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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맨
프리다 맥파든 지음, 조경실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6년 전.
다정하고 성실한 이웃이자 아빠, 남편인 애런 니어링이 집에서 체포됐다. 그의 집 지하 작업실에 25살의 맨디 요한슨의 시체를 비롯해 실종됐다고 알려진 여성 십여 명의 잘린 손이 상자에서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지난 20여 년간 FBI의 수사망을 피해 간 애런 니어링에게 '핸디맨'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그는 사형을 면하기 위해 범행을 인정해 경계가 삼엄한 교도소에 종신형으로 수감됐다. 그의 아내 린다는 살인 방조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 전 구치소에 수감되었으나 자살했다.
그리고 당시 11살이었던 그의 딸 노라 니어링은 외할머니에게 보내졌고, 핸디맨과는 상관없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기에 노라 데이비스로 이름을 바꾸고 살았다.
현재.
외과 의사인 노라는 자주 가는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중 대학 시절에 잠깐 만났었던 브래디 미첼과 재회한다. 당시 컴퓨터 관련 전공이었던 브래디는 지금 바텐더로 일하고 있었다. 노라는 그와의 연애가 좋았었다는 기억이 남아있긴 하지만, 왜 3개월 만에 헤어지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아버지로 인해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 걸 아직도 꺼려 하는 탓이리라 여겼다. 브래디와 다시 만나게 된 노라는 여전히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그와 데이트를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노라는 자신의 환자였던 젊은 여성이 실종되었다가 두 손이 잘린 채 시체로 발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여성은 푸른 눈과 짙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아버지가 죽인 여성들이 모두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분명히 교도소에 있었기에 노라는 혼란에 빠지는데, 또다시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제는 경찰이 그녀를 찾아온다.
처음엔 노라에게 100% 공감과 지지를 보내며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무시무시한 살인마라는 걸 숨기고 살았던 아버지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났고, 어린 노라는 할머니 손에 맡겨지게 됐으니 여러모로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성을 바꾼 덕분에 이제는 그녀가 핸디맨의 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정체가 언제 어떻게 탄로 날지 몰라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 걸 두려워했다. 브래디와 연인이었을 때에도 그 관계는 3개월 만에 끝나버렸고, 졸업하고 의사가 된 지금까지도 깊이 사귄 남자가 없었다. 남자는 물론이고 대학 때에 알고 지낸 동업자 필립 선배에게조차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질 않았다. 그로 인해 노라의 삶은 늘 외롭고 고독할 수밖에 없었다.
노라는 끔찍한 범죄자의 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 11살밖에 되지 않았던 노라는 항상 잠겨있던 지하실에서 아버지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지나 이제는 그 누구도 노라의 과거를 알지 못하는 현재에 아버지와 똑같은 수법으로 범죄가 일어나면서 그녀는 불안해져만 갔다. 아버지가 교도소에 있다는 건 확실했기에 더욱 주변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 좋은 인연이었기에 재회한 뒤에 여러 사건이 있었어도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었던 브래디가 가장 의심스럽긴 했다. 노라에게 일어난 여러 사건에 브래디가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의심을 할 정황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노라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는 바에서 마주쳤다가 퇴짜를 맞고선 그녀의 차를 미행했기에 의심하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여 그는 제2의 핸디맨이 아니라는 사실이 일찍 가려졌다.
하지만 그런 의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노라 본인에게 향하게 됐다. 현재 시점에서 노라는 수술을 할 때 배를 가르는 행위에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종종 자신이 누구의 딸인지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과거에는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와 몰래 숲에 가서 게임이라는 명목으로 불순한 의도가 담긴 행동을 하려고 했다. 그로 인해 화자이자 주인공인 노라 역시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의 집에서 자꾸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노라는 물론이고 그녀의 곁에 주요 인물로 그려지고 있던 캐릭터들 모두 의심하던 와중에 노라는 그토록 숨겼던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했다. 정말 애를 쓰며 숨겨왔던 정체가 탄로 나면 노라의 삶은 완전히 망가질 수 있었다. 눈앞이 캄캄해진 노라는 불안 증세로 점점 힘겨워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경찰은 그녀를 의심했고 말이다.
그러다 마침내 범인이 밝혀졌을 때 큰 충격을 줬다. 여태껏 범인을 두 사람 중 한 사람, 그게 아니면 당연히 노라일 거라고 의심하고 있었는데, 예상 밖의 인물이 범인으로 드러나 놀라움을 안겼다. 범인을 단정 지을 수밖에 없었던 건 내 편협함 때문이었다. 꼭 그 특정한 사람들만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닌데 말이다.
그러면서 범인에 관한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이 밝혀져 애처로움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 참 가여웠기도 하지만, 범죄는 정당화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추리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예상할 수도 있는 반전이겠지만,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놀라웠고 덕분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스릴러 소설을 읽을 땐 모든 걸 열린 관점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내가 치료한 환자가 그런 식으로 죽은 채 발견되다니…. 물론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두 명씩이나? 그걸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형사도 그렇게 생각한 듯했다. - P137
당신은 실수한 거야. 그런 짓을 하기 전에 내가 누구 딸인지 정도는 미리 알았어야지. 아버지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았다. 음침한 복도나 길거리, 아니 그 어디에서라도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바로 내 아버지였다. 그리고 옛말에도 있듯이 피는 못 속이는 법이다. - P72
그래, 내 아버지는 괴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딸이고, 우리에겐 같은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게 나 역시 아버지 같은 살인마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았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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