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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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곡선의 수호자   심해 도시 건설 프로젝트 실사 현장을 담당하는 유희는 문득 어떤 쾌감, 희열을 느끼곤 그 감흥을 이어나가기 위해 휴가를 냈다. 자신이 휴가를 낸 사이에 연락을 받거나 잡다한 일을 처리해 줄 AI 마사로를 찾아냈지만, 그는 일을 하지 않았다. 마사로는 세상의 경제 구조를 하기 위해 돈을 쓰는 업무를 맡은 AI라는 걸 알게 된다.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파열음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파열음이 존재하는 시대의 인물을 연기하게 된 배우가 있다.

미래과거시제   은경은 튀르키예인 교수의 강의를 통해 오래전에 함께했던 사람이 떠올랐다. 대학 시절 이상한 구조의 건물 안에서 길을 잃었다가 만난 강은신이었다. 그는 미래의 일을 과거에 겪은 것처럼 말하는 잘못된 언어 습관이 있었는데, 은경은 지금에서야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접히는 신들   은경은 화성을 향해 가던 우주선 안에서 학생 때 같은 반이었던 서소희를 우연히 만난다. 소희는 종이접기를 굉장히 잘 했었는데, 알고 보니 지금도 그 종이접기 덕분에 정보기관 등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주선 안에서 가까워진 이후 은경은 소희를 통해 종이접기와 관련된 비밀을 알게 된다.

인류의 대변자   어느 날 외계인이 나타나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잠실의 타워를 우주선의 부두 접안 시설로 쓰고 있다. 우주군 소속 외계 대응 담당관인 은수는 중차대한 문제로 아침 브리핑을 위해 잠실로 향한다.

임시 조종사   로봇 조종술 재능이 있는 지하임은 드디어 취직을 하게 됐다. 로봇 전투를 하기까지의 전과정을 판소리로 그려냈다


홈, 어웨이   소설이 안 써져서 슬럼프에 빠진 은경에게 친구 한먼지가 찾아와 어떤 프로그램이 설치된 노트북을 주고 갔다. 홈팀인 흰색 유니폼을 고르라는 먼지의 말을 따른 이후, 은경은 그 프로그램을 통해 소설을 뚝딱 써냈다. 문장을 쓸 때마다 호응해 주는 응원 덕분이었다. 프로그램의 덕을 본 은경은  자신을 라이벌로 여기는 서소희에게도 소개해 준다.

절반의 존재   지하임은 비행기 추락 사로고 신체 절반을 잃었다. 상반신을 잃은 바람에 하임의 상체는 기계, 하체는 하임 자신의 것이었다. 아버지는 하임에게 기계를 이식하도록 결정했고, 어머니 안세미 씨는 그런 하임을 자신의 딸이라 여기지 않는다.

알람이 울리면   아내는 스토리 생성기라는 장치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다. 동면 중인 사람의 의식을 보다 안정적인 상태로 만드는 장치였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접한 '나'는 문득 미시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여러 편의 짧은 단편 소설 중에서 웃기면서 귀여웠던 건 <인류의 대변자>였다. 외계인이 잠실 롯데타워 위에 정박하고 있는 신기하고 무시무시한 상황에 브리핑이 있어 참석한 은수의 안건은 누군가에게는 의문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앞으로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문제였다. 유니폼까지 챙겨 입고 브리핑에 참석한 중차대한 상황이 조금은 귀여웠다.

이야기가 독특하게 느껴졌던 건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였다. 파열음이라고 하는 센 소리의 한글이 전혀 쓰이지 않는 먼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비말 감염에 관한 상상을 이어가다 쓴 소설이라고 했다. 한글이 위대해서 파열음이 쓰이지 않는 단어도 무슨 뜻인지 잘 알아들을 수 있어 신기했고 감탄했다.

소설 형식 자체가 특이했던 건 <임시 조종사>였다. 판소리 형식으로 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읽기는 어려웠지만 말이다.

<절반의 존재>와 <알람이 울리면>은 뭉클한 감정을 남겼다. <절반의 존재>는 비행기 사고로 크게 다쳤지만 목숨을 부지한 지하임이 상체는 기계로, 하체는 여전히 인간으로 존재하게 되면서 인간의 본질이 어디에 있느냐에 관한 의문을 남겼다. 그리고 <알람이 울리면>은 엔딩이 애틋했다.


앤솔러지 소설로 만난 적이 있는 작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책으로 처음 배명훈 작가의 책을 처음 읽게 되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SF 소설집이었다.

"나는 행복하게 잘 살았어."
그 사람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우주를 건너, 혹은 나무의 나이만큼 오랜 시간을 넘어, 긴 잠에 빠진 나에게로 전해졌다.
"당신도 잘 살아, 어떤 세상에서 깨어나든. 그리고 잘 자, 부디." <알람이 울리면>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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