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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
강판권 지음 / 지성사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라는 독특한 표제의 책을 읽었다. 이러한 주제의 책을 쓴 사람이나 그 책을 읽는 사람이나 보통의 사고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시각의 소유자일 것이다. 저자는 중국사와 중국 농업 경제사를 전공한 분이고 나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했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나무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고 나는 산에 올라 나무의 겉껍질을 만져보며 몇년이나 살아온 나무일까 생각하기를 즐기니까. 하지만 정작 저자는 나무 세기를 통해 우리의 옛 선비들이 학문을 펼쳐 나갔던 방법을 다시 되살리고자 한다. 성리학자들이 행했던 격물치지를 통해 하나의 사물을 세밀히 관찰하고 궁구하여 그것의 이치에 철저하게 닿은 뒤 다른 사물로 옮겨가는 것. 지금 같은 속도의 시대에, 느리게 그리고 하나씩 이치를 따져나가는 공부야말로 학문의 본령이 아닐까? 지금까지 내가 해온 학문 방법론에 대해 반성하게 하는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