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신화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오카다 에미코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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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라고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할 것이다. 소설 외의 장르를 드물게 읽는 나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을 정도니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러 신들에 대해 줄줄 외울 만큼 섭렵했을 것이다.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여러 문학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 외에 다른 신화에 대해 접한 기억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는 단군 신화가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고, 신라를 세운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게 신화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다른 신화에 대해 접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페르시아 신화에 대해 소개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란에서 널리 알려진 신화를 읽으며 처음엔 신선함을 느꼈고, 왕족의 신화적 이야기나 형제들 사이의 질투,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시대와 국가를 넘어 통용되는 비슷한 부분이 있어 친숙하게 다가왔다.




왕위를 계승하며 이어져 내려온 페르시아 신화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고 하면 700년 동안 이란을 다스렸다는 잠시드왕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는 사려 깊고 자애롭고 정의로운, 더할 나위 없이 왕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이였다. 잠시드왕의 치세 700년 동안 백성이 평화롭고 행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자만하게 되면서 행운이 잠시드왕에게서 등을 돌렸다고 한다.

이 시기에 마르다스왕의 아들 자하크에게 악신 아리만이 다가와 그를 꾀어냈다. 악신의 꼬임에 넘어간 자하크는 부왕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아리만이 입을 맞춘 자하크의 어깨에 뱀 두 마리가 자라났다. 뱀왕이라 불리게 된 자하크가 이란으로 군대를 보내 잠시드왕을 죽이고서 이란의 모든 것을 차지했다.

신화라는 것이 그저 신비로운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는 걸 이 부분에서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여겨졌다. 백성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선하고 너그럽게 세상을 다스리던 잠시드왕이 자신을 신격화하는 등의 자만을 하자 모든 걸 단번에 앗아갔다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왕으로서, 한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로서의 덕목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자하크와 악신 아리만의 이야기는 분별없는 시선으로 인해 악을 악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이가 왕위에 올랐을 때 그가 다스리는 세상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보여줬다.

악신 아리만은 이후로도 몇 번이고 등장해 페르시아 신화의 공식 악당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빠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도 존재했다. 이란의 무장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빛나는 은발을 가졌다는 이유로 버려져 신령한 새 시무르그가 기른 잘 이자르는 뒤늦게 그를 찾아 용서를 구한 아버지의 아들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살게 되었다. 잘 이자르에 관한 소문이 이웃나라 카불에게까지 알려졌는데,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루다베 공주는 얼굴을 보지도 않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잘 이자르 역시 카불을 방문했다가 루다베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들의 사랑이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같았던 건 앞선 시대의 잠시드왕과 악신 아리만에게 지배된 자하크왕 때문이었다. 역사로 인해 현재의 왕이 그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으려 했으나 아버지의 애원과 잘 이자르의 현명함 덕분에 그들은 부부가 될 수 있었다. 또한 위대한 영웅이었던 잘 이자르와 루다베의 아이 역시 영웅의 풍모를 가지고 태어나는 게 당연했기에 출생의 신비 또한 신화적으로 그려냈다.

나에게는 멀고 낯선 나라 이란, 페르시아의 신화에 대해 재미있게 들려준 이 책은 어느 나라나 옛날 옛적 이야기들은 비슷하다고 여겨져 높은 줄만 알았던 벽이 조금은 허물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훌륭한 왕과 꾀임에 빠져 부왕을 죽이고 왕이 된 자, 막내를 질투한 두 형의 끔찍한 행동이 불러일으킨 파멸 또한 있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재미있는 사랑 이야기까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마치 이란의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풀어나간 책 덕분에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신화는 그 나라의 종교이고 철학이며 문학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나라 사람들의 영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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