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남궁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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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아나운서 지민은 서울에 있는 방송사 취업에 번번이 낙방을 하고 지방 방송국에서 7년째 일하고 있다. 공채로 입사했지만 프리랜서이기에 방송국 외부 행사로 부수입을 올리며 생활하는 그녀의 하루는 바쁘기만 하다. 이런 와중에 진행 중이던 프로그램이 갑자기 폐지가 되어도 그녀는 항의조차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손원평 × 피아노   혜심은 어렵게 얻은 집에서 6년 동안 운영했던 공부방을 정리하고 있다. 노후를 보내고 싶은 곳에 매물로 나온 집을 매매하려다 일이 잘 안 풀렸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천천히 집 정리를 하고 있을 때 4개월째 공부방 비를 내지 않은 준용이가 불쑥 찾아왔다. 돈을 내지 않은 건 아이의 잘못이 절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혜심은 괜히 심술이 난다.


이정연 × 등대   설희는 점심시간인데도 한가해 보이는 복어 전문 식당에 수습 직원으로 입사한다. 홀에서 업무를 배우다 주방에서 복어를 손질하는 법을 배우고 난 뒤에 정직원이 된 그녀는 룸에서 서빙을 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러다 설희는 이 가게의 여러 룸에서 번번이 불법적인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전 직장에서의 일이 되풀이될까 걱정이 된다.

임현석 ×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화장품 회사의 영업 사원으로 일하는 진영은 가맹점주들을 구슬리는 게 주요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본사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점주들과 대화를 나눌 땐 본사 욕을 하는 게 스스럼없을 정도다. 물론 진영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선배들에게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정아은 × 두 친구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지현은 어젯밤에 빙판길에 미끄러져 어깨가 부서진 917호 환자를 보살핀다. 갑자기 다쳐서 극도로 예민해졌는지 917호는 지현에게 온갖 짜증을 내고 있지만, 그녀는 묵묵히 받아줄 뿐이었다. 그렇게 917호 환자를 보고 나온 지현은 그녀가 중학생 때 친했다가 소원해진 승미라는 걸 알게 된다.

천현우 × 빌런   군필 삼수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백수인 도지윤은 여기저기서 현금 서비스를 받아 쏟아부은 코인이 원금의 20배가 뛴 걸 보며 쾌재를 부른다. 부모님의 눈치에도 열심히 백수짓을 하며 게임에 몰입해 돈만 쓰던 지윤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는 다른 코인에 전 재산을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게 스캠코인이었다는 걸 알게 된 후 지윤은 현금 서비스를 갚아야 하는 게 막막했는데, 마침 코인 오픈 채팅방에서 물류센터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이를 따라가게 된다.


최유안 × 쓸모 있는 삶   통역사인 혜린은 선배의 제안에 한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러 온 영국 방송국의 현지 코디네이터 일을 하게 된다. 혜린은 일을 하면 할수록 감독의 각본대로 따라가는 촬영이 껄끄럽고, 거기다 다큐의 주제가 한국의 출산율이라 이 일이 업무로만 여겨지지 않아 불편하기까지 하다.

한은형 × 식물성 관상   위워크에서 식물 관리 아르바이트를 하던 민지에게 비건 식당 3군데를 운영하는 보이사가 일을 제안했다. 민지가 비건 식당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보이사의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된 민지는 매니저로 승진을 하게 되지만, 보이사의 보여주기식 PC 주의가 점점 불편해진다.




8명의 작가가 쓴 앤솔러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은 '월급사실주의'라는 프로젝트 2편이다. 1편은 2023년에 출판된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인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지만 평이 괜찮았다. 다양한 직업군의 애환을 그린 소설이라 여러 부분에서 공감이 되던 책이었다.


손원평 작가의 <피아노>는 개인적인 문제가 직업적인 고충으로 이어져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혜심이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었다면 개인적인 문제가 업무로 이어져도 큰 상관은 없었을 텐데, 그녀가 어린아이들을 다루는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감정적인 부분이 복잡하게 다가왔다. 집 문제로 공부방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몇 개월이나 공부방 비를 밀린 준용이 왔을 때 반갑지 않은 게 당연했다. 하지만 아이에겐 잘못이 없기에 감정적으로 행동해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혜심의 상황이 그녀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 애착이 있는 피아노까지 처분해야 했는데, 나눔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냥 버린 그 피아노가 누군가가 가져간 걸 알고선 찾아 헤매는 상황이 왠지 그녀의 처지와 닮아 있어서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그 피아노로 인해 준용과 다시 얼굴을 마주한 혜심이 자신의 감정은 털어버리고 아이를 위해 보인 태도가 뭉클하게 다가왔다.

사회인으로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당연해지는 상황으로 속마음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게 눈에 띄던 소설도 있었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의 진영은 본사 영업 사원으로 일하면서도 가맹점주들 앞에서는 본사 욕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했다. 점주의 편이라는 걸 보여주는 그 행동으로 비위를 맞추고, 본사에서는 점주들을 욕하는 상사들의 말에 대꾸를 해주기도 뭐 한 부분이 곤란하기만 했다.

<두 친구>는 소원해진 친구와 우연히 만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 박선생이라 불린 이의 업무적인 태도가 기억에 남았다. 다른 선생들, 간호사들처럼 크게 화를 내거나 뒷담화를 하지 않는 박선생의 무표정이 너무 공감이 됐다. 업무보다 힘든 게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다.

또한 <식물성 관상>은 되지도 않는 PC 주의를 매번 지껄여대는 사장 보이사의 뜻을 따라야만 하는 민지의 상황이 너무 공감이 됐다. 마음은 아니라고 하는데도 먹고사는 문제가 달려 있어서 보이사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게 답답해져 한 마디 했을 때 돌아온 건 현실적이라 쓴맛이 남았다.


직장 생활에 통쾌함 따윈 없었다. 일보다 힘든 게 사람이라는 것 또한 절실하게 느끼기도 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불같은 음성에 주위 선생들이 진저리를 쳤지만, 박선생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끝까지 통화를 감내했다는 전언이었다. 그때 박선생의 마음에 무엇이 오갔을까. 내가 박선생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짚어보던 지현은 박선생의 무표정이야말로 제 직업을 유지하게 해주는 강력한 무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아은 <두 친구> - P142

오늘이 그가 가장 슬기롭고도 평화로운 날일 것이다. 슬기롭고도 평화로운 연기를 해왔다는 걸, 그런데 충분하지 못했다는 걸 깨닫는 순간에야 사실을 알게 될 것이지만 오늘은 정말 그럴 것이다. 그날의 민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한은형 <식물성 관상>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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