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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7
찰스 디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24년 12월
평점 :
크리스마스 캐럴 에버니저 스크루지는 7년 전 동업자 제이콥 말리를 떠나보냈었다. 워낙 구두쇠로 유명한 스크루지였기에 장례식도 간소하게 치렀었다. 7년이 지난 현재 크리스마스이브에 구빈원에서 스크루지를 찾아와 기부를 원하는 게 영 마뜩잖다.
크리스마스이브이긴 하지만 평소와 똑같이 일하고 집에 돌아온 스크루지 앞에 죽은 말리의 유령이 나타난다. 당황한 스크루지를 향해 말리는 그에게 유령 셋이 올 거라고 하면서 그의 인생은 자신처럼 되지 않을 기회라고 말했다.
유령에 홀린 남자와 유령의 거래 화학 교수 레드로는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 싶다. 아끼고 아꼈던 여동생을 일찍 떠나보냈고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는 등 잊고 싶은 기억뿐이었다. 그런데 이때 유령이 그의 앞에 나타나 '망각'을 선물해 줬다. 심지어 그 망각이 레드로가 얼굴을 마주하는 다른 사람에게도 이어질 거라는 저주 아닌 저주를 받는다.
스크루지의 이름이 주는 특정 이미지는 너무나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스크루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마침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에 출간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스크루지가 죽은 동업자의 장례를 아주 간소하게 치러냈고, 동업자가 떠났음에도 회사 이름을 바꾸지 않고 7년째 사용하고 있다는 데서부터 그의 구두쇠 기질을 헤아릴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인데도 하나뿐인 직원 밥 크래칫을 제시간까지 일을 시켰고, 기부를 부탁하며 찾아온 구빈원 사람들을 매몰차게 돌려보냈다.
그런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을 찾아온 죽은 동업자 말리의 유령에게 언질을 받았다. 그에게 곧 과거, 현재, 미래의 크리스마스 정령이 찾아올 거라는 걸 말이다. 스크루지는 과거의 정령을 통해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다시 되새겼다. 현재의 정령을 만난 스크루지는 직원 밥 크래칫이 얼마나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지, 그럼에도 스크루지를 전혀 원망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미래의 정령을 통해 죽은 뒤의 자신을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미리 내다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과거, 현재를 직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잘못 살고 있는지 깨달았고, 미래를 통해 죽은 뒤에는 타인의 손가락질과 지독한 쓸쓸함만 남은 걸 보며 지난날을 반성했다. 스크루지가 이렇게 깨달음을 얻어 다행이었다. 남은 인생은 180도 달라진 사람으로 살아갈 덕분에 미래 정령이 보여준 일은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유령에 홀린 남자와 유령의 거래>는 후회되는 과거가 있는 레드로가 망각이라는 선물을 받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였다. 그가 만나는 사람에게도 망각이 선물 아닌 선물로 주어졌지만, 잊는다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걸 말하는 내용이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익숙한 이야기니만큼 흥미롭게 읽었으나 <유령에 홀린 남자와 유령의 거래>는 썩 재미있게 읽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
"나는 오늘 밤 자네에게 아직까지는 나와 같은 운명을 피할 기회와 희망이 남아 있음을 알려 주려고 이곳에 온 거야. 내가 마련해 주는 한 번의 기회와 희망일세, 에버니저." <크리스마스 캐럴> - P39
"사람이 자신의 인생길을 끝까지 계속해서 간다면 그 길이 바로 그들이 어떤 종착점에 이르게 될지 가르쳐 주는 법이죠." <크리스마스 캐럴> - P135
"난 그걸 잊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 나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한 걸까? 아니면 대대로 몇백만 명이 이런 생각을 해온 걸까? 모든 인간의 기억에는 슬픔과 고뇌가 가득해. 내 기억도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마찬가지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이런 선택권이 없지. 그래, 거래를 마무리하자. 그래! 내 슬픔과 잘못과 고뇌를 잊어버릴 테다!" <유령에 홀린 남자와 유령의 거래>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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