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열국지 1 - 신화에서 역사로
이수광 지음 / 대산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삼국지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통털어 읽은 책이 삼국지 밖에 없을 정도로 편식의 독서를 했다. 이젠 삼국지를 다시 읽으면 모든 장면을 다 알기 때문에 재미가 현저하게 떨어지므로 읽지 않는다. 삼국지와 비스무리한 스타일이면서도 더 많은 등장인물, 유명한 고사, 권모술수, 세력다툼이 그야말로 난무하는 열국지를 읽으려고 맘먹었으나 초반의 지루함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던 군대시절이후 거의 10년만에 다시 열국지에 도전하게 되었다. 




  열국지는 한학자이기도한 김구용 선생의 동주 열국지부터 최이산, 유재주등의 많은 저자들이- 삼국지에 비하면 택도 없지만 - 번역을 해놓았기에 어떤것을 선택할까 고민해야 했다. 군시절 잡았던 판은 김구용판이었는데 나름 흥미도 있었지만 당시엔 책읽기 자체를 멀리했던 터라 금방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헛갈려서 누가 누군지 모르는 지경에 이으렀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슨 공은 이렇게 많으며 왕은 더럽게 많고 나라또한 수두룩하니 골이 아파왔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아는 양반들이 꽤 생겼기에 훨 수월해졌음을 느낀다. 




  사실 김구용판을 보고 싶었다. 김구용판 삼국지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그의 한학자로서의 명성도 한몫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다른 삼국지들보다 선호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세손가락에 꼽히는 삼국지기 때문이다. 박종화, 황석영다음으로 김구용을 꼽는다. 이문열, 본삼국지(연변출신작가 이름은 기억이 안남)등도 읽어보았지만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요즘 본 삼국지를 많이 추천하는데 원전에는 충실할지 모르나 소설적 구성으로는 가히 개판이라고 할수 있을 정도다. 너무나 상세한 설명을 구구 절절히 다 해놓았기에 그런 친절함이 역으로 거슬림을 갖게 한다. 







  하지만 결국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이수광의 열국지다. 춘추전국시대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가 개정하면서 열국지로 스리슬쩍 바꾼 이수광판을 선택한 이유는? 가격이 싸서. 김구용판에 비해 거의 반값수준이 아니던가? 특가에 놀라 충동구매해서 선택한 것이라. 그리고 이수광의 책, 조선의 미스터리 뭐시기 하는 책도 괜찮게 읽었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아무리 싸더라도 멋도 모르는 양반의 책을 무턱대고 구입할리는 없다. 예전엔 그런적도 있지만 뭐. 

 

 

  중국사람들의 구라는 하여간 알아줘야 한다. 중국 천지창조신화는 그 어떤 신화보다도 황당하다. 태초에 암흑이 있었는데 혼돈한 것중의 밝고 맑은 것은 위로 올라가서 하늘이 되고 어둡고 흐린건 가라앉아 땅이 되었는데, 그사이에서 튀어나온 반고라는 양반은 1만 8천년동안 키가 자라 하늘과 땅을 갈라놓고 뒈지면서 시체의 여러부분이 퍼져나가 산이되고 들이 되고 해가 되고 달이되었다는 대 구라를 풀어놓는다. 대륙시리즈의 시초가 아닐까 의심되는 이 구라는 다른 구라, 삼황오제의 구라로 이어지는데 참 재미없는 부분이다. 





  태평성대를 가져왔다는 훌륭한 임금의 대명사, 두고두고 거론되어온 요순임금시대를 지나 하나라 은나라를 거쳐 드뎌 강태공이 등장하고 주무왕이 주나라를 만들기에 이른다. 요순임금은 꾸며낸 가상속의 인물, 유토피아같이 이상적인 존재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기에 주나라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재미있어진다. 여러 제후들이 주나라를 황실로 두지만 개무시 하면서 지들끼리 피터지게 싸우는것이 열국지의 구성이 아닌가. 그 안에서 공자 맹자 관중 손자등등등 유명한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게 되는 것이고. 




  김구용선생이 완역한 풍몽룡의 열국지에는 진나라의 진문공이 등장하는 장면부터 시작하게 된다는데 이때부터 흥미진진하면서 복잡하다.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애비애미형제친족할것없이 쳐죽이고 또 죽이는 연쇄가 일어나는데, 역시 살아남는 것은 운좋은 놈이나 정세와 명분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뛰어난 모사를 둘줄 아는 놈이 오래 살아남아 이름을 남기게 된다. 초반의 3분의 1정도의 지루한 부분을 넘어 후반부로 가면 참 재미있다. 등장인물들이 헛갈려서 앞페이지를 계속 뒤적거리게 되는 불편함만 제외한다면. 2권부터는 드뎌 그 유명한 관중이 등장하게 되니 상당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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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열국지 1 - 신화에서 역사로
이수광 지음 / 대산출판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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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통털어 읽은 책이 삼국지 밖에 없을 정도로 편식의 독서를 했다. 이젠 삼국지를 다시 읽으면 모든 장면을 다 알기 때문에 재미가 현저하게 떨어지므로 읽지 않는다. 삼국지와 비스무리한 스타일이면서도 더 많은 등장인물, 유명한 고사, 권모술수, 세력다툼이 그야말로 난무하는 열국지를 읽으려고 맘먹었으나 초반의 지루함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던 군대시절이후 거의 10년만에 다시 열국지에 도전하게 되었다. 




  열국지는 한학자이기도한 김구용 선생의 동주 열국지부터 최이산, 유재주등의 많은 저자들이- 삼국지에 비하면 택도 없지만 - 번역을 해놓았기에 어떤것을 선택할까 고민해야 했다. 군시절 잡았던 판은 김구용판이었는데 나름 흥미도 있었지만 당시엔 책읽기 자체를 멀리했던 터라 금방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헛갈려서 누가 누군지 모르는 지경에 이으렀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슨 공은 이렇게 많으며 왕은 더럽게 많고 나라또한 수두룩하니 골이 아파왔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아는 양반들이 꽤 생겼기에 훨 수월해졌음을 느낀다. 




  사실 김구용판을 보고 싶었다. 김구용판 삼국지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그의 한학자로서의 명성도 한몫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다른 삼국지들보다 선호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세손가락에 꼽히는 삼국지기 때문이다. 박종화, 황석영다음으로 김구용을 꼽는다. 이문열, 본삼국지(연변출신작가 이름은 기억이 안남)등도 읽어보았지만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요즘 본 삼국지를 많이 추천하는데 원전에는 충실할지 모르나 소설적 구성으로는 가히 개판이라고 할수 있을 정도다. 너무나 상세한 설명을 구구 절절히 다 해놓았기에 그런 친절함이 역으로 거슬림을 갖게 한다. 




  하지만 결국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이수광의 열국지다. 춘추전국시대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가 개정하면서 열국지로 스리슬쩍 바꾼 이수광판을 선택한 이유는? 가격이 싸서. 김구용판에 비해 거의 반값수준이 아니던가? 특가에 놀라 충동구매해서 선택한 것이라. 그리고 이수광의 책, 조선의 미스터리 뭐시기 하는 책도 괜찮게 읽었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아무리 싸더라도 멋도 모르는 양반의 책을 무턱대고 구입할리는 없다. 예전엔 그런적도 있지만 뭐. 

 

 

  중국사람들의 구라는 하여간 알아줘야 한다. 중국 천지창조신화는 그 어떤 신화보다도 황당하다. 태초에 암흑이 있었는데 혼돈한 것중의 밝고 맑은 것은 위로 올라가서 하늘이 되고 어둡고 흐린건 가라앉아 땅이 되었는데, 그사이에서 튀어나온 반고라는 양반은 1만 8천년동안 키가 자라 하늘과 땅을 갈라놓고 뒈지면서 시체의 여러부분이 퍼져나가 산이되고 들이 되고 해가 되고 달이되었다는 대 구라를 풀어놓는다. 대륙시리즈의 시초가 아닐까 의심되는 이 구라는 다른 구라, 삼황오제의 구라로 이어지는데 참 재미없는 부분이다. 





  태평성대를 가져왔다는 훌륭한 임금의 대명사, 두고두고 거론되어온 요순임금시대를 지나 하나라 은나라를 거쳐 드뎌 강태공이 등장하고 주무왕이 주나라를 만들기에 이른다. 요순임금은 꾸며낸 가상속의 인물, 유토피아같이 이상적인 존재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기에 주나라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재미있어진다. 여러 제후들이 주나라를 황실로 두지만 개무시 하면서 지들끼리 피터지게 싸우는것이 열국지의 구성이 아닌가. 그 안에서 공자 맹자 관중 손자등등등 유명한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게 되는 것이고. 




  김구용선생이 완역한 풍몽룡의 열국지에는 진나라의 진문공이 등장하는 장면부터 시작하게 된다는데 이때부터 흥미진진하면서 복잡하다.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애비애미형제친족할것없이 쳐죽이고 또 죽이는 연쇄가 일어나는데, 역시 살아남는 것은 운좋은 놈이나 정세와 명분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뛰어난 모사를 둘줄 아는 놈이 오래 살아남아 이름을 남기게 된다. 초반의 3분의 1정도의 지루한 부분을 넘어 후반부로 가면 참 재미있다. 등장인물들이 헛갈려서 앞페이지를 계속 뒤적거리게 되는 불편함만 제외한다면. 2권부터는 드뎌 그 유명한 관중이 등장하게 되니 상당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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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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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세대의 극심한 고생담을 듣노라면 먼나라 딴세상이야기 같았다. 그리 넉넉하게 자라진 못했지만 밥을 굶어본적은 거의 없기에 하루종일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 어려웠다는 말을 들어도 와닿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경험담보다 오히려 소설속의 묘사들이 더 와닿곤 한다. 조정래 선생의 소설들을 읽을때가 특히 그렇다. 주인공의 상황과 심정을 읽노라면 인물의 감정이 와닿으며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얼마전 중편을 개작해서 장편으로 출간된 소설 '황토'처럼 이책도 중편을 장편으로 개작한 것이다.


  먹고 살길을 찾아 어느정도의 희망도 품고 서울로 올라왔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더욱 모진 고생속으로 들어가는 복천영감.    
전형적인 순박한 시골 농부인 복천은 평생을 농부로 성실하게 살아왔으나 가난을 면치 못한다. 남의집 머슴살이에서 겨우 벗어나 자기땅을 가지고 농사를 지었으나, 평생고생만 하던 아내가 병에 걸리고 만다. 병수발로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아내도 살리지 못한 복천. 급기야 이웃집에서 빌린 소를 몰래 팔아 서울로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 


  평생 시골에서 순박하게 살아온 그에게 매정한 서울사람들과 복잡한 거리는 낯설기만 하다. 먹고살길도 막막하고 가진거라곤 소훔쳐 판돈밖에 없는 복천은 두 아이를 데리고 잘곳조차 마땅치 않는데, 길에서 우연히 만난 떡장수여인의 도움을 받아 판자촌에 집을 마련하고 장사도 시작한다. 그렇게 땅콩장사는 어이없는 사기로 날라가 버리고, 좌절할 여유도 없이 밑천적게드는 칼갈이를 시작하게 되지만 여전히 서울이 낯선 그는 모진 고생을 하게 되는데…….








  먹고 살기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노숙자와 실업자는 널려있다. 가난한 사람이라고 다 착하고 착한사람이라고 다 가난한것은 아니지만 모질지 못하고 착하기만 한 사람은 아직도 사기를 당하고 모진 고생을 하는것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현대에도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남을 속이고 등치는 사람이 잘사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인정을 받고 착한사람은 약하고 어리석은 바보로 손가락질 받기도 한다. 바르게 세상을 살면 남에게 당하기 쉽고, 남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나도 모질게 살아야 하는것이다. 
 
  나또한 그리 착한 사람은 못되지만 남을 잘 믿는 편이라 크고 작은 사기를 여러번 당했다. 납품일을 하면서 늦은 나이에 장가도 못가고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사람의 하소연을 듣고 포장만 번지르르한 썩은 굴비를 여러상자 사주기도 했고, 전화로 권유하는 콘도 회원권을 비싼 가격에 샀다가 쓰지도 못하게 된 경우도 생겼다. 지방에서 일을하면서 만난 친구에게 휴대전화 명의를 빌려줬다가 덤탱이 쓴일도 있으며 그 외에도 교묘하고 법에 걸리지 않거나 처벌하기 힘든 작은 사기를 당한적이 상당하게 있다. 그래서 나도 모질고 독하게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고 조금씩 그렇게 변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타인을 매정하게 대하는 것이 버릇이 되고 이득만 쫓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래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면 또 당하게 될테니까. 
내 가까운 피붙이도 남의 말만 밑고 턱없는 권리금을 주고 계약을 했다가 손해를 보았으나 제대로 고소고발도 하지 못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사기꾼은 오히려 뻔뻔스럽고 표독스럽게, 방귀뀐놈이 성내는 식으로 큰소리만 치는게 아닌가.


  요즘도 이렇게 정신차리지 않으면 당하는데 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되는 서울인심은 지독하기 짝이없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대로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서로 해를 가하고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대로 없는 사람을 착취하는 것이다. 선생의 소설에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세하고 절절하게 묘사되어있다. 


  원래 이런 소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다. 지지리 고생만 하는 이야기나 전쟁이야기 등은 그리 흥미를 끌만한 소재가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선생의 작품은 읽다보면 절로 몰입이 된다. 술술 읽히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늘 심각한 사회의 문제들만 거론하는 작가라는 편견을 가지고 선생의 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이 상당하며 나또한 그랬다. 하지만 그것은 직접 소설을 읽게 되면 틀렸다는 것을 이내 알게된다. 원래 책이라곤 전혀 가까이 하지 않았으며, 읽게된 지금도 책읽는 속도가 느리고 약간의 난독증이 있으며, 집중력이 없으며 흥미없는 것은 결코 하기 싫어하는 나도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선생의 진가는 장편이나 단편보다 대하소설에 있다. 장편이 못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현대사 3부작의 재미가 좋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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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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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주인공은 당연히 셜록홈즈이다. 셜록홈즈도 에드거 엘런 포의 최초의 추리소설 '오귀스트 뒤팽'의 영향을 받아서 창조된 인물이긴 하지만 뒤팽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추리소설의, 탐정의 대명사로 꼽히는 것이다. 셜록홈즈를 시작으로 수많은 탐정 추리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지금도 진행중인데, 그렇다면 셜록홈즈가 씌여진 시대에도 당연히 많은 탐정들이 등장했을 것이라. 하지만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이 책이 나오니 자연히 호기심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제목이 '셜록홈스의 라이벌들'이다.

 

  셜록홈즈의 라이벌들을 다루기 때문에 셜록홈즈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것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셜록홈즈의 전집을 보유하고 있는 나로서는 더 좋은일이다. 황금가지에서 나온 셜록홈즈는 1~6권까지 중고로 싸게 구입했는데, 남은 세권을 채우기도 전에 눈에 띈것이 시공사의 셜록홈즈 전집이었다. 황금가지 판보다 1권이 적은 이 전집은 처음에 관심이 없었다. 확인한적은 없지만 출판사인 시공사가 전두환의 아들놈이 하는 출판사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입하고 말았는데, 역자가 추리소설 마니아인 정태원씨였기 때문이다. 어릴적부터 추리소설에 매료된 나머지 평생을 '셜로키언'이 되어 그것을 직업으로까지 하게되었으며 추리소설을 위해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해 원서를 탐독하기까지 한 역자의 열정에 흥미가 생겼던 것이다. 수만권의 추리소설을 수집하기로도 유명한데 과연 추리소설 마니아 답게 번역도 마음에 들었으니, 황금가지판의 나머지 3권을 채우지 않게 되버렸다.

 




 

  이 단편집의 역자도 정태원씨다. -이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안타깝게도 정태원씨는 얼마전 지병으로 54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한다- 추리소설 마니아 답게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번역을 보여준다. 다만 아무래도 셜록홈즈에는 못미친다.

초반엔 코넌도일의 단편들이 나온다. 홈즈가 등장하지 않는 코넌도일의 단편은 처음접해본다. 그의 이름이 있길래 아무래도 홈즈가 등장하겠거니 했지만 다행히(개인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홈즈가 등장하지 않는 도일의 단편은 어색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추리소설을 좋아하긴 했었지만 마니아 수준은 아니고, 편식도 심해서 셜록홈즈와 괴도뤼팽, 애거서 크리스티 외에는 고전추리물들을 읽어본 기억이 없어서 전편이 새로운 작가에 새로운 이야기였다. 10인의 작가들이 나름대로의 탐정을 등장시켜 사건을 해결하는데 가장 괜찮았던 작가는 아서 모리슨의 마틴 휴이트 탐정씨리즈였다. 고전을 읽다보면 아무래도 낯설은 배경과 시대상황때문에 골이 조금 아픈데, 아서 모리슨의 작품들은 그런 것들이 그다지 거슬리지 않고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나오는 그랜트 앨런의 카우슈크 대령이야기도 흥미롭다. 변장의 귀재 괴도뤼팽을 연상시키는 카우슈크 대령은 아무도 본 모습을 모르는 신출귀몰한 사기꾼이다. 감쪽같이 속아넘어가는 밴드리프트 일행의 이야기는 참으로 기발하다.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이작품은 카우슈크대령이 아닌 밴드리프트일행을 중점으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다시말해 피해자의 입장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더욱 새롭고 재미있었다.

 

  약간 지루함을 느껴서 대충 읽어버린 단편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괜찮은 단편들이다. 그시대 많은 작품들 중에서 선별한 작품들일것이고, 그 막강한홈즈를 상대했던 인물들일테니 그럴 수 밖에 없을것이다. 요즘은 일본추리소설들이 범람하는데 개인적으로 동유럽이나 이런 고전 추리물들이 더 끌리는 나로선 흡족할만한 선택이다. 일본추리물이 지겹거나 고전추리소설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좋은 선택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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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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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래 선생이 대하소설 3부작을 완성한 다음으로 내놓은 작품이 인간연습이라고 한다. 현대사 3부작의 아우라가 너무 컷던 탓인지 이 작품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출간한지 한참뒤에 구입했고, 또 한참뒤에 이렇게 읽게 되었다. 많지도 않은 분량에 잘 읽히는 소설을 왜 이제야 읽게 되었던가. 요즘 불놀이, 대장경 재출간을 시작으로 황토, 비탈진 음지의 장편개작등 꾸준한 출간이 계속되니 애독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이 작품은 오 하느님(사람의 탈)과 함께 대하3부작 완성과 재출간 움직임 사이에 묻혀 많이 읽히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재출간 하기도 애매한 시기의 작품이고.

 

  소설은 북한에서 남파되었다가 붙잡힌 이른바 간첩이 주인공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이다. 선생은 그동안 우익단체등으로 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994년 고소를 당한것을 시작으로 고초를 겪었으나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었다. 초반부를 읽어나가면서 다소 놀란것은 소련의 붕괴로 큰 충격을 받은 주인공들이었다. 소설의 초반부만 읽어보았더라면, 작가가 그런 혐의를 받을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없어진다. 공산주의국가에 대한 모진 비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떡공이라 불리는 깡패출신 죄수들에게 갖은 폭행을 당하면서도 꾿꾿이 전향하지 않았던 윤혁과 박동건은 고문으로 정신을 잃어버린 순간에 강제로 전향을 당하고 만다. 그리고 남한시민이 되어 풀려나게 되지만 남은것은 친인척을 포함한 사람들의 멸시뿐. 자발적으로 전향한 것이 아니지만 북쪽에서는 배신자로, 남쪽에서는 간첩으로, 어딜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인 것이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중 소련이 망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은 박동건은 세상을 뜨게 된다. 자식조차 모두 참석하지 않은 장례식장은 쓸쓸하기만 하다. 그도 그럴것이 빨갱이 부모를 두었다는 이유로 공무원이었던 큰아들은 퇴직당하고, 같은 이유로 이혼당한 딸은 자살 하고, 아내와 막내아들외에 윤혁만이 참석했던 것이다.

  윤혁또한 삶에 그리 미련이 없지만, 우연히 알게된 고아 경희와 기준을 돌보는 것이 낙이다. 노동운동으로 감옥에서 만난 인연으로 찾아오는 강민규와 그가 가져다주는 번역일거리도 버팀목이 되어준다.

 




 

  6.25 전쟁 말고는 작은 무력 충돌조차 없었던 냉전시대가 무너진 것은 미국의 전략, 즉 소련 주변국가와 동맹을 맺어 고립시키는 전략이 원인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게다가 해안가가 드문 소련의 지정학적 위치상 그 전략은 더욱 잘 맞아 떨어졌을것이다.

하지만 가장 주된 원인은 권력의 부패에 있다. 역사상 어느나라든지 패망은 내부의 부패로부터 시작된다. 조조가 뛰어난 능력과 막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도 촉과 오를 생전에 어쩌지 못한 이유는 촉과 오의 협력도 있었겠지만 정치가 바로서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본에게 침략을 당한것도 따지고 보면 내부의 원인이 더 큰것이다. 민심을 거스리고 집안싸움하기 바빠서 그런 일을 자초한 것이다. 공산권 국가들도 당의 타락한 정치권력 때문에 스스로 붕괴되었다. 다같이 잘살고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분배한다는 사상자체는, 봉권주의에 시달리던 그당시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상이오 희망이었으므로 한때는 세계적인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일뿐 인간의 기본욕구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성취욕과 소유욕을 간과했다. 우습게도 정치지도자들의 이기적인'욕심'때문에 공산주의는 패망한것이라고 소설은 말하고 있다. 

북한의 정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것은 대대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김일성부자의 욕심이자 세습 독재권력, 봉건세력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이기성이라는 본능의 힘은 무섭다. 모든 종교의 공통된 미덕은 나만을 위한 이기심을 버리고 남도 위할 줄 아는 이타행을 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그 지고한 가르침을 행하는 것은 각 종교의 성직자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대다수가 이기심에 사로잡혀 신의 이름을 팔아가며 타락하고, 사회 권력을 형성해 횡포를 자행하고, 심지어 신을 내세워 살인을 합리화 하는 전쟁까지 불사해온 것이 인류사였다. 그 막대한 해독 때문에 마르크스는 일찍이 종교를 부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성직자들이 이기심이라는 본능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했듯 당원들도 다를 것이 없었다.

 












-119~120 중-

 


 

  역사를 보면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있더냐?"

라는 말로 유명한 진승은 진시황 사후 권력을 잡은 후 이전의 권력자들과 똑같은 욕심으로 통치를 했고 곧 패망하게 되었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유명했다고 하는 '바츠해방전쟁'은 게임상에서 권력을 잡고 무거운 세금을 매기던 DK연맹에 대항해 일어난 혁명이다. 하지만 DK연맹을 몰아내는데 성공한 반 DK연맹은 얼마뒤 DK연맹이 했던 짓을 똑같이 반격했고, 부활한 DK연맹에 패망하게 된다.

역사도, 심지어 게임상에서 조차 그런 부패한 인간의 욕심이 드러나는데 공산주의라는 것은 애초에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같은 이상일 뿐이다. 인간은 이런 이상을 실현했고 좌절해 왔으니 말 그대로 인간 연습일 뿐이었다. 앞으로도 반복될일이지만 희생을 최소화 해야하는 연습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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