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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서 ㅣ 보통날의 그림책 8
한여름과 한겨울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7월
평점 :
#도서제공 #책읽는곰
“내가 너에게 우주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되어줄게”
시간이 흐를수록 저와 일상을 또는 근황을 나누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참 귀하게 느껴져요. 저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만나며 서로 안부를 묻는다는 것, 참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 드넓은 지구에서 우리가 서로 만난 건 기적 같은 일이더라고요.
한여름과 한겨울 작가님들이 쓰고 그린 그림책, <네가 있어서> 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다루고 있어요. 가장 추운 세계에서 태어났지만, 언제나 변치 않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펭귄 ‘한여름’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마음에서 태어난 변화무쌍한 고양이 ‘한겨울’이라는 캐릭터는 서로에게 둘도 없이 귀한 친구로, 늘 서로의 곁을 지키며 적절한 때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위로와 응원을 주고받죠.
살다 보면 꼭 좋은 일만 생기진 않더라고요. 마음이 무너지는 숱한 상황 앞에서 서로에게 기대고 위로하는 주인공들을 보니, 확신의 외동인 저희 아이가 세월의 거센 풍파를 함께 이겨낼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물론 누군가와 함께하다 보면 날선 모습, 차가운 감정, 이기심, 부정적 태도 등을 서로에게 보이며 마음에 생채기를 주고받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전 긍정적, 부정적 감정을 고루 마주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관계는 한층 깊어진다고 믿어요.
아이가 편안하지만 외로운 외톨이가 되기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살길 바라는 마음에... 독후 활동으로 1960년대부터 ‘사람’을 화폭에 담아낸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서세옥 작가님의 작업을 함께 재현해 봤어요. 어깨를 마주하거나, 손에 손을 잡고 있는 듯 보이는 작가님의 사람 연작은 군중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죠.
아이가 다양한 인간 군상을 접하며 단단하고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감자에 서세옥 작가님의 인물 형상을 하나하나 새기고, 아이와 함께 안료를 발라 화지에 찍어보는 작업을 해봤답니동.
“네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너에게 우주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되어줄게”라는 책 속 대사처럼, 저도 아이를 비롯한 제 주변 사람들이 언제든 달려와 기댈 수 있는 품 넓은 어른으로 늙어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