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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100쇄 기념 특별판)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5살 제스는 할아버지 걱정에 마음이 심란하다. 수영을 좋아하는 제스를 따라 수영장에 와서 손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쓰러지신 이후 몸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걸 확실히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런 와중에 할아버지는 가족 여행이 예정되어 있다며 퇴원을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엄마, 아빠와 제스가 말려도 할아버지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할아버지의 고집을 아무도 말리지 못해 예정된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60년 전에 할아버지가 떠났던 고향이었다. 그곳에서 할아버지는 '리버보이'라고 처음으로 이름 붙인 그림을 완성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몸이 점점 쇠약해지고 있었기에 그림을 완성하는 건 요원해 보였다. 그래도 제스는 할아버지의 바람을 이뤄드리기 위해 애를 썼다.
이런 와중에 제스는 근처에 수영하기 좋은 강을 발견한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을 때 혼자 수영을 하던 그녀는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을 받는다. 머무는 오두막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는데, 산책을 했던 날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소년을 본 이후 그 시선의 주인공임을 직감한다.
청소년인 제스의 시선으로 진행된 소설은 그녀 자신보다는 할아버지를 향해 있었다. 그 시기의 청소년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그만큼 제스에게는 가족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었고, 할아버지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은 덕분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날로 쇠약해져가는 할아버지의 고집만큼은 꺾을 수 없었던 터라 오래전 떠나온 곳으로 여행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고향을 향해 가는 연어처럼 할아버지는 꼭 그곳에 가야만 했고, 처음으로 이름 붙인 그림을 완성해야 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손에 붓을 쥘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지만, 다행히 제스가 있었던 덕분에 할아버지는 느리지만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
제스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한 건 이름 모를 소년인 리버보이였다. 덥수룩한 머리칼에 늘 검은 반바지를 입고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수영을 하는 리버보이가 누군지는 등장과 동시에 눈치챌 수 있었다. 보통의 소설이라면 그렇게 연관 짓지 않았을 테지만, 할아버지의 그림과 소년으로 인해 판타지가 섞인 소설이라는 걸 예상한 덕분이었다.
이렇게 초반부터 예상되는 부분이 있었던 소설은 영원한 이별로 향해 가고 있었다. 예감했던 부분이었기에 깊은 슬픔을 느끼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어떤 부분은 안타깝게 다가왔다. 작별 인사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조바심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인사는 이 소설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같지만 다른, 다르면서도 같은 부분으로 인해 제스는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고, 상대방 역시 마음 편히 떠날 수 있었을 거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족의 죽음이라는 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고, 특히나 어린 나이에는 그게 더욱 어려운 일인데 이 소설에서는 판타지를 섞어 잔잔하지만 진심을 담은 인사를 건넸다. 덕분에 이별이 그렇게 슬프지 않았던 것 같다.
그녀는 훗날 사건을 곰곰이 되짚어보면서, 리버보이가 항상 자신의 일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슴에 품은 절실한 꿈처럼, 리버보이 역시 언제나 그녀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 P9
이 그림은 할아버지에게 무척 특별한 의미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림을 보면 볼수록 제스에게도 이 그림이 점점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림에는 있지도 않는 소년의 존재감이 점점 더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존재감은 모든 것을, 강 둔치와 하늘과 심지어 강 전체를 압도했고, 그녀를 그림 속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바다 쪽으로 이끌었다. - P31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 P22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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