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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와이프 - 어느 날 나는 사라졌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에게서
킴벌리 벨 지음, 최영열 옮김 / 위북 / 2021년 7월
평점 :
이제부터 베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기로 한 여자는 선불폰과 지도만 가지고 무작정 도망을 쳤다. 한때는 사랑했지만 이제는 자신에게 폭력과 억압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베스는 남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통장에 있는 돈은 사용하지 않는 대신 자잘한 돈을 오랫동안 빼돌렸고 몇천 달러를 모아 도망친 것이었다.
베스는 집에 돌아온 남편이 자신을 곧 찾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장거리 이동이 많은 닉이라는 남자를 고용해 자신의 카드를 주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소액씩 써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집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된 그녀는 남편이 좋아했던 갈색 긴 머리카락을 대충 짧게 자르고 잿빛 금발로 염색했다. 그러고선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사는 모건 하우스라는 하숙집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제프리는 출장을 다녀온 뒤 집에 돌아왔다.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아내 사빈은 오늘 고객에게 집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돌아올 시간이 지나고, 밤이 지나도 사빈이 돌아오지 않았다. 사빈의 쌍둥이 언니 잉그리드는 제프리에게 전화를 걸어 사빈을 찾았지만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자 집에 쳐들어왔다. 제프리를 대놓고 싫어하는 잉그리드는 그가 사빈에게 폭력을 가했었다는 사실을 안다고 하며 그 때문에 사빈이 사라진 거라 여긴다.
결국 두 사람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고, 형사 마커스가 사건을 맡게 된다.
너무나 사랑해서 결혼을 했는데 그 사람이 어느새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다면 누구라도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도망을 칠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을 터였다. 폭력을 가한 배우자가 너무나 미안해하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둥 변명을 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시작이 어려울 뿐 그 이후로는 너무나 쉬울 게 당연해서 폭력을 사랑의 표현이라고 하거나 더러는 맞는 상대의 탓을 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폭력을 쓰는 배우자에게서 벗어나기란 어려워져 체념하고 만다. 시작부터 가명이라는 걸 밝힌 베스는 그런 여자처럼 될 뻔했다. 폭력을 쓰는 남편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해 체념했고, 가족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베스는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남편을 벗어났다. 그가 금세 따라올 거란 사실을 인지하고 움직였던 게 시간을 벌 수 있게 해줬다.
한편, 아내 사빈이 사라져 행방을 알 수 없어 걱정을 하는 제프리는 딱 봐도 의심스러운 남편이었다. 제프리가 사빈에게 폭력을 썼던 사실을 사빈의 쌍둥이 언니 잉그리드가 알고 있었다고 하며 그를 마치 살인범처럼 몰아붙였다. 앞서 언급했듯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너무나 쉬웠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제프리는 사빈이 사라지던 날 당일 공항에서 집에 오기까지 몇 시간의 공백이 있었다. 형사 마커스가 추궁을 해도 제프리는 공원에서 책을 읽었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의심을 자초했다.
소설 초반에는 베스가 도망을 치는 것을 시작으로 집에 돌아온 제프리가 아내 사빈이 사라진 걸 알고 초조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후 마커스가 수사를 시작하면서 각 캐릭터의 시점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찾아야 하는 사빈을 쫓고 언젠가는 잡힐 거라 예상하며 쫓기는 베스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소설이 진행되는 중간쯤에 사빈에게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놀라움을 안겼다. 그 사실을 안 제프리는 사빈의 애인인 트레버를 찾아가 사빈의 행방을 물으며 난동을 피우는 일도 있었다. 마커스는 형사의 감 때문인지 남편인 제프리의 곁을 맴돌며 그를 압박했다. 제프리가 아무리 억울하다고 표해도 믿을 수 없었던 건 소설 속에서 그런 남자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아내를 죽여놓고 아니라고 발뺌하는 전형적인 타입의 남자일 거라 여겨졌다.
그러는 한편 베스는 하숙집에서 가까워진 마르티나에게 소개받은 이를 통해 가짜 신분증을 만들었고, 마르티나가 일하는 성당의 청소부로 취직해 일을 시작했다. 도망칠 때 가지고 나온 돈을 허리춤에 차고 다닐 수밖에 없었던 베스는 도움을 준 마르티나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마르티나도 베스에게 완벽히 진실을 말한 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감이 오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 이런 타입의 소설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혹시나 싶었던 부분이 있었고, 이후 확신을 갖게 해준 장면이 있었다. 감을 잡고 읽어나간 소설은 예상한 대로 결말에 다다랐다. 어쩐 일로 추리가 성공했는데, 사실 이 소설은 힌트가 참 많아서 반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결말은 우려스러울 뻔했지만 베스는 이미 각오를 하고 도망치며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쟁취한 삶을 지켜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큰 용기를 낸 베스의 해피엔딩이 참 다행이었다.
자신의 결혼생활이 끝장났음을 인정하는 여자는 없다. 우리는 한때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을 계속해서 사랑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그 후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꿈꾼다. - P341
떠나는 것만으로는 폭력을 저지할 수도 없고, 자유를 보장받지도 못한다. ‘저 여자는 왜 저 남자를 떠나지 않는 걸까요?‘ 이 나라 곳곳의 가정이나 법정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다. ‘왜 저 남자는 저 여자를 못 가게 할까요?‘가 더 나은 질문일 것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난 답을 알아냈다. 당신은 나를 보내주느니 죽이고 말 거야. - P95.96
난 분노를 느낀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입에 총구를 쑤셔 넣지 않아. 뼈가 부러질 때까지 목을 조르지도 않지. 난 태연하게 한 인간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러고 보니 지난 10개월에 걸친 준비 괴정 동안 나는 태연한 것과는 참 거리가 멀었다. 이제는 죽느냐, 죽이느냐의 문제다. 당신, 아니면 나. 방아쇠를 당길 준비는 충분히 돼 있어.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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