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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ㅣ 키큰하늘 1
이은재 지음, 김주경 그림 / 잇츠북 / 2019년 5월
평점 :
"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라는 제목이 사춘기아이와 대립상태에 빠진 나의 눈을 사로 잡는다.
그리고 표지에 그려진 그림 역시 자기만의 미로에 갖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요즘의 모습을 나타내주고 있는 것만 같아서 가슴이 뜨끔해진다.
다람쥐 챗바퀴 돌리듯 매번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요즘...
이 책 한권이 아이와 나에게 지금의 모습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처음 시작하는 프롤로그에 나오는 이야기를 읽으며 진짜로 이렇게까지 하는 엄마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엄마의 모습...
'어쩌면 엄마는 그렇지 않은데 아이가 너무 과하게 느끼고 있는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살며시 들기도 한다.
우리 아이와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니 역시나 내가 느끼는 것은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 책의 주인공 용기적처럼 느껴지는게 맞다고 한다.
그러면...혹시 우리 아이도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물어보니 아니라고는 대답하는데 그래도 이 책에 나오는 엄마처럼 숨막히게 하는 엄마는 되지말자는 다짐을 다시하번 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용기적은 6학년.
엄마와 아빠가 결혼하고 십년만에 낳은 귀한 아들이다.
그리고 5학년 동생인 용하지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까지..모두 5명이 살고 있다.
뒤늦게 낳은 아들이라 엄마는 아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많다.

기적의 엄마가 하는 말을 읽으니 이게 바로 엄마의 욕심인건가 싶어진다.
이 욕심때문에 아이들을 더 옭아매는 것은 아닌지..
집에서는 엄마의 기대때문에 그리고 잘난척하는 동생 하지 때문에 편하지 않은 기적.
오히려 집보다는 학교가 더 편하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조차 매번 같은 일상의 반복에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는 선생님의 모습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무엇을 하든지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엄마..
학교 선생님께 예절 교육에 신경쓰라는 이야기를 듣고 잔소리를 하려던 엄마는 결국 신경쓰지 말라며, 좀더 독해질 필요가 있고 끈기를 길러야한다며 클라이밍을 신청했다는 엄마.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서 생각하고 결정하며 그대로 따라오라는 엄마의 모습이 정말 싫다는 우리 아이의 반응.
지금 주인공에게 필요한 것은 클라이밍이 아닌데 어떻게 엄마가 그런 것도 모를수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이 모습을 보니 혹시나 나도 아이의 마음을 몰라주고 혼자서 독단적으로 생활한 적은 없는지 슬며시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엄마가 하라는대로 움직이는 생활이 꼭 마리오네뜨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 삽화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엄마의 마음을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움받을 용기로 점점 사나워지는 기적이의 모습이 사춘기 아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더욱 안쓰럽게만 느껴진다.
물론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기적이의 모습에 공감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기적이가 엄마에게 한바탕 대들며 퍼붓는 이야기는 아이들은 공감하지만 엄마인 나는 참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게 바로 현실에서 있는 사춘기 아이가 있는 집의 모습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부분을 읽는 아이의 모습도 그리 좋아보이지만은 않는다.
공감하면서도 그러면 안되는데...라는 양심때문일까??

학교에서도 점점 더 사나워져만 가는 기적이..
결국 한발자국 뒤에 있던 아빠가 가족들과 속풀이 캠프에 가게 되는데...
속풀이를 하는 모습들을 보며 계란으로 바위를 깰수도 있구나라고 말하던 우리 아이.
결국 가족들 모두가 서로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주인공 기적이를 보면서 사춘기 아이인 우리 아이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고,
우리 아이는 주인공의 기분에 너무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인다.
본인도 다 컸다고...혼자서 하고 싶은게 많다고 말하는 아이...
우리아이도 주인공 기적이처럼 보이지않는 불만이 조금씩 나오는 중일까?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니 아이가 공감하는 부분을 보며 아이의 심리를 조금은 파악할 수 있어서 좋고, 또 엄마의 입장도 아이가 조금은 알 수 있어서 좋다.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초등 고학년 이상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감정을 공감하고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설탕으로 만든 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아이를 믿고 지켜봐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더 하게 만드는 이 책은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도 꼭 읽어봐야 할 책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