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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ㅣ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2023년.
2010년생 중 1 강윤슬은 엄마와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꼭 입고 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던 맨투맨을 엄마가 빨아놓지 않아 살짝 짜증을 냈더니 돌아온 엄마의 반응이 워낙 커서 도리어 윤슬이가 당황했을 정도다. 언제나 다정한 엄마지만 때때로 윤슬이는 깐깐한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다.
1980년생 최수일이 보기에 요즘 애들은 정말 편하게 학교 다니는 것만 같다. 딸 윤슬이만 봐도 자신이 일일이 다 챙겨주고, 요즘 학교는 체벌도 없어서 수일이 학교 다니던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거기다 조금 자랑 같지만 수일은 자신이 좀 괜찮은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윤슬이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은데 딸은 그게 아닌가 보다.
그렇게 엄마와 딸의 갈등이 깊어져 가던 중에 술에 취한 아빠를 데리러 다녀오겠다던 엄마 수일이 사고를 당했다. 윤슬이는 방에서 자고 있다가 눈을 떴는데 그 몸에서 깨어난 건 엄마 수일이었다. 그리고 윤슬이는 30년 전 처음으로 가출을 한 엄마 수일의 몸에서 눈을 뜬다.
딱 서른 살 차이가 나는 엄마 수일과 딸 윤슬의 세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수일이 학교를 다닐 때에는 당연히 교칙이 엄하고 체벌도 있던 시절이라 선생님 말씀이라면 꼼짝도 못 했다. 그에 비해 윤슬이 학교에 다니는 현재는 교칙이 좀 자유로웠고 체벌이 없어서 선생님도 다정한 분들이 많았다. 이렇게 겉으로만 봤을 때에는 수일이 입장에서 윤슬이가 편하게 사는 것 같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시험 기간이 끝난 뒤에 틀린 문제 개수 대로 손바닥을 맞거나 반 전체가 혼이 날 때 발바닥을 맞거나 심하면 자를 세워서 손가락을 맞았던 때에 학교를 다녔던 나는 당연히 수일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 두 모녀에게 공감했던 건 '나중에 꼭 너 같은 딸 낳아 봐라'라는 엄마의 단골 대사 같은 멘트였다. 나도 엄마에게 그런 말을 들었던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이 부분에서는 윤슬이에게 공감이 됐다.
이렇게 시작부터 윤슬과 수일 모두에게 조금씩 다른 공감을 느꼈던 소설은 두 사람의 몸이 바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저 몸만 바뀐 게 아니라 중1이라는 나이는 그대로 세월을 뛰어넘었다. 윤슬이는 엄마가 중1이었을 93년에서 눈을 떴고, 엄마는 현재의 윤슬이 몸에서 눈을 떴다. 수일과 윤슬에게 30년이라는 격차가 있었기에 서로 소통할 방법이 없이 당장 눈앞의 현실을 살아야 했다.
윤슬이는 엄마에게서 얼핏 듣긴 했지만 93년이 진짜로 이렇게 무시무시할 줄은 몰랐다. 그저 엄마가 과장을 조금 보탰겠거니 했는데, 지난 시험과 비교해 떨어진 점수 대로 맞았고 전교 1등부터 석차를 차례로 적힌 대자보를 붙여 놓은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엄마의 말에 과장은 하나도 없었다는 걸 윤슬이는 직접 경험하고서야 알게 됐다.
그런가 하면 수일은 현재의 중학교 1학년을 만만하게 봤었는데, 그게 또 아니었다. 태블릿으로 진행하는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 사실 이 부분은 나도 대체 뭔 말을 하는 건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또한 수일은 윤슬이의 몸으로 축제 참가를 위한 춤 연습을 해야 했는데, 이게 너무나 어려웠다.
'라떼는 말이야'라고 농담으로 얘기하는 자신의 과거가 제일 힘들고 제일 고단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직접 경험해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수일과 윤슬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의 미묘한 애증을 해소하는 과정도 있었다. 둘째로 태어난 수일은 엄마가 언니 수영만 이뻐하는 거라 여겨 가출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윤슬이 몸에 들어갔을 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수일은 잠깐 동안 윤슬이로 살아가며 딸의 고충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딸의 친구들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기도 했는데, 이 부분이 참 따뜻하기도 하면서 웃겼다.
딸 입장에서는 상상만 했던 엄마와 몸이 바뀌는 게 이 소설에서 유쾌하고 재미있게 이어져서 즐거움을 줬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또한 기분 좋은 먹먹함을 남겨 마지막까지 흐뭇한 감정을 품고 읽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아무리 엄마와 딸이라도 매일 매 순간 좋을 수는 없지 않을까. 나는 우리가 서로를 좋아한다고 믿게 됐다. 그거면 됐지. - P192.193
by. 윤슬 엄마가 나를 가르치고 도와주고 잘 키우는 것 말고,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 P15
by. 수일 왜 하필 윤슬이가 됐을까. 종종 윤슬이에게 ‘나도 내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슬이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고, 말 그대로 나에게도 나 같은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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