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에게
류시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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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애에게   '나'는 최애 아이돌 '크레스타'의 2집 쇼케이스를 보기 위해 제주도에서 서울로 왔다. 행사장에서 버벅대는 내게 옆자리에 앉은 초록 머리가 도움을 준 덕분에 노래도, 의상도 별로이긴 했지만 그래도 쇼케이스를 무사히 볼 수 있었다. 이후 초록 머리와 나는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

인물과 식물   소형은 남편 원재와 함께 이사 갈 집을 구한다. 저렴한 가격에 전세로 나온 15층 아파트가 왠지 꺼림칙하고 방 하나는 너무 깨끗해서 누군가가 죽었을 거라 확신하지만, 원재는 그런 부분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이후 그 집으로 이사한 뒤 소형은 마음을 주고 기르는 침엽수 화분을 버리게 된다.


유료 분량   신영은 웹툰, 팬픽, 에세이 등을 자유롭게 게시하고 때에 따라서는 유료분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마음이 가는 웹툰의 미공개 그림을 구매했다. 그날 이후 사이트에 다시 들어가자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었기에 의아하게 여기며 본인 인증을 받아 비밀번호를 바꾸지만, 곧장 다시 비밀번호가 바뀌었다. 해킹을 당한 것이었다. 결국 신영은 회원 탈퇴를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계정을 해킹한 사람으로부터 메일을 받는다.

나나   나나는 '나'에게 갑자기 길에서 구하게 된 어린 고양이 나나를 맡기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함께 살며 의지하던 나나의 죽음은 내게 이유를 되짚는 과정이 된다.


레티 흐엉   아내인 베트남 여자 레티가 사라졌다며 남동생이 찾아왔길래 '나'는 모르는 척하며 친정에 보내줬다고 말했다. 이후 남동생은 레티를 찾아 베트남으로 갔지만 연락이 끊겼다. 그러자 이번엔 엄마가 내게 전화해 동생을 찾아보라고 닦달하는 바람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레티의 친정으로 향한다.

배우 수업   배우 지망생인 '나'의 프로필 사진을 찍어줬던 사진작가 효민과 함께 어울리며 잘 놀던 날들이 지나고 효민은 몽골에 갔다. 몽골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까지만 해도 효민과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끊어지고 말았다. 그러고선 효민에게 갑자기 연락이 와서 병원에 있다고 하며 올해를 넘기지 못할 거란 말을 했다.


밤과 감   유전으로 인해 갑상샘 항진증을 앓고 있는 길범은 회사와 연계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은퇴를 앞둔 노의사는 어렸을 적 아버지가 일제강점기 때 의사로 일했던 일화 등을 들려준다.

숨 쉬는 것부터 인간   호석의 아내 해원은 명절에 남편의 집에서 고되게 일하다 뱃속의 둘째를 잃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헤어지고 난 후에 성인이 된 딸 수아를 잃었다. 최근에는 호석이 재혼 상대인 남 선생과도 헤어졌다. 이 모든 걸 겪으며 해원과 호석은 여전히 무언가를 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여덟 편의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유료 분량>이었다. 무료분이 아닌 유료분, 그것도 겨우 200원짜리를 결제한 걸로 계정이 해킹됐다는 걸 알게 됐고, 해킹한 도둑놈은 자신이 그 사이트에서 72만 원어치를 구매했다고 하며 탈퇴한 신영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해킹범이 구매한 내역은 아마 모든 사이트에서 검열 당할 거라 예상되는 단어들로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웬만한 사람들은 평생 쓰지도 않을 것 같은 단어였기에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싶었다.

그 고소로 인해 신영은 난생처음 경찰에게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고, 이래저래 많은 걱정을 했다.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잘 끝나려는 듯싶다가 스릴러로 방향을 틀었는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장으로 깜짝 놀라게 함과 동시에 기발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다른 이야기들은 대체로 돌보는 일에 마음을 쓰는 내용이었다. 표제작 <나의 최애에게>는 갑작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리고 다친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 준 아이돌을 덕질함으로써 위안을 얻었다. <레티 흐엉>은 남동생과 결혼한 베트남 여자를 애처롭게 여기며 도와주는 시누이의 이야기라 왠지 마음이 아팠다. <배우 수업> 또한 돌봄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마지막이 영 씁쓸한 맛을 남겼다.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진 책이라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여운을 남겨 왠지 모르게 쓸쓸한 이야기였다.

나나는 분명 알고 있었어. 언제나 다 알고 있다는 눈으로 나를 지켜봐왔지. 나는 나나가 나 없이는 살 수 없는 불구라고 여겨왔는데, 나도 다르지 않았던 거야. 나나는 내가 알아채길 바라지 않았지. 그래서 쉼 없이 손 가는 것들을 내 곁에 두고 내가 아프지 않기를 바랐어. <나나>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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