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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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람 워커는 농장주인 백인 아버지와 노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이람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팔아버린 뒤 그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한 번 보거나 들은 건 모조리 기억한다는 특징이 있었는데, 팔려간 어머니만큼은 기억나는 게 없었다.

농장에서 홀로 살아가다 테나와 함께 지내게 된 하이람을 주인님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던 아버지가 데리고 집으로 갔다. 그의 아들 메이너드를 보필하는 일을 하이람에게 맡긴 것이었다. 어린 하이람은 형이자 주인님이 된 메이너드를 보살피는 데 온 신경을 다 썼지만, 부유한 백인 남자가 그렇듯 그는 주변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고 행동했다.


그러다 하이람과 메이너드가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다 물에 빠졌고, 기적적으로 하이람은 강에서 빠져나왔다. 이후 하이람의 인생은 메이너드와 결혼 예정이었던 코린 퀸으로 인해 많은 게 바뀌게 된다.




노예 해방에 관한 몇몇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지난한 삶을 살다 가족과 친구, 연인을 잃은 고통, 무자비한 주인으로 인해 도망쳐야 희망 없는 기대를 품은 그런 소설들 말이다.

그런데 <워터 댄서> 주인공 하이람이 내가 읽은 여느 소설 속 노예 신분과 달랐던 건 그가 노예이긴 해도 물라토였기 때문이다. 농장주 아버지 하월 워커와 흑인 노예 어머니 로즈 사이에서 태어난 하이람은 다른 노예들보다 밝은 피부색을 가졌기 때문에 모순적이지만 조금은 자유로웠던 게 아닌가 싶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일을 해야만 하는 흑인 노예의 중노동에서 살짝 벗어난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더구나 하이람은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었고, 신비로운 기억력의 소유자였다. 하이람이 아버지의 집에서 메이너드를 보필하다가 파티가 있던 날 손님들 앞에서 뛰어난 기억력을 재주로 선보인 이후 그는 메이너드의 가정교사 필즈와 정식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아 노예 신분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교육을 받으며, 진정한 후계자인 메이너드를 동생인 그가 보필하는 일을 아버지는 믿고 맡겼지만 하이람은 노예지만 노예가 아닌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메이너드가 아버지의 농장의 진정한 주인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메이너드를 너무 아끼고 사랑한 나머지 그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하라며 풀어주는 바람에 망나니가 되고 말았다. 그런 그에게도 결혼을 약속한 부유한 상속녀 코린 퀸도 있었고 말이다.

불만이 하루가 다르게 쌓여가던 하이람은 술에 취한 메이너드를 마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말을 강 쪽으로 몰아 일부러 사고를 냈다. 그 사고로 메이너드는 죽고 하이람은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그것도 코린 퀸의 하인 호킨스에게 구조되었다. 이후 코린 퀸에게 마음의 빚을 지게 된 그는 아들을 잃은 상실로 좌절한 아버지로 인해 그녀에게 양도될 예정이었으나, 사랑하는 소피아와 도망치고 싶어서 '언더그라운드'라고 알려진 아저씨에게 탈출을 부탁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꿈은 다른 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이람이 진짜 언더그라운드에 소속되면서 '인도'라고 불리는 신비한 능력을 체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언더그라운드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상상도 못한 비밀이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그들에게 소속되어 북부 지부로 보내져 자유로운 삶을 살다가 여러 사건을 겪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하이람은 다시 남부 아버지의 농장으로 돌아와 자신을 어머니처럼 키워준 테나와 소피아에게 자유를 주려고 하는 과정까지 이어졌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흑인 노예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은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후반에 인도를 하는 장면은 그 시절 자유를 열망하던 노예의 기적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아쉬운 건 인상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버지니아는 한 인종 전체가 사슬에 굴복하리라는 믿음이 건재한 곳이며, 바로 그 인종이 정확한 비율로 철을 주조하고 계산하여 대리석을 조각해낼 능력이 있다 해도 그들을 계속 짐승이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한다고 말한 다음 순간 그녀를 팔아버리는 곳이었다. - P101

"넌 내가 아까 그놈들을 죽인 게 살인이라고 했지. 하지만 너한테 해줄 말은, 내가 한 일은 누군지도 모를 수없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었다는 거다. 너를 살해할 사람들, 너를 가족과 친구로부터 떼어놓을 사람들, 그러고도 전혀 기억하지 못할 사람들." - P302

"모두가 뭘 더 사랑해야 할지 결정해야 해. 사랑스럽거나 고약한 것 중에서. 자기 눈앞에 놓인 것들을 사랑하든지, 자신의 분노와 평판을 더 사랑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나는 이 세상의 진창을 선택했어, 소피아. 나는 모든 현실을 받아들였어." - P474.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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