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래 선생이 대하소설 3부작을 완성한 다음으로 내놓은 작품이 인간연습이라고 한다. 현대사 3부작의 아우라가 너무 컷던 탓인지 이 작품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출간한지 한참뒤에 구입했고, 또 한참뒤에 이렇게 읽게 되었다. 많지도 않은 분량에 잘 읽히는 소설을 왜 이제야 읽게 되었던가. 요즘 불놀이, 대장경 재출간을 시작으로 황토, 비탈진 음지의 장편개작등 꾸준한 출간이 계속되니 애독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이 작품은 오 하느님(사람의 탈)과 함께 대하3부작 완성과 재출간 움직임 사이에 묻혀 많이 읽히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재출간 하기도 애매한 시기의 작품이고.

 

  소설은 북한에서 남파되었다가 붙잡힌 이른바 간첩이 주인공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이다. 선생은 그동안 우익단체등으로 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994년 고소를 당한것을 시작으로 고초를 겪었으나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었다. 초반부를 읽어나가면서 다소 놀란것은 소련의 붕괴로 큰 충격을 받은 주인공들이었다. 소설의 초반부만 읽어보았더라면, 작가가 그런 혐의를 받을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없어진다. 공산주의국가에 대한 모진 비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떡공이라 불리는 깡패출신 죄수들에게 갖은 폭행을 당하면서도 꾿꾿이 전향하지 않았던 윤혁과 박동건은 고문으로 정신을 잃어버린 순간에 강제로 전향을 당하고 만다. 그리고 남한시민이 되어 풀려나게 되지만 남은것은 친인척을 포함한 사람들의 멸시뿐. 자발적으로 전향한 것이 아니지만 북쪽에서는 배신자로, 남쪽에서는 간첩으로, 어딜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인 것이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중 소련이 망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은 박동건은 세상을 뜨게 된다. 자식조차 모두 참석하지 않은 장례식장은 쓸쓸하기만 하다. 그도 그럴것이 빨갱이 부모를 두었다는 이유로 공무원이었던 큰아들은 퇴직당하고, 같은 이유로 이혼당한 딸은 자살 하고, 아내와 막내아들외에 윤혁만이 참석했던 것이다.

  윤혁또한 삶에 그리 미련이 없지만, 우연히 알게된 고아 경희와 기준을 돌보는 것이 낙이다. 노동운동으로 감옥에서 만난 인연으로 찾아오는 강민규와 그가 가져다주는 번역일거리도 버팀목이 되어준다.

 




 

  6.25 전쟁 말고는 작은 무력 충돌조차 없었던 냉전시대가 무너진 것은 미국의 전략, 즉 소련 주변국가와 동맹을 맺어 고립시키는 전략이 원인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게다가 해안가가 드문 소련의 지정학적 위치상 그 전략은 더욱 잘 맞아 떨어졌을것이다.

하지만 가장 주된 원인은 권력의 부패에 있다. 역사상 어느나라든지 패망은 내부의 부패로부터 시작된다. 조조가 뛰어난 능력과 막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도 촉과 오를 생전에 어쩌지 못한 이유는 촉과 오의 협력도 있었겠지만 정치가 바로서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본에게 침략을 당한것도 따지고 보면 내부의 원인이 더 큰것이다. 민심을 거스리고 집안싸움하기 바빠서 그런 일을 자초한 것이다. 공산권 국가들도 당의 타락한 정치권력 때문에 스스로 붕괴되었다. 다같이 잘살고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분배한다는 사상자체는, 봉권주의에 시달리던 그당시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상이오 희망이었으므로 한때는 세계적인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일뿐 인간의 기본욕구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성취욕과 소유욕을 간과했다. 우습게도 정치지도자들의 이기적인'욕심'때문에 공산주의는 패망한것이라고 소설은 말하고 있다. 

북한의 정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것은 대대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김일성부자의 욕심이자 세습 독재권력, 봉건세력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이기성이라는 본능의 힘은 무섭다. 모든 종교의 공통된 미덕은 나만을 위한 이기심을 버리고 남도 위할 줄 아는 이타행을 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그 지고한 가르침을 행하는 것은 각 종교의 성직자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대다수가 이기심에 사로잡혀 신의 이름을 팔아가며 타락하고, 사회 권력을 형성해 횡포를 자행하고, 심지어 신을 내세워 살인을 합리화 하는 전쟁까지 불사해온 것이 인류사였다. 그 막대한 해독 때문에 마르크스는 일찍이 종교를 부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성직자들이 이기심이라는 본능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했듯 당원들도 다를 것이 없었다.

 












-119~120 중-

 


 

  역사를 보면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있더냐?"

라는 말로 유명한 진승은 진시황 사후 권력을 잡은 후 이전의 권력자들과 똑같은 욕심으로 통치를 했고 곧 패망하게 되었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유명했다고 하는 '바츠해방전쟁'은 게임상에서 권력을 잡고 무거운 세금을 매기던 DK연맹에 대항해 일어난 혁명이다. 하지만 DK연맹을 몰아내는데 성공한 반 DK연맹은 얼마뒤 DK연맹이 했던 짓을 똑같이 반격했고, 부활한 DK연맹에 패망하게 된다.

역사도, 심지어 게임상에서 조차 그런 부패한 인간의 욕심이 드러나는데 공산주의라는 것은 애초에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같은 이상일 뿐이다. 인간은 이런 이상을 실현했고 좌절해 왔으니 말 그대로 인간 연습일 뿐이었다. 앞으로도 반복될일이지만 희생을 최소화 해야하는 연습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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