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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의 슈퍼 파워 ㅣ 귀쫑긋 지식 그림책
솔레다드 로메로 마리뇨 지음, 소니아 풀리도 그림, 조은영 옮김 / 토끼섬 / 2025년 6월
평점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초보 식집사인 전 사실 식물을 고를 때 어느 환경에서나 잘 자라는 편인지, 집에 뒀을 때 미적으로 아름다운지를 주로 봤어요. 식물은 늘 같은 자리를 소리 없이 지켜내는 존재여서 그런지 생명체로 인식하기 보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치부해 온 것 같아요. 아이에게 “식물은 살아있는 생명체야, 아프게 하면 안 돼”라며 잘도 잔소리했으면서 말이죠.
저자 솔레다드 로메로 마리뇨 는 우리가 사는 집, 정원, 동네 공원과 같은 일상의 공간뿐만 아니라 높은 산꼭대기, 깊은 열대 우림, 메마른 사막의 모래 언덕과 같은 다양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강인한 초능력을 지닌 생명체로서의 ‘식물’에 주목했어요. 이 책에서 그는 해바라기, 민들레와 같이 익히 알려진 식물에서부터 넵튠그래스, 웰위치아 등등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식물 총 54종을 마치 마블 영화 속 수퍼 히어로를 소개하듯 인상적으로 보여주죠.
1,000년도 넘게 사는 바오바브나무, 초원을 이루어 아마존의 열대 우림보다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넵튠 그래스, 습지 바닥에서 적절한 때를 기다리며 1,300년이라는 시간 끝에 싹을 틔우기도 하는 연꽃,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맹독을 품은 협죽도, 살짝 건드리면 잎을 반으로 접어 닫고 시든척하는 연기로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는 미모사 등등... 이 책을 통해 만난 식물들은 저마다 개성이 특장점이 뚜렷한 생명체들이었어요.
책을 읽고 난 후, 우리 집에 사는 식물들을 보는 눈도 달라졌어요. 한 사람에 대해 시간을 두고 자주 만나고 대화하며 천천히 알아가듯, 제가 키우는 식물들 한 종 한 종을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우리보다 더 강인한 생명력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구성해 주는 주변의 식물에게 새삼 고맙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지식 그림책’이라 하면 왠지 딱딱할 것 같고, 재미없을 것 같이 보였어요. 그런데 이 책은 식물들이 지닌 신비한 능력들을 알아가는 재미에 더해 소니아 풀리도 의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삽화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됐어요. 톡톡 튀면서도 조화로운 색감과 한눈에 들어오는 아이콘과 장식적인 내외지 디자인 덕분에 아이도 자주 보여달라고 가져오던 책이었죠.
덕분에 아이에게 식물의 이름과 각각이 지닌 특별한 힘을 간략히 소개해 준 뒤, 함께 물감으로 나뭇잎을 표현해 보는 독후 활동까지 해볼 수 있었어요. 붓으로 톡톡 찍어 나뭇잎을 표현하며, 연신 “재미써” “재미써!!!!”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니, 저도 흐뭇하고 덩달아 기분 좋아지던 시간이었네요.
저처럼 식집사이시거나 식물에 관심이 생긴 인님들이 있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에 대해 하나하나 천천히 알아가듯, 이 책을 옆에 두고 식물 한 종 한 종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 보시길 추천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