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타키스 뷔르거 지음, 유영미 옮김 / 황소자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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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스위스인 사업가의 아들 프리츠는 독일인 어머니에게서 그림을 배우며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다. 일곱 살 때 지나가던 마부에게 모루로 맞아 뇌를 다쳐 색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 이후, 어머니는 프리츠를 더 이상 사랑해 주지 않았다. 그로 인해 그는 만성적인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야 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프리츠가 사는 스위스에도 흉흉한 소문이 들려왔다. 베를린에서 나치가 유대인을 잡아간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에 호기심이 동한 프리츠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향했다. 스위스 여권을 가지고 있는 프리츠는 그곳에서 큰 불편 없이 지냈다.

그러다 미술학교에서 누드모델로 일하는 크리스틴을 만나게 됐다. 프리츠는 그녀에게 단번에 빠져들었고, 크리스틴 역시 프리츠를 좋아하는 듯했다. 어느 날부터 크리스틴이 프리츠를 만나러 오지 않다가 며칠 만에 갑자기 나타났다. 누군가에게 맞은 듯 엉망인 상태였다. 그제야 프리츠는 크리스틴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무한한 사랑을 받는 게 당연했던 어린 시절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색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 이후 사랑을 받지 못한 프리츠는 결여된 부분이 생겨났다. 프리츠의 엄마 입장은 도통 이해가 안 되는 것이었기에 프리츠를 가여워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에게 왜 자신을 예전처럼 사랑해 주지 않느냐고 물어볼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프리츠를 한없이 사랑하긴 했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 그와 교류하는 시간이 엄마보다는 적었기에 프리츠는 그 결여된 부분을 채워주지 못했고, 그는 그렇게 성인이 되었다.

결여에 조금은 비뚤어진 구석이 있었던 모양인지 프리츠는 베를린의 유대인들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듣고 그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빠는 반대했지만 스위스인이었기에 어느 정도의 안전이 보장되어 있었다.


그렇게 향한 베를린의 호텔에서 머무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직업도 없는 스무 살의 청년 프리츠는 아빠가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을 하며 제3자의 시선으로 전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만난 크리스틴과 단번에 사랑에 빠져 때때로 만나다가 나중엔 매일 그녀가 호텔로 찾아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며칠 동안 사라졌다 돌아온 크리스틴에게서 고문당한 흔적을 발견한 뒤에 그녀가 유대인인 스텔라 골트슐라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 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탓에 크리스틴이 실존 인물인 스텔라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누드모델과 클럽의 가수, 그리고 라틴어를 가르쳤던 스텔라는 프리츠와 있지 않을 때에는 같은 유대인을 고발하는 일을 했다. 순전히 나치에게 잡힌 부모를 빼내기 위한 행동이었을 뿐 그녀에게 그 일은 그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프리츠가 그 사실을 알게 된 후에 스텔라는 조금씩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순수한 청년의 시선에 스텔라 스스로 죄책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소설은 두 사람의 헤어짐을 깔끔하게 그려냈지만 마지막에 프리츠가 오랫동안 스텔라를 사랑했다는 걸 보여줬다. 지울 수 없는 사랑을 한 프리츠였고, 자신이 한 일을 죽을 때가 되었을 때 돌려받은 스텔라였다. 안타깝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는 삶이었다.


소설 <스텔라>는 실존 인물인 스텔라 골드슐락에 관한 사실에 픽션을 가미했다. 사랑 이야기였지만 온전히 그 장르로만 즐길 수 없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동정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양가적 감정이 들었다.

외투 깃 위에서 그녀의 밝은색 머리카락 한 올을 발견했다. 나는 곧장 머리카락을 제거해 버리는 대신 이것으로 무얼 할지 반나절 동안 생각했다. 그런 다음 머리카락을 입속에 넣고는 코냑으로 머리카락을 목 뒤로 넘겼다. - P147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배신하는 게 잘못된 일일까?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배신하는 게 옳은 일일까?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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