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남자
정은수 지음 / 엘릭시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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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임연지는 꽤 알려진 대기업을 오랫동안 다니고 있다. 같은 팀 팀원들과 가깝게 지내며 연애에 관한 얘기를 나누지만 연지는 할 말이 별로 없다. 그녀는 애인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좀처럼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회사 내에서 모든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기획팀 김준영 과장을 연지 역시 때때로 훔쳐보며 확실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것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다 준영이 연지에게 말을 걸기 시작해 퇴근 이후에도 종종 만나는 관계가 되는데, 이게 사귀는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연지에게 12년 전 대학 시절 동아리 회원들과 찍은 사진이 택배로 도착했다. 발신인이 누군지 알 수 없는 이 사진을 벌써 세 번째 받는 거라 분명한 의도가 있다는 걸 연지는 알고 있다. 동아리 회원 중 1, 2학년들 8명이 술자리에서 찍은 이 사진 속 한 사람이 사진 촬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땐 내가 어쩐 일로 이런 스타일의 소설을 보겠다고 메모해뒀을까 생각했다. 로맨스 소설은 거의 안 읽는다고 볼 수 있는데, 직장 내 연애, 대학 시절의 연애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뤄서 약간 당황했다. 근데 남의 연애가 재미있어서인지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읽어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스릴러가 끼어들었다. 대학 시절 동아리의 누군가가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였다. 그제야 이 소설이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후부터는 로맨스와 스릴러의 결합을 기쁘게 받아들여 쭉쭉 읽어가기 시작했다.


현재의 연지가 같은 회사의 준영과 썸을 타는 내용은 어른의 사랑 그 자체였다. 굉장히 쿨해 보여서 이 사람들이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지 아닌지 헷갈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확실히 서로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느꼈다. 연지는 약간 모호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연지는 과거 회상인 대학생 때도 사랑에 있어서 모호하게 행동했다고 보였다. 만인의 연인 타입인 동아리 회장 제국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다가도, 9월에 동아리에 들어온 동갑내기 상호와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는 듯 보이기도 했다. 마음이 분명하게 보이는 행동도 있었는데 정작 본인은 깨닫지 못해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

이렇게 연지의 현재와 과거의 연애 아닌 연애를 보여주고 있는 와중에 과거 동아리 회원이 죽은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고 있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의 죽음은 처음엔 타살을 의심했으나 정황상 사고사로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현재의 연지에게 누군가가 몇 번이고 사진을 보내면서 사고사가 아니라는 의심으로 11년 만에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때로는 그때의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준영이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길을 잡아줬고, 현재 변호사가 되어 다시 만난 상호와 여러 인물들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 알리바이를 맞추기도 했고 또 다른 단서들이 의외로 풀려나가기도 해서 범인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의외의 벽에 가로막혀 이대로 끝날 것 같다 싶었는데, 역시나 의외의 행동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했다. 이 부분에서 캐릭터의 변화가 좀 당황스럽긴 했는데,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이니 그런가 보다 했다.


약간 애매하긴 했으나 로맨스와 스릴러가 결합되어 무난하게 읽기 좋았던 소설이었다.

"그 애는 어린애같이 착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했을 뿐이야. 걔 주변을 둘러싼 우리들이 속물이어서 멋대로 판단한 거지."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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