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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작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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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재미있는데 왜 말이 달리나요?
그럼 인간이 달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그 사람은
우리와 같은 온전한 두 다리를 갖고 싶은 게 아니에요.
다리는 형체죠.
진정으로 가지고 싶은 건 자유로움이에요.
가고자 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요.
자유를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아주 잘 만들어진,
오르지 못하고 넘지 못하는 것이 없는
바퀴만 있으면 돼요.
문명이 계단을 없앨 수 없다면
계단을 오르는 바퀴를 만들면 되잖아요.
기술은 그러기 위해서 발전하는 거니까요.
나약한 자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강한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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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아버지는 종일 개울에서 허덕였으나 저녁에 잠도 달게 오지 않았다.
젊어서 서당에서 읽던 백낙천(白樂天)의 시가 다 생각이 났다.
늙은 제비 한 쌍을 두고 지은 노래였다.
제 뱃속이 고픈 것은 참아 가며 입에 얻어 문 것은
새끼들부터 먹여 길렀으나,
새끼들은 자라서 나래에 힘을 얻자
어디로인지 저희 좋을 대로 다 날아가 버리어,
야위고 늙은 어버이 제비 한 쌍만
가을 바람 소슬한 추녀 끝에 쭈그리고 앉았는 광경을 묘사하였고,
나중에는 그 늙은 어버이 제비들을 가리켜,
새끼들만 원망하지 말고,
너희들이 새끼 적에 역시 그러했음도 깨달으라는
풍자(風刺)의 시였다.

- 이태준의 ‘돌다리‘ - P71

"재물이란 친자간의 의리도 배추 밑 도리듯 하는 건가?"

- 이태준의 ‘복덕방‘ - P84

조선 문인들의 일본말은 대개 유창하였다.
서투른 것을 보다 유창한 것을 보니
유쾌해야 할 터인데
도리어 얄미운 것은 무슨 까닭일까?
차라리 제 소리 의외에는 옮길 줄 모르는
개나 도야지가 얼마나 명예스러우랴 싶었다.
약소 민족은 강대 민족의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것부터가
비극의 감수였던 것이다.

- 이태준의 ‘해방 전후‘ - P98

동포여 군국주의를 버리라.
약한 자를 학대하는 것은 일본의 명예가 아니다.
끝까지 이 인륜을 유린할 때에는
세계가 일본의 적이 될 것이니,
그때는 망하는 것이 조선이 아니라 일본이 아닐 것인가?

- 이태준의 ‘해방 전 후‘ - P98

높은 산등이라 하늘이 가까우련만
마을에서 볼 때와 일반으로 멀다.
구만 리일까, 십만 리일까.
골짜기에서의 생각으로는 산기슭에만 오르면 만져질 듯하던 것이
산허리에 나서면 단번에 구만 리를 내빼는 가을하늘.

- 이효석의 ‘산‘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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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유 - <미 비포 유> 두 번째 이야기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슬픔을 지겨워하는 것 같아요.
정해진 시간만, 6개월 정도만 슬퍼할 수 있고,
그다음에도 계속 슬퍼하면
나아지지 않는다고 살짝 짜증을 내죠.
불행에 매달려 있으면 제멋대로 군다고 해요." - P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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