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모든 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닥 훌륭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꽃나무는 가까이 다가온다고 해서 향을 더 나눠주는 존재들이 아니다. 어떤 때에는 바로 곁을 지나도 아무 냄새도 나지 않을 때도 있고, 어떤 때에는 제법 멀리 떨어져 있어도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모든 것은 그 나무의 컨디션과, 그날의 바람과 온도, 그리고 하필 그 순간의 내 호흡이 맞아떨어지는 아주 찰나에 좌우된다. 길을 걷다가 꽃나무 향기를 맡는 것도 나에게는 큰 횡재인 것이다.
보호해 줄 어른이 없고, 좋은 동행이 되어 줄 친구들도 적은 상태에서 아이가 올곧게 성장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아이들은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존재다. 아직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주위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 문제아와 모범생, 위기 청소년과 일반 청소년.이런 분별은 삶의 질곡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들의 머릿 속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번이라도 삶의 질곡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것과 저것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얇고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알 테니까.
남과 같은 곳만 바라보며 분노를 표출하기보다는 남이 보지 못하는 곳을 살피고, 마음을 열고 작은 도움의 손길이라도 베푸는 참다운 어른들이 더 많아지기를.
생은 쌍곡선 운동이다. 어딘가에서 하강할 때 또 어딘가에서는 상승한다. 변곡점이 곧 다가오리라.거기서 나는 새의 날개가 되어기쁨의 바람을 타고 떠오를 것이다.
‘앞으로 나의 길이 나를 어디로 끌고 갈까? 그 길은 괴상하게 나 있을 테지,어쩌면 그 길은 꼬불꼬불한 길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 길은 원형의 순환 도로일지도 모르지.나고 싶은 대로 나 있으라지.그 길이 어떻게 나 있든 상관없이 나는 그 길을 가야지.‘ - P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