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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의 거짓말
엘리자베스 케이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7월
평점 :
제인은 11살 때 처음 만난 마니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단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신이 어둠이라면 마니는 빛이었기에, 그리고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많은 친구 사이였기에 이 관계가 오래도록 이어질 거라 믿었다.
마니와 결혼한 찰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찰스는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이긴 했다. 그래도 제인의 눈에는 마니의 짝으로는 한참 부족해 보였다. 찰스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와 만난 이후 왠지 모르게 자신이 마니에게 두 번째가 된 것 같아 불만스럽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니의 곁에서 찰스를 영원히 치워버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제인은 소설 도입부부터 찰스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마니와 이미 결혼한 시점에서 소설이 시작되긴 했지만, 찰스에 대한 증오 내지는 혐오가 결혼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제인은 그에 대한 경멸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순전히 마니를 위해서 속내를 감출 뿐이었다.
이후 제인과 마니가 언제 처음 만나서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10대 시절에 마니가 사귀었던 남자를 제인이 어떻게 치워버렸는지 밝히며 둘의 관계가 굉장히 깊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제인의 시점으로만 이루어진 소설이었기에 그녀 혼자만의 의견일 수 있겠지만, 마니 역시 제인을 친한 친구라고 여기는 듯했다. 제인만큼 집착하는 건 아니었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아빠의 오랜 바람으로 인한 이혼 이후 제인은 의지할 데가 없어 마니에게 집착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제인보다는 여동생 에마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그녀는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 처한 마니를 가족처럼 여겼다. 마니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에 남을 정도로 밝혀지진 않았으나 그래도 화목한 가정은 아니었던 걸로 보였다. 그래서 10대 시절에 두 소녀는 서로를 의지하고 챙겨주며 특별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그 관계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어져 제인과 마니는 함께 살기까지 했는데, 마니가 여러 남자를 만나고 제인 역시 조너선을 만나 결혼하게 되면서 특별한 친구 사이는 조금 기운을 잃은 듯했다.
그러다 조너선이 교통사고를 당해 제인의 눈앞에서 사망하면서 그녀는 상실감에 빠졌고, 이후 마니에게 더욱 집착하게 된 것으로 보였다. 마니에게는 완벽한 짝이었을 테지만, 제인의 눈에는 형편없는 남자로만 보인 찰스를 못마땅하게 여겨 두 사람을 어떻게든 갈라놓으려고 했는데 그건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니의 미움을 사지 않고 찰스를 떼어놓으려고 했던 적이 있었으나 결국 갈등이 생기고 말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인 입장에서는 절호의 찬스가 왔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너무 태연해서 섬뜩했던 그 일을 제인은 아무렇지 않게 해치우고서 마니 앞에서도 전혀 모르는 척 연기를 했다. 제인에게 마니의 존재가 그토록 컸던 건가 싶어 너무 소름이 끼쳤다. 찰스의 죽음으로 제인은 마니를 차지하게 되었지만 그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가 두 사람을 괴롭히자 제인은 집착적인 성격을 그 기자의 뒤를 쫓는 데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퍽 조심하면서 말이다.
이후 소설은 모든 비밀이 밝혀졌지만 개운치 않은 결말로 끝을 맺어 영 찝찝한 기분을 남겼다. 나쁜 사람이 벌을 받는 통쾌한 결말은 없었고, 집착 역시 끝을 모르고 이어져서 마지막까지 일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가긴 했지만 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무섭고 끔찍해서 마음이 가지는 않았던 책이다.
지금도 난, 그녀가 알고 있었길 바란다. 우리의 뿌리가 서로에게 너무 단단히 들러붙어 있어서 절대 떼어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때 그녀가 깨달았기를 바란다. 가장 단단하게 들러붙은 곳에서 더 두껍고 거친 껍질이 벌어져 살과 살이 맞닿았음을, 그때 우린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나‘와 ‘영원히‘에 헌신적이었음을 알았기를 바란다. - P89
마니와 나는 사랑 때문에 멀어졌다. 이제 그 벌어진 틈은 텅 비어서, 새로 채워지고 보수될 일만 남았다. 결국 그 틈은 전혀 존재한 적 없던 것처럼 보이게 될 것이었다. 내가 그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녀의 고통과, 앞으로 그녀가 겪을 일들을 생각하면 슬퍼졌다. 그렇다고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다. 주로 안도감을 느꼈다. - P204
어린 소녀일 때부터 알아온 한 여성이 어머니가 되기까지 지켜본다는 건, 아름답기도 하면서 무척 이상야릇했다. 그 성장의 단계마다 나는 그녀를 보호했다. 맨 처음에는 부모로부터, 그다음에는 남자친구들로부터, 그다음에는 상사로부터. 마지막으로 경멸스러운 남편으로부터. 그리고 늘, 심지어 지금도, 진실로부터.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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