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말하자면 평이하다. 책의 전반부는 괴벨스의 속기사 중 한 명이었던 브룬힐데 폼젤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촬영하는 와중에 인터뷰한 내용을 발췌한 내용이고, 후반부는 그 내용을 기반으로 토레 한젠이 다시금 극우주의가 부상하는 현시대의 우려를 논평한 내용인데 양쪽 모두 새롭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토레 한젠은 본인의 논지를 전개하기 위해 폼젤의 증언을 너무 편의적으로 인용한다는 느낌마저 있었다.오히려 빛나는 부분은, 어떤 성찰이나 교훈을 끌어내려는 거대한 이야기보다 친하게 지내던 유대인 친구가 당에 가입하려는 폼젤을 따라간 에피소드 따위거나, 수사의 의도가 전혀 없어 오히려 문학적인 폼젤의 몇몇 문장들이었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 출간된 작품에는 많은 경우 완성된 판본인지에 대한 논쟁이 뒤따른다. 이 작품에는 이 방대한 분량을 한 권으로 출판할 의도였는지, 다섯 권으로 분절할 의도였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분절 쪽이 더 흥미로웠다. 그만큼 각 권은 다루는 내용에 있어서나 형식에 있어서나 개별 작품만큼의 차별성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순서를 달리 해서 읽을 수도 있다. 한 번의 통독으로 모든 재미를 파악하기는 힘들 수도 있기에 순서를 달리 하며 재독을 했을 경우 작품이 품은 숨은 차원이 한꺼풀씩 모습을 드러낼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일종의 현대적 신화, 라틴 아메리카를 배경으로 한 신화처럼 보이기도 하다.
끝까지 읽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글이 어렵다거나 번역이 이상해서는 아니었다.(그렇다고 번역이 좋은 것 같지도 않다.) 작가는 사소한 것에 몰두하거나 귀여운 에피소드를 연결하는데, 그게 전부로 여겨져서 당혹스러웠다. 도무지 흥미를 유지하기 힘들어 꾸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러시아 문학계에서는 어떤 의미를 지는지 내가 알 도리는 없으나, 과연 이것을 현재 러시아의 문학이라고 한국에 소개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