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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시블
제임스 롤린스 지음, 황성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평점 :
12월 21일. 포르투갈, 코임브라 대학.
'부르샤스 인터내셔널' 창립 멤버 다섯 여성이 대학 도서관에 모였다. 마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그들은 젊은 여성 과학자들이 분야에 진출하도록 후원하고 돕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 한데 모인 이유는 21살의 천재 마라 실비에라가 만든 인공 지능 장치 '제네스'를 가동해 보기 위함이었다. 마라는 직접 이곳에 참석해야 했지만, 아쉽게도 영상으로 자리를 대신했다.
막 제네스를 가동하려는 찰나 검은색 로브를 입은 남자들이 나타나 다섯 명을 모두 살해했다. 남자들이 나타났을 때 자신의 카메라를 가린 마라는 그녀들이 살해되는 걸 목격했고, 이내 위험을 깨닫고 제네스를 가지고 도망을 쳤다.
12월 24일. 미국, 메릴랜드.
그레이와 멍크는 자신들이 사랑하는 네 명의 여자들을 집에 두고 바에서 술을 마시다 들어가는 길이었다. 그레이의 집에 다다랐을 무렵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총을 꺼내들었다. 2층으로 뛰어 올라간 멍크는 자신의 두 딸 페니와 해리엇이 없다는 걸 알아챘다. 또한 그레이의 임신한 여자친구인 세이챈도 사라졌다. 멍크의 아내 캣은 주방에서 발견되었는데, 뒤통수를 가격 당해 의식이 없었고 몸 여기저기에도 상처가 나 있었다.
두 사람은 소속 기관인 DARPA 산하 시그마 포스의 국장 페인터에게 연락을 취했다. 페인터는 캣을 병원에 데려다주라고 했고, 그레이에겐 본부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본부로 향한 그레이는 포르투갈에서 일어난 사건이 그들에게 일어난 사건과 깊은 연관이 있을 거라는 듣고 그곳으로 향한다. 병원으로 이송된 캣의 곁을 지키던 멍크는 누가 공격을 했는지, 세이챈과 딸들을 납치한 게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최신 뇌 스캐너를 이용해 의식이 없는 아내에게 질문을 하는 시술을 허락한다.
소설은 1611년에 일어난 사건을 프롤로그로 보여주며 앞으로 일어날 일과 연관 지었다. 마녀재판이 한창이던 때에 일어난 사건 직후 현재로 넘어와 포르투갈의 도서관의 부르샤스 모임에서 일어난 비극이 일어났다. 마녀와 마녀를 처벌하는 재판소가 현재에 이르러 인공 지능과 연결된 싸움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여기에 시그마 포스 요원인 그레이와 멍크의 연인, 아내, 딸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고통받음으로써 앞서 일어난 사건과의 연관성을 보여줬다. 마녀들을 처벌하는 집단인 '크루시블'은 제네스를 탈취해 뜻하는 바를 이루고자 했다. 그런가 하면 세이챈과 캣, 두 딸을 습격한 길드 역시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 제네스를 손에 넣으려고 했다.
한편 제네스를 만든 마라는 어떻게든 그걸 지켜내고자 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네스 안에서 살아가는 '이브'가 스스로 학습하여 노예가 되지 않도록 도망치는 와중에 많은 걸 가르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런 그녀를 부르샤스의 멤버 샬럿의 딸인 칼리가 도왔다.
이렇게 여러 패거리들로 이루어진 소설은 각각의 입장을 시시각각 보여주며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게 했다. 초반에는 범인의 윤곽을 잡는 것조차 너무 어렵기만 했다. 그레이 일행과 마라 일행이 만나 손을 합치게 됐고, 크루시블에 대항하는 비밀 단체인 '라 클라브' 소속의 인물들이 나타나 그들을 도왔다. 그러는 한편으로 크루시블 소속인 토도르와 길드의 발야가 각기 등장해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러다 캣의 뇌에 연결한 장치로 인해 '감금 증후군'인 그녀가 범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모습이 믿기 어려웠는데, 실제로 있는 시술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마라의 이브가 스스로 학습하고 뭔가를 깨달아가는 과정은 신비롭기만 했다.
두꺼운 분량의 책이니만큼 여러 사건들이 일어났고, 추적과 도망, 거기에 뒤통수를 치는 반전까지 이어졌다. 또한 악의 무리들이 제네스를 복제해 세상을 파괴하려는 시도까지 이어져서 불안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레이와 세이챈은 물론이고, 멍크와 캣, 두 딸들도 행복했으며, 마라 역시 염원하던 결말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브 또한 행복을 찾은 게 다행이었다.
600페이지 가까이 되는 긴 소설이지만 리뷰를 쓰기에는 너무 방대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설명하기엔 부족해서 간결하게 쓴 것이기도 하다. 물론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설명이 길어 대충 이해하고 넘어간 탓도 있다.
제네스의 창조물.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그 순간에 태어나 끔찍한 60초 동안 존재하면서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침묵 속에서 목격했다. 그것은 피와 죽음 속에서 태어났다. - P67
그레이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종말을 스스로 창조하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 P90
누군가가 타락한 이브가 담긴 또 다른 장치를 소유하고 있어요. 그 이브가 풀려난다면, 더 나쁘게는 밖으로 탈출한다면, 이 이브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일 거예요.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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