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리커버 개정판
정재민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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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하지환은 고향 신해에서 일하고 있는 손지은 경감에게 연락을 받았다. 오랜만의 연락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반가움을 표하고 난 후에 손지은은 하지환의 친구 황동혁이 죽은 채 발견됐다는 말을 전했다. 그것도 복부에 총상을 맞고서 말이다. 발견됐을 때의 특이점은 록그룹 '퀸'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환은 휴가를 내고 친구를 떠나보내기 위해 신해로 향했다.


태어나서 고등학생 때까지 신해에 살았던 하지환은 서울로 대학에 온 이후 고향에 잘 내려가지 않았었다. 그러다 재작년에 신해에 발령이 나 한동안 다시 그곳에서 머물게 됐었다.

사법시험을 보기 위해 준비 중이던 시기에 엄마가 류마티스와 위암으로 사망을 했었다. 당시에는 그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러다 재작년에 신해에 머물면서 고등학교 시절 후배이자 의사인 효린에게서 엄마가 류마티스 환자의 손 모양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서 진단을 내린 의사 우동규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소설은 판사로 재직 중인 하지환에게 현재 닥친 사건을 먼저 보여줬고, 이후 과거를 오가며 진행되었다. 친구 황동혁이 총에 맞아 죽은 채 발견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충격이었다. 소설의 제목이 퀸의 곡과 똑같은 <보헤미안 랩소디>인데, 황동혁이 발견되었을 때 해당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는 부분과 연결 지었다. 중요한 의미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이후 하지환이 신해에서 판사로 일하고 있을 때 엄마의 죽음에 오진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류마티스 전문의 우동규를 고소하고 지난한 싸움을 벌이는 과정을 보여줬다. 그러는 한편으로 효린의 제안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되면서 하지환의 과거부터 쌓여 맺힌 응어리를 풀어나가는 과정 또한 진행하고 있었다.

소설을 읽고 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친구 황동규의 의문의 죽음, 그리고 엄마를 비롯한 류마티스가 아닌 환자들을 오진해 이득을 본 의사 우동규를 고발하는 과정을 풀어나갈 줄 알았다. 황동규의 아버지 또한 우동규에게 류마티스 진단을 받고 사망했기에 이 두 사건이 어떻게든 연관이 있어 보였다. 그런 느낌을 풍기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다 하지환이 정신 상담을 받게 되면서 소설은 조금 다른 분위기로 흘렀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버지 없이 엄마의 기대를 받으며 가난하게 자란 하지환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았다. 판검사가 되어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엄마의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살았던 하지환에게 다른 선택지란 없어 보였다.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반대로 인해 공부만 하며 좋은 학교로 위장 전학까지 다녀야 했다. 어렸을 때부터 마음의 빚이 있었기에 하지환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깨닫지도 못했기에 가슴에 응어리가 맺혀 있었다.

그걸 풀어주는 과정을 통해 소설은 황동혁, 우동규 사건과는 조금 거리를 두게 되었다. 중요한 건 하지환의 심리적 요인을 해결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현재 일어난 사건과 겹쳐지면서 다소 놀라운 결말을 보여줬다. 어떻게 보면 힌트가 정말 많았는데 소설 전개에 그저 휩쓸려버린 바람에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길지 않은 소설이라 가볍게 읽기에 괜찮았다.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선과 악을 판단하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선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악이 되기도 한다. 합법인 행동이 악이고 위법인 행동이 선일 때도 있다. 한 사람이 선과 악을 번갈아 저지르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데도 법정에 온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라고 주장하면서 나더러 자신이 선의 영역에 있음을 선포해달라고 한다. - P9

"다양한 감정을 정확하게 사용하면 인생이 훨씬 다채롭고 즐거워지겠죠.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각 감정이 충분히 소화돼서 갈등이 남지 않게 된다는 거예요. 슬픔을 느껴야 할 때도 분노를 느끼면 슬픔의 감정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몸속에 남아서 다른 갈등을 일으키게 되거든요."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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