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베토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5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수 끝에 사법 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아모 다카하루는 그곳에서 한동안 같이 공부하게 될 조를 만난다. 제비뽑기로 만난 조원은 경리로 일하다 내부 고발로 해고된 와키모토 에나미, 전직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일했던 하즈 고로, 그리고 이번 사법 시험에서 수석 합격을 했다는 미사키 요스케였다.
소문이 무성했던 수석 합격자, 심지어는 거의 만점에 가까웠다는 미사키 요스케는 보기보다 수줍음이 많았을뿐더러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지 못하는 듯했다. 그 모습으로 인해 아모는 미사키가 조금은 못마땅하게만 보였다.

마침 기숙사 옆방에서 지내게 된 아모와 미사키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아모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치며 음악의 길을 가려고 했으나 자신보다 뛰어난 천재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법조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그 이후로는 클래식을 듣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미사키가 클래식을 보통 사람보다 훨씬 꺼려 한다는 걸 알고는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베토벤 음악회에 데리고 가게 된다.



이번 시리즈는 전작 <어디선가 베토벤>에서 고등학생이던 미사키 요스케가 사법 시험을 치르고 연수원에 들어온 후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음악을 향한 열정이 꺾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미사키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법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던 건 전작에서 생긴 돌발성 난청 때문이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한쪽 귀가 들리지 않을지 알 수 없는 미사키 입장에서는 음악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그렇게 사법연수원에 들어와 만나게 된 사람이 이번 소설의 화자인 아모였다. 아모는 미사키처럼 음악의 길을 걷다가 법조의 길로 틀었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었다. 물론 미사키만큼 천재적인 음악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스스로 깨달은 후에 방향을 튼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부족함을 깨닫고 스스로 음악을 포기했기 때문인지 아모는 클래식을 즐겨 들었다. 취미로나마 음악을 곁에 두었던 것이다. 반면에 미사키는 닿고 싶지만 차마 닿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인지 일부러라도 음악을 멀리했다. 그런 미사키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했다. 에이스 검사인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았던 미사키는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한다는 게 느껴졌는데, 돌발성 난청으로 인해 음악과 멀어져야 했으니 말이다.
그런 미사키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아모는 그를 놀려주기 위해 음악회에 데리고 가게 된다. 미사키의 과거를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아모가 얄미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모의 입장에선 미사키를 골려주고 싶었을 것 같기도 했다. 수석 합격한 미사키를 사법연수원 교수이자 현직 검사인 간바라가 벌써부터 섭외하려고 애를 쓸 만큼 불세출의 천재이면서 외모까지 훌륭해 연수원 내에서 눈독을 들이는 여자들이 많았다. 거기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무구함을 가졌으며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지 않는 모습까지 가지고 있었으니 조금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을 듯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미사키가 각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어쩌면 좋은 시도였다고 볼 수 있었다.

이런 한편으로 사법연수원에서 벗어나 조원들과 함께 검찰청에서 실무 연수를 시작하게 됐다. 검찰로 송치된 사건을 연수원생들이 훑어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미사키는 동화 작가와 그림 작가 부부의 사건에 집중하게 된다. 남편 작가가 칼에 찔려 사망했고, 그림 작가인 아내가 용의자로 지목되어 수사 중인 사건이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보는 미사키였기에 간바라 검사나 조원들이 집중하지 않는 부분을 의심스럽게 여기며 사건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미사키는 어느 순간부터 아프다는 이유로 검찰청에 나오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음악가인 베토벤이 미사키에게 각성을 일으키게 되는 건 운명이라고 느껴졌다. 작곡가에게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건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으나 베토벤은 그런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훌륭한 곡을 남겼다. 아모가 미사키를 데리고 간 음악회에서 베토벤의 곡이 연주된 건 미사키에게 음악의 길은 필연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덕분에 깨달음을 얻고 법률가의 길에서 벗어나 음악가의 길을 걷기로 다짐한 것이었다. 천재적인 두뇌로 무엇이든 잘 해냈을 미사키지만, 그에겐 피아니스트가 제일 잘 어울린다.

이번 소설도 재미있게 잘 읽었다. 언제나처럼 미사키를 향한 예찬이 과도하긴 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익숙해진 모양이다.


​​​​​​​

"전 융통성이 없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전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것을 동경하는 경향이 있고 그러니 법조계에 별 매력을 못 느끼는지도 모르겠네요." - P92

"그 녀석은 분명 우리와 달라.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진 않지만 어떨 때는 그냥 재미 삼아 사법연수원에 들어온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어. 하지만 우리와 다른 게 비난받을 이유는 되지 않잖아." - P280

진정한 미사키는 지금 무대 위에 있는 저 남자다. 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며 긴장과 평안, 통곡과 환희를 원하는 대로 부르는 마술사가 바로 미사키다. - P3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