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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아래층에 반달곰이 산다
마리메 지음, 임지인 옮김 / 라곰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 집 아래층에 반달곰이 산다』를 읽으면서 “이야기
가 이렇게 조용해도 사람 마음을 이렇게 많이 건드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화재로 집을 잃고, 회사와 인간관계에 지쳐 있던 유리코가 급히 이사한 집에서 “아래층에 반달곰이 산다”는 말을 듣는 설정부터 이미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무너진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이 반달곰이 특별한 사건을 일으키는 존재라기보다, 사람처럼 일하고 밥 먹고 이웃과 섞여 사는 아주 일상적인 존재라서 더 인상 깊더라고요.
유리코는 불안과 죄책감을 쉽게 느끼고, 하기 싫은 일도 참고 맞춰주는 타입이라 회사에서도 관계에서도 계속 자신을 혹사하는 인물이에요. 그런 유리코가 반달곰과 함께 밥을 먹고, 고민을 털어놓고, 아무 말 없이 쉬는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이 정말 잔잔하게 그려졌어요. 반달곰은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고,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조언을 건네는 존재였어요. 그래서 더 안전하게 느껴졌어요.
이 소설은 큰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보다 “지친 마음이 안심하고 쉴 수 있는 생활이란 뭘까”를 계속 보여줬어요. 완벽하지 않은 집, 어설픈 이웃 관계 속에서도 다시 안전감과 소속감을 회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있는것 같아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반달곰의 태도를 보면서, 좋은 이웃과 건강한 관계가 뭔지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어요. 다 읽고 나서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말이 오래 남았어요. 조용히 위로받고 싶은 날, 꼭 다시 펼치고 싶은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