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냥 베티 ㅣ 큰곰자리 47
이선주 지음, 신진호 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5월
평점 :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선 여자아이
둘, 분명 이 둘 중에 베티가 있을 것이다.
베티가 누구든 간에 우리
딸아이랑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두 아이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대개 우리는
‘그냥’이란 말을 별
의미없이, 아무대가 없이 사용한다.
베티는 왜 그냥 베티가 되고
싶었던 걸까?
그냥? 그냥. 그냥 제발
좀! 하는 우리 딸 말이 베티에게 오버랩이 되었다.
서연이네 집에 엄마친구가 오기로
했다.
서연이엄마는 서연이한테 친구의
딸이 오래도록 서연이랑 같은 방을 쓸거라고 한다.
서연이가 어떤 맘을
먹든 상관이 없다.
서연이는
착한아이니까.
p13
학교에서도 나는 착한 아이,
착한 학생으로
통한다.
애들은 나에게 숙제를
보여 달라고 하면서 ‘는
착하니까’라는 말을
덧붙인다.
선생님은 교실
뒷정리를 부탁하면서 ‘서연이는
착하니까’라고
한다.
그런데 왜 다들
나한테 뭐 해달라고만 하고 같이 하자고는 하지 않는 걸까?
착하다는 건
미안하다는 말 대신 쓰는 말일까?
이 문장을 읽는데 나는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착하다는 말이
싫다.
서연이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고
몇 년전만 해도 우리 둘째가 이러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다른 아이들보다 체격이 커서
또래 친구들의 뒷바라지는 다 하던 딸이
어느 날은 너무 힘들다고 엉엉
울었다.
착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안할 수
있냐고!ㅠㅠ
엄마는 착한 것 말고 딸이
당당하게 자기감정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음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마음이 여유가 될 때
친구를 봐줘도 된다고.
.
엄마 친구와 엄마친구의 딸 베티도 왔다. 베티는
코피노이다.
서연이랑 동갑이고 서로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서로 다를 것 같던 두 아이는 어느 새 우정의 맛을
알아간다.
p61-63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똑같이 민트 초콜릿을
시켰다.
나는 원래 민트 맛을 안 좋아하는데,
베티가 좋아하는 맛이라고 해 같은
맛으로 시켰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크게 베어 물었다.
아,
맛있다!
입에서
마음으로,
서로의 마음이
전해졌다.
아이스크림은 차가운데 마음은
따뜻했다.
친구란
그런거다.
처음에 낯설었다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한 발짝 다가갈 때 깊어지는 것.
그게 우정의 맛이
아닐까?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 같은 것.
p138
만약 베티라면 다르게 말했을 텐데.
혈액형이나 체형처럼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내 마음에 대해 말했을 텐데.
그게 ‘진짜 나’니까.
우리는
눈에 보이는대로 평가하고 결론 내려 그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친구란 눈에 보이지 않는 나를 알아봐주는
것이다.
p184
우정도 그런 것
같아,
나는 네 덕분에 처음으로 우정을
맛봤어.
조금 전에 너를 보자마자 어두운 방에 형광등이 켠 것처럼 마음이
환해졌어.
친구는 그런 건가
봐.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지는
거.
p201
“그래,
맞아.
우린 모두 부모님에게서 태어나지만
스스로를 고쳐 나가면서 성장하잖아.”
이 말을 하는데 가슴이 한쪽이 뻐근해져
왔다.
나와 베티는 엄마아빠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지만. 스스로를 고쳐나가며 성장해 간다.
그런 게 진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 가짜 어른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나는 진짜 어른이
될 것이다.
이 책을 딸아이랑 읽으면서 얼마전 함께 봤던 코피노에 대한 다큐가 생각났다.
우리 딸과 나에게 코피노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면
나도 아마 취재를 나왔던 기자처럼 베티를 바라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
우리가 다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는 시기지만 코피노는 여전히
낯설다.
코피노가 3만 인구를 넘어서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정부에서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고
있지않다는 것
그리고 늘 가진자의 시각과 편견으로 사회적 약자를 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회문제를 넘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로써는
성의식에 대해서도 제대로 교육할
의무감을 느꼈다.
무엇보다 사회적 문제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은 두 소녀의 우정은 보기
좋았다.
우리딸 아이의 학교에 코피노는 없지만 다문화를 가진 친구들은 한 학년에 한두명은
있다.
그래서인지 딸아이의 시선은 더 자유로운 것 같다.
"엄마, 친구인데 그게 문제야. 내 맘을 가장
잘 알아주는 게 친구지.
나도 엄마가 하도
뭐라고 할 때,
그냥이라고 하는
것처럼 아마
베티도
그랬을거야,
그냥 베티로 있고
싶을 것 아냐"
우리 딸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왜 베티가 그냥 베티가 되고 싶은지 다 이해가
되었나보다.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건지...
p162
"내 이름, 베티 앙이야. 엄마 성 따라서.
엄마는 아빠 만나면 베티 강이 될 거라고 했는데, 나는 베티 앙도 베티 강도 싫어.
그냥 베티로 살고
싶어."
우리는 알고 있다.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생겼다는 것을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로 살고 싶은거다.
지금의 베티처럼
그냥 베티로....
서연이와 베티의 우정을 통해
우리 딸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 준 책이 참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