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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간 ㅣ 사계절 1318 문고 61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작품은 무려 85세나 되는 작가가 쓴 연예소설이라고 한다.
독일문학의 대가라고 일컫는다는 지크프리드 랜츠. 독일 문학은 처음 접해보는지라 들어본적 없는 이름이지만 노인이 이렇듯 연예의 감정을 잘 불어넣었는지 작가가 간직하고 있는 추억이 담긴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바닷가에 사는 소년 크리스티안은 김나지움 13학년이다. 우리보다 학창시절이 1년긴 독일은 20세에도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학교를 다니는 것이다. 같은 학교 슈텔라 선생님의 장례식장면에서 선생님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방파제에 돌을 쌓고 관광객을 위한 안내를 하면서 아버지를 돕는 소년은 작업중 영어선생인 슈텔라 선생님의 모습을 보게 되고, 소녀같이 활달한 선생님과 가까워 진다.
선생과 학생의 사랑이야기는 학생들에겐 일종의 로망이라고나 할까? 학창시절 선생님을 짝사랑 하면서 가슴앓이를 해본적 있는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난 좋은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경험이 없지만.
크리스티안과 슈텔라는 학생과 제자 사이이면서 육체관계까지 맺게 되는데, 금기시 되어있는 사랑이 전혀 외설적이지 않다. 소년의 1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쓰여지고 있어, 그때 나이의 소년의 감정으로 잘 씌여져 있기 때문이고, 자세한 묘사를 자제하고 소년의 감정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 나는 깨달았다. 저기 떠가는 꽃들이 내 젊음의 영원한 비극으로 기억되는 동시에, 상실의 아픔을 보듬는 크나큰위안이 되리라는 것을. -148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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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이 뜨겁고 영원히 이어질것 같은 사랑도 세월이 지나가면 식상해 지기 마련이다. 초등학교 6학년때 무척 사랑했던 짝꿍을 20살이 되어 길에서 우연히 만난적이 있다. 당시에는 나를 눈물나는 그리움에 시달리게 했고, 없으면 안될것 같은, 모든것이 완벽하게 보이던 그녀도 시간이 지나고 만나니 나도 놀랄 정도로 아무런 감정이 생기질 않았다. 만나지 못하는 순간 상상속에서 너무 완벽해 져버렸기 때문이었을까? 같은 학교에 배정이 되지 않아 하늘이 무너져 내릴것 같았던 감정도 1년이 되기전에 눈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성인이 되어 만난후 가끔 만났지만 어떤 감정도 들지 않았고,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소설속의 크리스티안과 슈텔라의 사랑은 영원하고 할수있다. 열정이 채 식기도 전에, 사랑이 피어나는 절정기에 사그라 들었기 때문에 영원히 가슴속에 남는 것이다. 식상해지는 순간이 채 오기도 전에 꺼져버린 것에 대한 갈망은 정말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마음한켠을 차지할듯하다. 스승과 제자의 부적절한 관계가 주변에 채 알려지기도 전에 꺼져버렸기 때문에 계층사이에서 오는 현실의 갈등을 겪을 수도 없었기에 아름답고 가슴시린 사랑으로 영원히 기억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