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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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스는 할아버지 질노르망의 손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자신을 버렸다고만 여겼을 뿐이다. 그러던 차에 아버지 퐁메르시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마지막으로 그를 보러 간 마리우스는 그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 퐁메르시가 아들이 나이 든 이모와 함께 참석한 교회에 꼬박 모습을 드러냈다는 걸 교회 집사를 통해 듣게 되면서 마리우스는 진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는 부유한 할아버지의 집을 나와 고르보 누옥에서 가난한 삶을 이어간다.


몇 년이 흐른 후 마리우스는 변호사가 되어 여전히 고르보 누옥에서 지내고 있었다. 공원에 산책을 하러 간 그는 매일같이 그곳 공원에서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부녀를 목격한다. 아직 어린애 티가 나던 소녀는 마리우스가 공원에 한동안 발길을 끊었다가 다시 찾게 되었을 때 놀랍게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했다. 마리우스는 그녀에게 반해 쫓아가다가 집을 알아내기까지 한다.




소설 3권의 주인공은 마리우스였다. 이전까지 팡틴과 코제트의 입장에서 장 발장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장 발장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혈기왕성한 젊은 청년의 이야기부터 시작된 셈이었다.

마리우스는 부유한 할아버지 질노르망 덕분에 부족함 없이 자라왔다. 세상 그 무엇에도 깊은 관심을 두지 않는 듯 보였는데, 그런 그가 바뀌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비밀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자신을 버렸다 여긴 아버지 퐁메르시가 사실은 아들이 너무나 그리워서 몰래 교회 예배 때마다 숨어서 지켜봤다는 걸 전해 들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할아버지가 자신의 신변을 담보로 아버지를 협박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이후 마리우스는 왕정주의자인 할아버지에게서 벗어나 공화파가 되어 정치적 신념까지 바뀌었다.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을 위해 싸우던 아버지를 존경하는 건 당연했고 말이다.

부유한 할아버지의 집에서 벗어나 가난함의 상징인 고르보 누옥에서 지내게 된 마리우스는 생각보다 괜찮은 듯했다. 아무래도 그가 변호사가 됐을 정도로 능력이 있었던 덕분일 테고, 스스로 박차고 나온 부유함에 그리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마리우스는 착한 심성을 갖고 있던 터라 이웃 종드레트의 방세까지 대신 내주기도 했다. 여기서 종드레트가 어떤 인물인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의 정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마리우스의 상황이 변하게 된 건 공원을 매일 산책하러 나온 부녀를 보면서부터였다. 이들이 장 발장과 코제트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지만, 마리우스는 전혀 알지 못했기에 그저 힐끔힐끔 훔쳐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젊은 혈기로 인해 뒤를 쫓아 집을 알게 된 후에 그들이 이사를 하게 되어 다시는 그 아름다운 아가씨를 보지 못해 좌절하게 된다. 스토킹은 예나 지금이나 안 될 일이지만, 장 발장은 물면 안 놓는 자베르에게 언제까지고 쫓기는 신세이기 때문에 거처를 옮기는 게 당연했다.

그러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에 마리우스는 종드레트의 집을 방문한 그 부녀를 벽의 구멍 너머로 보게 된다. 동시에 종드레트가 과거에 코제트를 핍박한 테나르디에라는 게 밝혀졌고, 복수를 위해 불한당들을 끌어모았다. 마리우스는 테나르디가 워털루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구한 은인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사실은 그게 아님을 이전 책에서 분명히 했었다.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와 자신의 아버지를 구한 은인이라는 불가피한 선택 앞에서 마리우스는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는데, 이 무슨 악연인지 마리우스의 신고를 받은 당사자가 자베르였다. 자베르도 참 끈질기고, 테나르디에도 명이 참 긴 것 같다.


소설은 위기에서 벗어난 장 발장이 다시 한번 자베르의 앞에서 사라지면서 끝이 났다. 마리우스의 이야기를 진행한 와중에 곁들인 다른 이야기가 너무나 많아 역시나 읽기 힘들었다.

마리우스는 오 년 이래 가난, 곤궁, 심지어 고뇌 속에서 살았지만, 진정한 비참은 몰랐다는 걸 깨달았다. 진정한 비참, 그는 방금 그것을 보았다. 그것은 아까 그의 눈 아래를 지나간 그 인간 쓰레기였다. 정말 남자의 비참밖에 보지 않은 자는 아무것도 보지 않은 것이고, 여자의 비참을 보지 않으면 안 되며, 여자의 비참밖에 보지 않은 자는 아무것도 보지 않은 것으로, 어린애의 비참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 P293

아직 자신을 알지 못하는 영혼의 그 첫 시선은 하늘 속의 여명 같은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빛나는 미지의 것의 눈뜸이다. 열렬히 사랑할 만한 암흑을 갑자기 어렴풋이 비추고 현재의 모든 순진함과 장래의 모든 정열로 이루어진 이 뜻밖의 빛의 위험한 매력은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으리라. 그것은 우연히 나타나서 기다리는 일종의 막연한 애정이다. 그것은 천진난만함이 부지불식간에 쳐 놓은 올가미요, 그러기를 바라지도 그렇게 할 줄도 모르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올가미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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