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는 숙녀 두 사람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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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졸업 25년 만에 동창회가 열렸다. 그것도 무려 호텔에서 열린 것이었다. 동창들은 어떻게 저렴한 참가 회비로 호텔을 빌릴 수 있었는지 의아해했지만, 히사카 고이치가 동창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알고 수긍했다. 그가 스캔들 메이커라는 점은 차치하고 현직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동창회는 히사카 고이치의 건배사 직후에 각자 여러 종류의 술을 들면서 시작되자마자 아비규환이 됐다. 술맛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자마자 뱉은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마셨다가 바로 사망했다. 동창회 참석자 20명 중 무려 17명이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국회의원이 참석한 동창회라는 부분에 주안점으로 두고 수사를 시작한다. 이후 여러 지역에서 불특정 다수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경찰은 혼란에 빠진다.





이번 시리즈가 지난 시리즈 <다시 비웃는 숙녀>와 달랐던 점은 미치루의 타깃을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챕터마다 이름이 붙어있어서 그 사람이 타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지만, 읽는 동안에는 이유를 알 수 없었고 결말에 이르렀을 땐 다른 이유가 밝혀져 예측을 벗어났다.

거기다 지난 두 시리즈와는 다르게 한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죽이는 테러를 벌였다. 중학교 동창회에 참석한 20명의 사람들 중 17명이 죽고 3명이 상해를 입었다. 이후에는 관광버스 좌석이 폭발하게 만들어 방음벽에 부딪쳐 26명이 사망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중학교에서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되는가 하면 시골 헬스장 폭발 등의 사건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한 사람만을 노린 게 아닌 우연찮게 같은 장소에 있던 수많은 사람에게까지 상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섬뜩하게 다가와 공포감이 극대화됐다.


사건이 여러 장소에서 일어났고 연관성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경찰은 시작부터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첫 사건에서 스캔들로 유명한 현직 국회의원이 죽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시작했지만, 이후 여러 곳에서 각기 다른 수법의 테러가 일어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 결과 CCTV에 우도 사유리라는 여성이 포착되어 그녀를 집기 위한 수사로 진행되었다. 그녀는 의료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가 도망친 여성이었는데, 시리즈의 주인공인 미치루와 어쩌다 마주치게 되면서 그녀의 계획을 돕게 된 것이었다. 누군가를 죽이는 데에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너무나 닮았지만, 우도 사유리는 점점 미치루의 계획에 의문을 품었고 마지막엔 자신을 처리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읽는 동안 너무 무서웠던 건 관련 없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는 점이었다. 미치루의 살인 계획에 포함된 사람도 가여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도 죽거나 다쳤다는 점이 끔찍했다. 나중엔 금요일 저녁에 신칸센에서 테러를 일으키려고 했을 만큼 미치루는 살인귀가 되었다. 정말이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우도 사유리도 미치루에게 동조하긴 했지만 마지막에 어떻게든 빠져나오게 되면서 두 사람은 그렇게 찢어지게 됐다. 하지만 둘 다 죽지 않았고 경찰에게도 잡히지 않았기에 나중에 또 만나지 않을까 싶다. 그때는 원수가 되어서 말이다.


미쳐버린 악녀 미치루가 다음엔 또 어떤 악행을 벌일지 벌써부터 두렵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잖아. 이번 사건은 그게 반대가 된 게 아닐까 싶어서."
"반대, 라니요?"
"수단을 위해서는 목적을 가리지 않는다. 즉 애초에 대규모 살인이라는 수단을 위해서라면 목적은 복수든 정치적 의도든 상관없는 거지." - P57.58

동류. 다만 세상의 평범한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이질적인 부류.
두 사람이 만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 P294

별안간 사유리는 이해했다. 이 조소야말로 미치루의 본성이다. 타인의 고뇌, 고통, 절망, 단말마. 오로지 그것들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비웃기 위해서 인생을 허비한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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