데이터를 거대 기업의 독점에서부터 자신이 돌려받아 인터넷 상 권력을 분산할 권리를 챙김과 동시에 우리가 우리의 데이터를 책임질 의무 또한 강조한다. 그리고 정부와 초국가적 기관들은 이렇게 시민을 이해시키고 설명하며 형평성과 공정성을 돕도록 구글 등의 거대괴물들을 합리적 한계를 통해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책이 다루는 내용이 현 시점에서 아주 중요한 현안이고 모두 더 민주적인 참여를 위한 이해를 돕고자 한 책인 것은 이해하는데 다소 책의 구성이 좀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인공지능 관련 장은 이쪽에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디지털 시대의 위기에 적응하고 또 한발 진화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 총체적으로 들어있어서 시간을 들여서 읽을 가치가 있었다. 다만, 증쇄를 하게 되면 오타가 많아서 이 부분을 꼼꼼히 고쳐주면 좋겠다.

그리고 낙관적인 비젼을 제시하는 것은 괜찮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좀더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면 좋겠다. 데이터를 돌려받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전에 과연 국가로 하여금 거대기업이 데이터를 돌려주게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도모할 것인가?

책 속에서:

솔직히 말해 우리 두 사람은 상궤를 벗어난 거만한 인공 지능보다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옛날 방식의 어리석음이 훨씬 더 우려된다. p. 86

나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보다 자연의 어리석음(natural stupidity)과 성급함 그리고 이 뒤에 있는 인간의 제어되지 않은 탐욕이 더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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