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는 사람들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이비 종교집단 생존자인 이든은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딸 개브리엘, 8살 아들 네이선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남편 데이비드와는 네이선이 태어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혼했고, 양육비조차 받을 수 없어 여태껏 홀로 두 아이를 성실히 키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쿨버스에서 내려 집에 도착하고도 남아야 했던 네이선이 돌아오지 않았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온 이든은 네이선을 찾으며 개브리엘에게 물었는데, 딸아이는 친구 집에 간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든은 근처에 사는 네이선 또래 친구에게 연락을 했지만 아무도 아이의 행방을 몰랐다.
불안해하던 이든의 핸드폰으로 발신번호 미상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걸어온 남자는 자신이 네이선을 데리고 있다고 하며 500만 달러를 준비하라고 했다. 개브리엘은 놀라서 경찰에 알려야 한다고 했지만, 남자가 지켜보고 있다는 말에 이든은 절대 안 된다고 딸아이를 말렸다.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절실했던 이든은 지옥을 함께 견뎌낸 사람을 떠올렸고, 30여 년 만에 아비하일에게 연락을 했다.

뉴욕 경찰 최고의 인질 협상가 애비 멀린은 아들이 납치가 됐다며 도와달라고 하는 연락을 갑작스레 받게 된다. 911에 전화를 걸어봤냐는 말이나 이 사건을 처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해 주겠다는 말에 상대방은 애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전화를 건 상대방의 집으로 향했고, 이든의 얼굴을 마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지스 윌콕스' 공동체에서 함께 지냈던 그녀를 알아보게 된다.




사이비 종교 집단은 일반적인 종교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띠기 때문에 더욱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일반 종교처럼 신의 말씀을 따른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아 경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이를테면 조금 더 신성한 해석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 과정을 통해 집단에 빠져들게 만들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나중엔 신보다 교주를 더 신성하게 여기는 본래의 목적을 드러낸다. 자각이 있다면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벗어나려 애를 쓰겠지만, 무언가 결핍된 사람들이 대부분인 듯한 그들은 벗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맹목과 맹신으로 똘똘 뭉친 사이비 종교 집단은 폐쇄적 성향이 짙어지며 '우리' 아니면 '너희'로 양분화된다.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가 극적으로 도망치거나 탈출한 이들 역시 배척한다.

소설은 납치된 네이선을 찾으려고 하는 아이 엄마 이든과 인질 협상가 애비를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그 기저에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 포진되어 있었다. 사건이 진행되며 오티스 틸먼의 사이비 종교 단체가 네이선을 납치했다는 혐의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애비와 이든 역시 어린 시절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생활하다 극적으로 생존했다는 사실이 초반에 밝혀졌다.
애비와 이든에게 윌콕스 공동체에서 보낸 시간은 즐거움과 더불어 끔찍한 기억이 공존하고 있었다. 애비는 7살, 이든은 13살, 그리고 함께 생존한 아이작이 12살이었을 때 매일 함께 지내며 꽃을 따는 등의 생활을 했으니 즐거울 만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마지막은 경찰과의 대치로 인해 인질로 잡힌 기억, 그리고 공동체의 모든 사람의 죽음이 이어진 후에 세 아이가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으니 지우고 싶을 만큼 끔찍한 기억이었다. 그래도 애비는 인내심이 강하고 다정한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공동체에서의 나쁜 습관을 지워냈지만, 이든은 틈만 나면 윌콕스 공동체에서의 습관을 드러내며 불안해했다. 네이선이 납치된 후에는 제어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들의 과거가 어땠는지 때때로 밝혀지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의 과거 경험으로 인해 범인을 찾아내는데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겐 끔찍했던 기억이지만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 집단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네이선을 찾는 수사가 진행되는 한편으로 네이선을 납치한 당사자의 시점 또한 초반부터 보여줬다. 이름은 언급되지 않고 그저 '남자'라고 지칭된 납치범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네이선의 누나 개브리엘이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로 유명했는데, 그녀가 올리는 글이나 사진 따위가 모두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브리엘이 예쁘고 몸매도 좋아서 팔로워들이 열광하는 게 당연하기도 했지만, 납치범은 그저 팬 수준에 지나지 않고 광적인 집착을 했기에 무섭고 두려웠다. 급기야는 개브리엘이 올린 글을 자기 멋대로 해석해 자신에게 부탁한 거라 착각하고선 네이선을 납치하기에 이르렀다. 네이선을 납치하기까지의 과정과 납치한 후에 가둬둔 공간까지 너무나 광적이라 그야말로 미친 것만 같았다.
이 납치범에 대한 정체는 틸먼 공동체와 깊은 연관이 있을 거라는 혐의가 점차 드러났고, 나중엔 특정 캐릭터에게 의심의 화살을 돌렸다. 누군가에게 혐의를 돌리면 그대로 따라가기 마련인 사람이긴 하지만, 중간중간 타임라인이 맞지 않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진짜 범인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예감했다. 물론 진짜 범인이 밝혀졌을 때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사람이라 깜짝 놀라긴 했지만 말이다.

범인의 정체로 반전을 줬고, 사건이 무사히 해결된 뒤에 애비와 이든이 아이작을 찾아가면서 또 다른 놀라움을 안겼다. 덕분에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

"놈은 아주 짧은 시간 틈새를 이용해 네이선을 유괴했는데, 그걸로 미루어 보면 놈은 이 일을 오래전부터 계획한 것 같아. 아마도 미리 지켜보고 염탐했겠지. 놈은 네가 누군지 알았어. 그리고 넌 그런 돈이 있어 보이지 않지. 난 놈이 몸값 말고 더 관심을 가지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 - P83

"그 사람들은 너무 행복해 보였어. 정말 목적의식으로 가득했어. 그 사람들은 날 전도하지 않았어. 거기서 주말을 같이 보내자고 초대했지.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라고. 그래서 거기 가봤더니 사람들이 너무 착했어. 그리고 날 좋아해줬고. 날 정말 좋아했어. 내가 있을 곳을 드디어 찾은 것 같았어." - P162

사이비 종교의 성립 조건은 그저 어떤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는, 무척 신실한 추종이었다. 그 대상은 때로는 종교적 믿음일 수도, 때로는 어떤 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 P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