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명문 서점 (반양장) - 오래된 서가에서 책의 미래를 만나다
라이너 모리츠 지음, 레토 군틀리아지 시몽이스 사진, 박병화 옮김 / 프로네시스(웅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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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명문서점>에는 정말로 가보고 싶은 서점이 많더라. 서점의 역할은 무엇일까? 단순히 물질적인 상품으로써의 책을 전시하고 파는 상업적인 공간에 불과할까? 이 책에 소개된 서점들은 하나같이 예술적이다. 그렇다면 책에 대한 다함없는 존중심의 표현으로써의 서점과,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한 정신적 휴식공간으로써의 서점의 역할 중에서 무엇이 더 우선일까? 나는 후자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지상 어디에서도 서점 만큼 마음이 편안한 공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동네에 있던 허름한 서점에서 삼중당 문고를 사곤 했을 때, 또는 월간 음악잡지(월간팝송)가 나오기를 기다려 한달음에 달려가 사곤 했을 때의 그 추억을 생각해 볼 때, 서점만큼 나를 사로잡은 공간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금 낡은 책꽂이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책들일지라도, 내게는, 책 자체가 중요한것이지 전시 공간으로써의 서점이 얼마나 예술적인가 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다,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된 서점들의 사진을 보고 나서 한국에도 아름다운 서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한국에도 동네마다 작은 서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없어지고 교보 같은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 뿐, 정작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써의 서점은 단 한군데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우리의 선조들이 얼마나 책을 사랑하고 아껴 읽었으며 책에 대한 신성한 관념들을 가졌었는지 생각해보면, 요즘처럼 책이 그저 하나의 대량 공산품 취급을 받고 있는 한국에 비해, 유럽의 특화된 지역서점들은 차라리 하나의 경이로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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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 이외에, 대학 수업준비를 위해서도 많은 책들을 읽어 왔다. 영어 자체에 대한 수업은 차치하고라도, 그동안 강의해 온 과목 중에는 <북미사회와 문화>, <영연방사회와 문화>, 그리고 작년부터 강의를 시작한 <세계의 축제와 여가문화>라는 과목까지, 영어와 영어문화권에 관한 과목 등 몇 개가 있다. 특히 <세계의 축제와 여가문화>는 강의 의뢰 전까지 그렇게 흥미를 가지고 읽어본 책은 없었다. 그런데 강의를 위해 관련서들을 구매하고 한  권씩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축제가 지니는 여러가지 의미들은 물론, 축제를 보는 시각들, 예를 들면 문화적, 역사적, 인류학적, 종교적, 민속학적인 틀을 통해 하나씩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몹시 흥미가 생겨나 지금은 또 하나의 평생 관심분야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내가 어떤 분야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그저 책읽기가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축제와 가면>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위해 상징 사전 세 권, 융의 anima와 animus, 그리고 persona에 관한 논문, 고대 희랍극에서의 가면의 역할, Joseph Campbell의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 또는 베니스 가면축제에서 주로 쓰이는 가면의 종류에 이르기까지, 가면에 관한 한 총체적인 시각을 가지고자 문턱 넘나들기를 한다는 뜻이다. 

어느새 나도 일본의 다치바나 다카시처럼(立花 隆) 한 주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읽는 습관이 몸에 밴 듯한 느낌이다. 인문과학은 인간 이해에 필수적인 분야이니만큼 읽어도 읽어도 늘 지적인 허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어쩌면 이 지적 허기야 말로 책 읽기의 본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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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또 하나의 세계 - 근사체험을 통해 다시 생각하는 죽음
최준식 지음 / 동아시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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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또 하나의 세계>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임사체험>을 읽기 전  입문서로 적합한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근사체험을 했던 사람들이 정신적인 변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죽음에 대한 성찰이란 다름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내가 누구인가를 깨달아야 하고 바로 여기에서 나를 초월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후세계의 존재유무에 대한 증명 또는 찬반 보다, 현재 이 시간 이 곳에서 호흡하며 살아 있다는 것에 더없이 감사하고 모든 것에 사랑을 나누어 주며 봉사와 끝없는 배움의 삶이 곧, 죽음도 삶의 한 형태이자 가없는 우주적 순환의 자연스러운 단계라는 것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든다. 지상에서 충실하게 사는 것이 사후의 삶보다 중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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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
강판권 지음 / 지성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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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라는 독특한 표제의 책을 읽었다. 이러한 주제의 책을 쓴 사람이나 그 책을 읽는 사람이나 보통의 사고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시각의 소유자일 것이다.  저자는 중국사와 중국 농업 경제사를 전공한 분이고 나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했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나무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고 나는 산에 올라 나무의 겉껍질을 만져보며 몇년이나 살아온 나무일까 생각하기를 즐기니까. 하지만 정작 저자는 나무 세기를 통해 우리의 옛 선비들이 학문을 펼쳐 나갔던 방법을 다시 되살리고자 한다. 성리학자들이 행했던 격물치지를 통해 하나의 사물을 세밀히 관찰하고 궁구하여 그것의 이치에 철저하게 닿은 뒤 다른 사물로 옮겨가는 것. 지금 같은 속도의 시대에, 느리게 그리고 하나씩 이치를 따져나가는 공부야말로 학문의 본령이 아닐까? 지금까지 내가 해온 학문 방법론에 대해 반성하게 하는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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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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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작고한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세계문학 중에서 저자가 읽었던 작품들에 대한 일종의 사적 작품론인데,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과 세계,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신체 장애인으로써의 경험 등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책 한 권을 관통하는 삶에 대한 관조와 사랑, 그리고 용서. 내면의 평화와 외면의 조화를 갈구하는 지극히 맑은 사유의 울림. 육체의 불편함을 딛고 서서 정신의 척도로 세계를 해석하고 인간의 조건을 부인하지 않으며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자 했던 저자의 인생관은, 온갖 비리와 거짓, 자기 기만과 물적 탐욕, 허명과 욕망에서 허우적대는 현대 한국인들에게 조용히 자연의 속도에 순응하는 삶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책에 소개된 작품들 가운데서 영문학 관련서들은 전공수업에서 또는 개인적으로 찾아서 대개 읽은 것들이지만, 작품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오로지 장영희 교수의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다.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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