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걸 배드 걸 스토리콜렉터 106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겨 스케이트 유망주인 15살 소녀 조디 시핸이 강가 옆 오솔길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조디의 바지는 반쯤 벗겨져 있었고, 상의는 말려 올라가 있었다. 머리카락에서는 정액이 검출됐고 손과 팔뚝 등에는 찰과상이 있었다. 그리고 얼굴과 이마에도 멍과 상처 등이 있었다. 살인 사건이라 여기고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조디의 시신을 부검했는데,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을 도와 수사를 하는 범죄심리학자 사이러스 헤이븐은 어릴 적의 끔찍했던 사건 속에서 그를 보살펴준 레니 파벨 경감과 함께 조디의 사건을 수사한다. 수사를 하던 중 조디의 학교 사물함에서 몇 개를 사용하고 남은 콘돔 상자와 적어도 5~6천 파운드는 될 것 같은 돈을 발견한다.

6년 전.
한 남자가 참혹하게 고문을 당하고 죽은 집의 은신처에서 한 소녀가 발견됐다. '앤젤 페이스'라 불리게 된 구출된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져 각종 검사를 받았고, 아이의 신원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아무리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이 스스로도 자신의 정체를 말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결과 법원이 아이의 피보호자가 되었고, 아이에게 '이비 코맥'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주어졌다.
6년 후.
이비는 가중 폭행을 비롯한 여러 죄목으로 소년원에 들어왔다. 사이러스는 사회복지사인 친구 거스리를 통해 이비를 만나게 됐고, 이비가 그 유명한 앤젤 페이스라는 걸 듣게 된다. 더불어 이비가 거짓말을 알아채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범죄심리학자 사이러스와 범죄 현장에서 모든 걸 보고도 살아남아 입을 꾹 닫음으로써 과거를 지운 소녀 이비의 관계는 순전히 서로를 향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였다. 경찰 수사에 협조를 할 만큼 성공했다 말할 수 있는 성인 남자와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아직 10대임에도 갖은 사건을 일으켜 소년원에 들어간 소녀의 격차는 현저했지만, 그들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깊은 어둠을 각자 가지고 있었다.
먼저 앤젤 페이스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이비는 발견됐을 때부터 모든 게 충격이었다. 악취 때문에 신고한 이웃으로 인해 시체가 두 달 만에 발견된 테리 볼랜드는 의자에 꽁꽁 묶인 채 썩어가고 있었고, 시체의 부패 정도가 심해 지문을 채취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집 은신처에서 발견된 사람이 바로 이비였다. 성적 학대를 받은 흔적에, 과거에 관해서는 절대 입을 열지 않았던 이비는 여러 위탁 가정을 전전하다 여러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 신세가 됐다.
사이러스는 13살 때 축구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부모님은 물론이고 쌍둥이 여동생들까지 살해된 것을 목격한다. 가족의 죽음만으로도 너무 큰 충격이었을 텐데, 더욱 끔찍했던 건 가족을 모두 죽인 이가 바로 형 엘리어스였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겪은 사건에도 불구하고 사이러스는 건실하게 자라 범죄심리학자가 됐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터트리지 못한 폭탄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각자 과거의 끔찍한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이 처음부터 마음이 잘 맞을 리는 없었다. 성인인 사이러스가 너그럽고도 진실하게 이비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이비는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되었다. 물론 그런 속내를 이비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다 법적 보호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성인이라고 우기는 이비를 사이러스는 법원의 허락을 받아 집에 데리고 와 임시 보호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이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사이러스를 믿고 아끼게 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그러는 한편으로 피겨 유망주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을 보여줬다. 피겨 덕분에 유명했던 조디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던 소녀였다. 학교 사물함에서 발견된 엄청난 액수의 돈과 콘돔, 그리고 나중에서야 밝혀진 임신 사실 등이 수사에 혼선을 주고 말았다. 그로 인해 경찰에 협조를 하는 입장인 사이러스와 수사를 통솔하는 레니의 방향이 조금은 달라지기도 했다.
그러다 아기의 DNA 검사 결과를 통해 용의자로 붙잡았던 크레이그 팔리가 연관됐다는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수사는 더욱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더불어 그 검사 결과가 충격이었는데, 의심했던 사람이 다른 이로 바뀌었을 때 드러난 비밀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놀라게 만들었다. 아무도 몰랐던 비밀이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그런 걸 보면 모든 사람에겐 비밀이 있지만 그 비밀은 무덤에 갈 때까지 지켜지지만은 않는 것 같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로 유명한 마이클 로보텀의 새로운 시리즈인 이 소설은 조 올로클린과의 연관성을 마지막에 보여주며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더불어 아직 밝히지 않은 과거의 비밀을 안고 있는 이비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사이러스와의 관계 또한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진실 마법사'라 불리는 이비의 능력은 또 어떻게 발휘될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더불어 가족을 말살한 사이러스의 친형에 관한 이야기도 앞으로 등장할 것 같아 궁금하게 만든다.
속편이 얼른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

범죄심리학자인 나는 지금껏 무수한 킬러와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들을 만나봤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을 선과 악으로 이분하기를 거부한다. 범법행위는 선의 부재가 유발하는 것이다. 운명적으로 우리 DNA에 입력돼 있거나 나쁜 부모나 경솔한 교사나 못된 친구들로부터 주입을 당해서가 아니다. 악은 상태가 아니다. 일종의 ‘자산‘이다. 인간이 충분한 ‘자산‘을 소유했을 때, 그것들은 종종 분명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 P55

by. 이비
나는 나 자신에게 만족한다. 나는 반쯤 박살 난 것들을 짜 맞춰 지금의 나를 완성했다. 어떻게 숨고, 도망치고, 안전을 유지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터득해왔다. 문밖에 멈춰 서는 발소리나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숨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며 스스로를 착실하게 단련시켜온 덕분이었다. - P66.67

by. 사이러스
문득 내가 이비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물론 이 깨달음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나는 아이와의 근접한 거리가 두렵고, 그리고 아이의 어둠이, 아이가 자신의 기세를 감지하면 언제라도 내게 가할 수 있는 손상이 두렵다. - P437

"사람들은 조디가 무슨 디즈니 공주라도 되는 것처럼 말해요.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아이인 것처럼 말이에요." - P2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